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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 전과자들이 정치·사회 무대를 휘젓는 한국 사회 … 이대로 좋은가

뉴데일리

문명사학자 윌 듀란트(Will Durant)는 자신의 저서 '문명이야기(The History of Civilization)'에서 "국민의 도덕 수준이 지속적으로 쇠퇴하면 그 국가가 이룬 문명은 필연적으로 퇴보한다"고 단언했다. 그는 로마제국이 멸망한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도덕적 타락'을 꼽기도 했다. 외부로부터 공격을 받기 전 이미 '모럴해저드'의 만연으로 내부에서부터 무너졌다는 것이다.

마틴 반 크레벨드(Martin van Creveld) 히브리대 교수의 주장에 따르면 '도덕'은 선과 악을 구분할 줄 아는 능력으로, 이 도덕을 바탕으로 우리가 처신하고 행동하도록 만드는 의식이 '양심(良心)'이다. 우리가 선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행동을 저질렀을 때 죄의식을 느끼고 회한에 빠지는 이유가 바로 이 양심 때문이다.

철학자 쇼펜하우어(Arthur Schopenhauer)는 양심을 '마음 속의 거울'이라고 표현했다. 양심이라는 거울을 통해 자신의 죄와 나쁜 점을 비춰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그런데 사람들은 이 거울에 비친 것을 자기가 아닌 다른 물체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고 쇼펜하우어는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양심에 반하는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도덕이 타락했다는 건, 이 도덕을 바탕으로 올바른 행동을 하도록 나를 비추는 거울이 깨졌다는 걸 의미한다. '마음 속의 거울'이 깨진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그 나라의 '수명'도 줄어든다는 것이 여러 역사학자들의 중론이다.

요즘 우리나라를 보면 윌 듀란트가 경고한, '문명이 퇴보'할 때 나타나는 조짐이 자주 목격된다. 집단적인 과대망상과 급진주의가 성행하고, 폭력과 무질서가 난무하는 게 꼭 로마제국의 말기를 보는 듯하다.

그 중에서도 '도덕적 타락'의 정도는 그야말로 심각한 수준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사회 곳곳에서 성범죄가 발생하고, 가족·친족 간에 흉기를 겨누고 사리사욕을 채우는 패륜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사법 정의'도 무너진지 오래다. '전과 4범'에다 또 다른 복수 혐의로 재판을 받는 인물이 야당 대표로 활개치는 나라. 자신을 포함한 가족 모두가 '입시비리'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이 '공정한 입시'를 공약으로 내세워 당을 만들고 국회의원 배지를 다는 곳이 바로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국민에게 모범을 보여야 할 공직자들이 '부도덕한 행적'을 보이고도 태연자약 자리를 꿰차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다. 과거엔 '위장전입'을 통한 부동산 매입 의혹만으로도 많은 고위 공직자들이 낙마했는데, 지금은 입후보 과정에서 위장전입이 드러난 사람이 당당히 공영방송 사장이 되는 시대가 됐다.

술에 취해 저지른 범죄는 심신미약이라고 감싸던 관행 때문일까? 타국에선 잠재적 살인 행위로 치부되는 '음주운전'을 해도 우리나라에선 국민의 대표가 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는 듯하다.

지난 총선 전, 확정된 양당 예비후보(467명) 가운데 음주운전 전과자가 39명에 달했다는 기사가 있다. 이후 음주운전 1회, 무면허운전 3회의 전과가 빛나는 사람이 22대 국회 입성에 성공해 음주운전쯤은 문제도 아니라는 사실을 방증했다. 멀리서 찾을 것도 없이 음주운전으로 15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던 인물이 현재 야당 대표로 활동 중인 실정이다.

'부도덕한 인사'들이 정치 권력을 쥐고 있으니 일반 국민의 도덕심과 양심이 자라날 턱이 없다. 최근 논란이 된 트로트 가수 김호중의 음주운전·뺑소니 사건은 우리 사회에 '모럴해저드'가 얼마나 만연해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교통사고를 낸 후 매니저가 허위 자백을 하고 기획사의 조직적 은폐 정황이 연일 드러나는 데도 침묵을 지키오던 김호중은 뒤늦게 경찰에 출석하면서 '양심 때문에 음주·뺑소니 혐의를 시인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공연 취소로 인한 막대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버티다 구속이 임박하자 범행을 인정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고 후 행적을 보면 김호중은 본인의 의지로 범행 은폐를 했다. 주변의 조언도 있었겠지만 일단 혐의를 부인한 뒤 최대한 시간을 벌어보자는 마음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대형 사고를 친 후 그의 '양심의 거울'에 범행을 저지른 자신의 추악한 모습이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거울에 비친 건 내가 아닌 다른 물체라고 여긴 듯하다. 그런 안일한 판단이 '트로트 황태자'를 일순간 '거짓말쟁이 범죄자'로 만들었다. 자업자득이다.

김호중처럼 '마음 속의 거울'이 깨진 사람이 늘어나면 그 나라의 국력은 쇠약해지고 결국엔 망국(亡國)으로 치닫게 된다. 그 누구보다 위정자(爲政者)들이 각성해야 할 때다. 국민의 대표가 양심에 무뎌지면 국민들도 무뎌질 수밖에 없다. "당신의 가슴 속에 있는 양심의 불꽃을 끄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라"는 조지 워싱턴(George Washington)의 격언이 유달리 깊게 다가오는 아침이다.



http://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4/05/22/202405220002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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