말 그대로 지극히 개인적 소견의 담론
여의도 동탁 꿰뚫을 여포는 과연 누구
“천하를 거머쥐어 성공하면 제왕(帝王)이 되고 실패해도 억만장자는 될 줄 알았으나, 하늘이 용서치 않을 줄 누가 알았으리. 미오성(郿塢成)을 쌓자마자 패망하는구나”
청(淸)나라의 소설가 모종강(毛宗崗)이 기존 가정본(嘉靖本)을 재구성한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 모종강본에 나오는 구절이다. 폭군의 대명사 동탁(董卓‧생몰연도 서기 139~192)의 최후를 읊은 시(詩)다.
‘하늘의 처단’은 곧 인심(人心)에 의한 처단을 뜻한다. 실제로 후한(後漢)의 수도 낙양(洛陽)에 입성해 권력을 오로지한 동탁은 사방천지를 모조리 적으로 만들다가 그 업보를 치렀다.
우선 황실(皇室). 창칼을 앞세워 조정을 장악한 동탁은 소제(少帝)를 홍농왕(弘農王)으로 강등시켜 내쫓고 대신 젖먹이 헌제(獻帝)를 옹립했다. 그리고는 황궁(皇宮)이 제 안방인 것 마냥 마구 들쑤시고 다니며 유린했다. 궁녀 심지어 공주까지도 강제로 범해 몸을 더럽히기 일쑤였으나 제 목숨이 경각인 황제는 어찌 할 도리가 없었다. 동탁은 제 유흥자금 등 충당을 위해 후한 역대 황제의 황릉(皇陵)을 도굴해버리기도 했다.
두 번째 관료. 제후(諸侯)연합군을 가까스로 막아낸 동탁은 방어가 용이한 장안(長安)으로 천도(遷都)하려 했다. 양표(楊彪) 등 백관(百官)들이 쌍수로 반대하자 동탁은 이들을 모조리 내쫓거나 목을 베 입을 다물게 했다. 천도 후에는 장안 근처에 미오성이라는 요새를 쌓고서 하루가 멀다 하고 음주가무를 즐겼다.
동탁은 그 틈틈이 관료들에게 없는 죄를 뒤집어씌워 술 마시던 사람을 잔치마당 한 가운데로 끌고 나와 사지를 자르고 눈을 도려냈다. 코를 찌르는 피비린내에 모두가 몸서리를 쳤으나 동탁과 그 졸개들은 태연히 웃고 마셨다. 위위(衛尉) 벼슬을 하던 장온(張溫)은 동탁 자신이 직접 머리채 잡고 끌어내 때려죽이기도 했다.
공주도 겁탈당하는 마당인데 관료들의 처첩이라 해서 마수(魔手)를 벗어날 수 없었다. 황보규(皇甫規)란 사람에게는 예종(禮宗)이란 아내가 있었는데 미색(美色)이 빼어났다. 황보규가 일찍 사망하자 동탁은 수절(守節)하려는 예종을 강제로 품에 안으려 했다. 처음에는 이치를 들어 거부했던 예종은 동탁이 끝내 고집을 부리자 “태생이 오랑캐인 놈이 감히 윗사람의 부인에게 무례를 범하고자 하는가!” 꾸짖었다. 가녀린 몸으로 억센 몽둥이질을 받아내던 예종은 끝내 절개를 지키다 숨을 거뒀다.
세 번째 백성. 동탁은 헌제 옹립으로 조정 내 입지를 굳힌 직후부터 백성을 하찮은 벌레 보듯 하며 무참히 도륙했다. 하루는 군사를 이끌고 낙양 일대를 돌며 무력시위를 벌이다가 한 무리의 남녀가 지신제(地神祭)를 지내는 걸 보고선 “돌격” 외쳤다. 남자는 모조리 살해했으며 여자와 재물은 탈취했다. 동탁은 이 무고한 이들에게 ‘도적떼’라는 누명을 씌웠다.
제후연합군과의 싸움 과정에서는 자신에게 반기 든 이들을 사로잡아 기름솥에 튀겨 죽였다. 동탁이 황릉을 도굴하자 그 졸개들은 백성들의 조상묘를 파헤쳤다. 동탁은 그것도 모자라 재산 좀 있다는 낙양 내 백성은 모조리 저자로 끌어낸 뒤 반신역당(反臣逆當)으로 몰아붙여 참수하고 그 가산(家産)을 몰수했다.
기고만장해진 동탁은 여포(呂布) 등 측근들에게도 폭언을 일삼고 폭행을 자행했다. 그 결과 친동파(친 동탁파)라고는 같은 동씨(董氏)밖에 남지 않았다. 동탁은 아우 동민(董旻)을 좌장군(左將軍)으로 임명했으며 10대 초반에 불과한 손녀 동백(董白)은 위양군(渭陽君)에 봉했다. 심지어 시첩(侍妾)의 뱃속에 든 태아에게도 제후 작위를 내렸다. 친족만 빼고 사방을 적으로 만들었던 동탁은 끝내 심복 여포의 한 창에 꿰여 배꼽에 촛불 심지 꽂히는 신세가 됐다. 동탁의 잔당들은 옛 주인의 원수를 갚는 대신 조정에 속속 투항했다.
금일 홍준표 대구시장으로부터 희대의 표현이 탄생했다. ‘여의도 동탁’ 누구를 가리키는지는 삼척동자(三尺童子)라도 알 것이다. 상당수 야당 인사들은 22대 총선 과정에서의 친‧비명 가리지 않는 ‘공천학살’을 지켜보면서 언젠가 자신도 똑같은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불안에 떨고 있을 것이다. 여의도 동탁이 있다면 ‘여의도 여포’도 나오지 말란 법 없다.
오주한 前 여의도연구원 미디어소위 부위원장
구속 전에 나타날 수 있을지, 나타난다면 동탁의 목을 칠 여포는 누가 될지 사뭇 기대됩니다.
뒤에서 칼을 갈거나 여차하면 칼 들이댈 이들이 한 둘이 아닌 줄 압니다.. 저도 기대가 됩니다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