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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담] 첫 영수회담과 관련해

오주한

말 그대로 지극히 개인적 소견의 담론

상대가 교만해졌을 때가 재기할 적기

 

황충(黃忠‧생몰연도 ?~서기 220)은 소설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에 등장하는 촉한(蜀漢)의 명장이다. 전국시대(戰國時代)의 염파(廉頗)와 함께 노익장(老益壯)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는 인물이다.

 

본래 유표(劉表)를 따랐던 황충은 형주(荆州)가 조조(曹操) 수중에 들어가자 장사태수(長沙太守) 한현(韓玄)의 휘하가 됐다. 유비(劉備)가 다시 형주 남부 4개 군(郡)을 접수하자 그의 밑에서 중용됐다. 정사삼국지(正史三國志) 촉서(蜀書) 황충전(黃忠傳)은 “용맹함이 삼군(三軍)의 으뜸이었다”고 황충을 평가했다.

 

연의에서 황충의 활약은 한층 두드러지게 각색됐다. 대표적 사건이 가맹관전투(葭萌關戰鬪)다.

 

조조 측은 이 전투에서 명장 장합(張郃)을 보내 가맹관을 치게 했다. 조조의 일급 대장이 온다는 소식에 유비 측 참모들은 파서(巴西)의 장비(張飛)를 불러와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듣던 황충은 발끈해 “지금 이 자리에도 훌륭한 장수들이 많은데 수고스럽게 익덕(益德‧장비)을 호출할 필요 있겠소? 소장(小將)이 비록 재주 없으나 장합의 머리를 베어다 바치겠소!” 호언(豪言)했다.

 

그러나 황충의 늙었음을 염려한 제갈량(諸葛亮)마저도 “알았으니 그만 하십쇼” 말렸다. 노기탱천한 황충은 수십 근 대도(大刀)를 들고 나는 듯 춤을 추더니 강궁(強弓)을 붙잡고서 우지끈 꺾어버렸다. 그제야 제갈량은 출전을 허락했고 유비도 고개 끄덕였다. 황충은 마찬가지로 백발노장인 엄안(嚴顔)과 함께 출병했다. 조용히 있던 조자룡(趙子龍)은 “가맹관은 요충지이니 장난처럼 해선 안 됩니다” 한마디 했다. 제갈량은 “저 두 사람은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 장담했다.

 

황충‧엄안이 가맹관에 도착하자 그곳을 지키던 수비대장 곽준(霍峻)‧맹달(孟達)은 나자빠졌다. 곽준 등은 두 노장(老將)을 겉으론 융숭히 맞이하면서도 “공명(孔明‧제갈량)이 아침에 뭘 잘못 먹었나. 어찌 저런 늙은이들을 보낸단 말인가” 쑥덕거렸다. 눈치 챈 황충‧엄안은 “저 애송이들에게 어르신의 힘을 보여주세” 다짐했다.

 

황충 등을 우습게보긴 장합도 마찬가지였다. 원군(援軍)이 왔다는 소식에 내심 긴장하던 장합은 황충 등을 보자 말(馬)에서 굴러 떨어질 뻔했다. 장합은 가소롭다는 듯 웃으며 “손주나 돌보쇼” 으름장 놨다. 그러나 교만해하던 장합은 황충‧엄안의 맹공(猛攻) 앞에 신나게 두들겨 맞아 깨갱하며 달아나는 신세가 됐다.

 

다급해진 조조 측은 조조의 먼 친척뻘이자 명장인 하후연(夏侯淵)의 조카 하후상(夏侯尙), 연의에선 한현의 동생으로 묘사된 한호(韓浩)에게 지원군을 붙여 장합에게 보냈다. 얼이 빠진 장합의 만류로 하후상‧한호가 굳게 방어하자 황충은 교병지계(驕兵之計) 즉 일부러 적을 교만하게 만들어 이끌어내는 작전을 쓰기로 했다.

