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지난해 발간한 에세이 '디케의 눈물'에서 "권력, 돈, 편견, 선입견에 휘둘리지 않는 '정의의 여신'은 어디에 있는가?"라고 외쳤다.
2019년 가을 서초동을 밝힌 촛불집회 때 집 서재에서 숨죽여 울었던 그 심정을 되살리며 이 책을 썼다고 밝힌 조 대표는 "지금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법과 법치주의에는 오직 혹형만 강조되고 있을 뿐 '연민'과 '정의'가 빠져 있다"면서 "대한민국에서 작동하는 법치의 논리는 피가 묻은 칼을 무지막지하게 휘두르는 망나니를 닮아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마디로 '검찰공화국'의 폭압으로 대한민국에서 '법치주의'가 무너지고 '정의'가 사라졌다는 것. 자신이 교수직에서 물러나고, 아내가 구속되고, 딸의 의사면허가 박탈된 것도 모두 '망나니(검찰)'가 휘두른 피 묻은 칼 때문이라는 논리다.
폭압적인 법권력 때문에 '정의의 여신' 디케가 분노와 연민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고 개탄했던 그가 총선을 앞두고 '조국혁신당'을 창당했다. 정당의 1호 강령이 '검찰개혁'이다. 소위 '검찰권력'을 분산하기 위해, 검찰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것을 첫 번째 행동강령으로 삼은 것이다.
심지어 지난 12일엔 "22대 국회 입성 후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하겠다"며 전직 법무부 장관에게까지 칼을 겨눴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가리켜 "'검찰독재'의 황태자"라고 비난한 그는 "선택적 수사에 골몰하는 '정치검찰'에 대한 국민의 준엄한 심판이 필요하다"며 "조국혁신당이 맨 앞에 서겠다"고도 했다.
자신의 가정이 풍비박산된 것은 '선택적 정의'에 따른 표적수사 때문이고, 무너진 정의와 법치주의를 바로세우기 위해선 '원흉'인 검찰독재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것. 그것이 바로 자신이 22대 국회에 들어가야 하는 이유라고 말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조 대표의 행보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딸을 의사로 만들기 위해 온갖 범죄를 서슴지 않은 자가 '정의'와 '법치'를 운운할 자격이 있느냐는 것이다.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조국혁신당에 대한 20~30대 지지율이 '0'에 수렴할 정도로 낮게 나타났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조 대표의 입시 부정 사건을 보면서 젊은층이 기대했던 '공정'과 '상식'이라는 기준이 현저히 어긋난 대명사로 조 대표를 인식하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그런 그가 정당을 만들고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나서는 것 자체가 젊은층에겐 '2차 가해'처럼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조 대표가 하필 한동훈 비대위원장 딸의 '논문 대필 의혹'을 타깃으로 삼은 것에 대해서도 비판의 소리가 높다. 자신과 가족을 겨냥한 검찰 수사를 "선택적 수사"라고 비판했던 그가 한 위원장 가족에 대한 의혹을 특검 과제로 선택한 건, '자녀 입시 문제만큼은 한 위원장도 어쩔 수 없다'는 논리를 덧씌우기 위한 물타기라는 지적이다.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한 라디오 방송에서 조국혁신당의 '한동훈 특검법'을 가리켜 "공당에서 낼 수 있는 공약이라기보다는 개인적 원한 같은 것들이 뻗쳐 있는 느낌"이라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딸아이 표창장을 위조하고 온갖 문서를 위조해서 부정 입학시킨 그 사람이 교육 기회 평등을 말한다면 국민이 뭐라고 보겠는가"라며 "제정신 가진 사람이, 낯짝이 있다면 그런 얘기를 하겠느냐"라고 꾸짖었다.
진 교수 외에도, 자녀 입시 비리 등으로 2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사람이 정당을 만들고 '기회균등이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나선 것은 "내로남불의 극치"라는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여권에선 "그분이 상징하는 '상징 자본'은 내로남불뿐" "오로지 정치보복을 위한 출마" "'조국방탄당'으로 당명을 바꾸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네티즌들은 "자신의 잘못이나 과오를 조금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철면피' 정치인들을 대체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느냐"고 쓴소리를 내뱉는 실정이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조국혁신당을 지지하는 이들은 지난해 '디케의 눈물'을 구매했던 40~50대뿐이다. 지난해 9월 기준으로 구매율이 1.8%에 불과했던 20대 이하 젊은층은 이번 조국혁신당에도 등을 돌리는 모습이다.
안타까운 점은 '내로남불의 대명사'가 돼 버린 사람이 뻔뻔하게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나서는 것을 법적으로 막을 도리가 없다는 점이다. 40~50대 '친문 세력'의 지지를 등에 업은 조국혁신당은 서울 등 일부 지역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보다도 높은 지지율(15~20%)을 얻고 있다. 비례후보를 신청한 조 대표의 국회 입성이 꿈같은 일만은 아닌 상황이다.
'근묵자흑(近墨者黑)'이라고, 음주 및 무면허 운전, 선거법 위반 등으로 법적처벌을 받은 이들이 조국혁신당에 모여들고 있다. 훗날 조 대표가 대법원 판결로 감옥에 가도 다른 당원이 비례의원을 승계할 수 있다는 꼼수도 숨어 있다. 국민의힘이 이를 막기 위해 '조국·황운하 방지법(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입법부를 장악한 민주당이 버티는 한 통과를 자신할 수 없는 게 오늘날 대한민국 정치의 현실이다.
이제 조 대표가 했던 말을 고스란히 돌려줘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권력, 돈, 편견, 선입견에 휘둘리지 않는 '정의의 여신'은 어디에 있는가? 지금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법과 법치주의에는 '정의'가 빠져 있는 듯하다.
온갖 비리와 범죄로 실형을 선고받은 이들이 국회의원을 '감히' 꿈꿀 수 있는 나라. 부정 입학으로 사회 질서를 무너뜨린 자가 '유튜버'로 돈방석에 앉는 나라. 이런 나라가 과연 정의롭고 공명정대하며 법치주의가 올바로 선 나라라 할 수 있을까.
"단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선거판이 벌어지고 있다"는 개탄의 소리가 나온다. 그리스 신화에서 '디케(Dike)'는 정의가 훼손된 곳에 재앙을 내리는 신으로 그려진다. 이번 총선에선 우리 모두가 디케가 돼, 무너진 '정의'와 '도덕', 그리고 '법치의식'을 바로세워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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