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자랑하던 시스템공천이 이른바 '친명횡재, 비명횡사' 논란으로 빛을 잃어 잿빛으로 변해가고 있다. 민주당 의원평가에 '친명(친이재명) 조사업체'가 참여해 공정성 논란을 자초하는가 하면, 이재명 대표 주변에 머물며 '명비어천가'를 부른 인사들은 연달아 공천장을 손에 넣고 있다.
이에 반해 이 대표 체포동의안 때 찬성표를 던졌거나 쓴소리를 했던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은 공천 과정에서 고배를 마셨거나 친명계 자객공천들과 경선해야 하는 얄궂은 운명에 처했다. 오는 4월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발톱을 숨겨온 이 대표가 민낯을 드러내자 야권 양심 세력 사이에서는 "민주적 절차를 잃은 민주당에 '민주'가 사라졌다"며 가슴을 치고 있다.
'이재명표 공천'의 핵심은 사천(私薦)을 넘어 '막천'(막가는 공천)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방탄 연장 시도에 그치지 않고 법정에서 자신과 측근들 무죄를 위해 뛰고 있는 '대장동 변호인 6인방'에게도 공천장을 나눠 주고자 경선 기회를 준 것이 대표적 막천 사례다.
한때 대한민국 최고의 검사라고 해서 '조선제일검'으로 불린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대장동 변호인들의 공천 가능성에 대해 "보통 이런 범죄 행위를 방어하는 변호인들은 그 범죄 혐의의 내막을 잘 알기 마련이고 이 대표 입장에서는 무서울 것"이라며 "이것은 단순한 대장동식 공천을 넘어 변호사비 대납 공천"이라고 지적했다.
평소 한 위원장과 대척점에 있던 판사 출신 이수진 의원도 이 대표의 백현동 판결에 대해 "제가 재판연구관 출신이니 그 판결문을 보는 순간 빤히 (결과가) 보였다"며 "백현동 판결을 보고 실망해서 탈당 선언을 하려고 했으나 그사이 컷오프 됐다"고 고백했다. 이 의원은 한때 이 대표의 친위대로 결성된 '처럼회' 7인 중 한 사람이었다. 최근 공천 탈락에 반발해 민주당을 탈당했다.
이러한 현상에 한 비명계 의원은 폭주하는 이 대표를 그리스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쓴 '지중해 기행'에 등장하는 이탈리아의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에 견줬다. 책에는 카잔차키스가 1926년 무솔리니와 인터뷰를 한 뒤 느낀 소감을 서술한 구절이 등장한다.
"그는 멈출 수가 없다. 멈추면 패배한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독재자들의 가장 큰 특징이자 가장 비극적인 고뇌가 바로 이것이다. 그들은 쉬지 않고 싸워 이겨야만 한다. 멈춰 서거나 결단을 못 내리거나 토론을 시작하는 순간 그들은 패하고 만다."
해당 구절이 약 100년 전에 쓰였지만 오늘날 이 대표의 행보와 상당히 닮아 있다. 멈춰야 할 때 멈추지 않고 무리하게 차기 대선을 탐하려는 이 대표의 공명심은 무솔리니가 파시즘을 앞세워 이탈리아를 위기에 몰아넣었던 것처럼 대한민국 정치를 공멸의 길로 내몰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 교집합'이 형성된다.
"냉정한 판단과 단호한 용기를 길러 물러날 때와 행동해야 할 때를 정확히 알고 움직여야 한다." 공자의 말씀을 이 대표가 다시 한 번 되새겨 볼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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