 

어느 날 하후상 등과 첫 교전한 황충은 돌연 말머리 돌려 달아났다. 신난 하후상 등은 으스대며 황충의 군영(軍營)을 접수한 채 치중(輜重)들로 가득 채웠다. 이튿날에도, 그 이튿날에도 황충은 도망가기 바빴다. 비례해 하후상 등이 차지한 황충의 병영은 늘어만 갔다. 하후상 등은 점차 경계도 소홀히 한 채 밤마다 흥청망청 술이나 마셔대기 시작했다. 졸지에 저 혼자만 바보 된 장합은 “그럴 리 없는데” 뒤통수를 긁었다.

 

하후상 등이 가맹관 코앞까지 다가오자 뒤집어진 곽준‧맹달은 제갈량에게 파발(擺撥) 띄웠다. 제갈량은 “교병계다” 단숨에 꿰뚫어봤으나 그래도 불안한 유비는 양자(養子) 유봉(劉封)을 보내 황충을 돕게 했다. 황충을 만난 유봉은 꾸벅 배꼽인사한 뒤 “할아버지, 우리 아빠가 그러는데 할아버지 괜히 내보냈다 그러세요” 말했다. 껄껄 웃은 황충은 유봉의 코를 닦아주며 “공자(公子), 이게 다 이 늙은이의 전략이오. 내일 하후상 등은 제삿날이니 지켜만 보시오” 답했다.

 

드디어 날이 밝자 하후상 등은 어제 회식에서 먹다 이빨에 낀 마른오징어 우물거리면서 출정했다. 아직 술이 덜 깬 하후상 등이 딸꾹거리며 헤롱대는 걸 본 황충은 흰 수염 휘날리며 범 같은 기세로 덤벼들었다. 전례 없는 강공(強攻)에 당황한 하후상 등은 싸울 엄두도 못 내고 달아났다. 하후상 등이 그간 점령한 황충의 진채들은 다시금 촉군(蜀軍)의 수중에 들어갔다. 그곳에 산처럼 쌓인 조조 측 치중은 덤이었다.

 

하후상‧한호‧장합은 가맹관 공략은커녕 원위치로 쫓겨났다. 황충은 하후상 등이 숨어든 천탕산(天蕩山)까지 쫓아갔다. 황충이 진채 정면을 들이치자 그간 실종됐던 엄안이 별동대 이끌고 후문을 두들겼다. 방화범 황충‧엄안이 지른 불에 화염빛 람바다가 펼쳐지자 어지러운 스텝 밟던 한호는 황충에게, 천탕산 수비대장 하후덕(夏侯德)은 엄안에게 각각 목을 바쳤다.

 

이후 하후연의 수급(首級)까지 취한 황충은 관우(關羽)‧장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반열에까지 올랐다. 정사삼국지에 의하면 황충은 사방장군(四方將軍) 중 하나인 후장군(後將軍)에 봉해졌다. 관우는 전장군(前將軍), 장비는 우장군(右將軍), 마초(馬超)는 좌장군(左將軍)이었다. 관우는 “그 노병(老兵)과 같은 대열에 서지 않으리라” 크게 반발했으나 유비는 의형제의 불만을 묵살하면서까지 황충을 우대했다.

 

윤석열정부 출범 후 첫 영수회담(領袖會談)이 내주 열릴 전망이다. 만나고 싶다는 윤 대통령 제안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응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의 최대 약점은 달리고 달린 불통 꼬리표다. 22대 총선 압승으로 잔뜩 교만해진 민주당이 실수 저지르기 딱 좋을 때가 윤 대통령이 재기를 노릴 적기(適期)다. 가령 야권의 앞뒤 가리지 않는 묻지마 공세 앞에 ‘국민 위해 과로사하고 싶으나 야당의 발목잡기에 번뇌하는 대통령’ 모습으로의 변신을 꾀할 수도 있다.

 

‘가장 기대되는 당선자’ 1위에 올랐다는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사례처럼 ‘밉상 A에게 당하는 불쌍한 B 지지하련다’는 심리의 힘, 동정표의 힘은 크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최저치의 지지율(상세사항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을 최근 기록했다. 윤 대통령으로선 지금은 체면이고 습관이고 뭐고 다 내다버리고 배수진(背水陣)을 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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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한 前 여의도연구원 미디어소위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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