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지극히 개인적 소견 담은 담론
업보는 돌고 도는 법…앞으로는 개심하길
주꾸미(쭈꾸미)는 문어과(科) 연체동물의 하나다. 표준어로는 주꾸미라 표기한다곤 하지만 필자는 그냥 관습법에 따라 쭈꾸미로 쓰도록 한다.
쭈꾸미는 고추장 한 큰 술로 전신을 팩하고서 대파‧양파로 몸단장한 채 후라이팬(프라이팬)에 온 몸을 내맡기는 우리의 훌륭한 밥반찬‧술안주 친구다. 그런데 이 맨들맨들 쭈꾸미가 고고학계에 일약 센세이션 일으킨 때가 있었다. 2007년 ‘바다 속 천년수도’ 발견 사건이 그것이다.
그해 5월 충남 태안 안흥항 인근에서 쭈꾸미를 때려잡던 어부 A씨는 유독 눈부신 빛나리 쭈꾸미를 발견했다. 통상 소라 껍데기가 든 그물 안에 들어간 쭈꾸미는 그 안에 알을 낳은 다음 자갈 등으로 입구를 막는다고 한다. 그런데 빛나리 쭈꾸미가 마개로 쓴 도구는 돌멩이가 아닌 자그마치 ‘고려청자(高麗靑瓷)’였다.
고려청자는 중국‧일본 등의 그것은 감히 따라오지 못하는 특유의 신비로운 비색(翡色)이 특징이다.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황홀경(恍惚境)에 젖게 한다. 때문에 비교적 대량으로 생산됐던 중세에도 실크로드(Silk Road‧비단길)를 따라 중동‧유럽에 고가(高價)로 팔려나갔다. 자연히 고유의 제조기술이 실전(失傳)된 오늘날에 이르러 당대 때 만들어진 고려청자의 몸값은 이루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이러한 귀하디귀한 약 800년 전의 고려청자를 쭈꾸미가 미끌미끌 갖고 놀고 있었던 것이다.
놀라 나자빠진 A씨는 암시장에 천문학적 돈 받고 넘길 수 있었음에도, 물론 당연히 그러면 안 되므로, 정직하게 당국에 신고했다. 눈썹 휘날리게 달려온 학자들에 의해 고려청자 등 유물 ‘2만5000여점’이 실린 화물선 태안선(泰安船)이 인양됐다. 대한민국 건국 이래 고고학계가 거둔 최대 쾌거였다.
쭈꾸미 사건은 연쇄효과도 일으켰다. 태안선 발견으로부터 약 두 달 뒤, 태안선 발견장소에서 약 3㎞ 떨어진 섬 마도(馬島) 인근에서도 청자 26점이 한꺼번에 그물에 걸려 올라왔다.
문화재청이 해저를 열심히 삽질한 결과 진흙 속에 묻혀 있던 고려시대 침몰선 3척이 2009년부터 잇달아 발굴돼 ‘마도 1‧2‧3호’로 명명(命名)됐다. 마도 1호에서 발견된 목간(木簡)‧죽찰(竹札)에 의해 해당 선박이 1208년경 수령현(遂寧縣‧지금의 장흥)‧죽산현(竹山縣‧해남)‧회진현(會津縣‧나주) 등에서 거둔 화물을 수도 개경(開京)으로 옮기던 조운선(漕運船)인 것으로 확인됐다. 태안선은 1131년, 마도 2호는 1200년 무렵, 마도 3호는 1264~1268년 사이에 각각 난파됐다고 한다.
그런데 이 모든 세기의 대발견을 가능케 했던, “트위스트 추지 말고 제발 최초의 청자를 온전히 내놓거라” 사람들이 우쭈쭈 달랬을 게 뻔했던 우리의 쭈꾸미는 어떻게 됐을까.
청자에 정신 뺏긴 사람들은 누구도 쭈꾸미의 생사(生死)를 알지 못했다. “‘쭈꾸미 공덕비(功德碑)’라도 세워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누구도 쭈꾸미에 신경 쓰지 않았다. 그리고 태안선 발견으로부터 무려 7년이 지난 2014년, 비보(悲報)가 전해졌다.
2014년 11월7일 KBS 유모 기자는 ‘취재 후 - 쭈꾸미가 열어준 보물창고’ 제하 기사에서 “위에 보시는 사진은 당시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나중에 찍은 사진”이라며 “아쉽지만 보물선을 발견하게 해준 그 주꾸미는 청자와 알을 뺏긴 채 공판장에 팔려나가 사진이 남아 있지 않다”고 밝혔다. 빛나리 쭈꾸미는 청자 발견이라는 사람들 좋은 짓만 해준 채 토사구팽(兎死狗烹) 아니 로또쭈팽을 당했던 것이다.
필자가 금일(28일) 기사 작성 중 만든 신조어이긴 하지만, ‘팽명(팽 당한 친명)’ 측의 반발이 거세다. 공천학살 피해자임을 자처하며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이수진 의원이 친정에 대한 각종 의혹을 제기한데 이어 금일 사실상 컷오프(공천 배제)된 안민석 의원도 경선을 요구 중이다.
이들은 그간 자기 스스로를 대단한 존재로 여겼을지 모르나, 찐명(진짜 친명)이 보기엔 결국 보물단지 껴안은 쭈꾸미에 지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그들에게서 본회의장 머릿수 채우기나 지역별 총선 전략 아이디어 등 필요한 것만 취하고 나면 언제든 볶아 먹어버릴 수 있는 한 끼 식사로 여겼을 여지가 적지 않다.
팽명 일부도 과거 “누가 수백조 재산을 가졌다”는 둥의 어처구니없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남을 쭈꾸미 취급하고 그 등골 빨아먹으며 제 살을 찌운 바 있다. 세상사 돌고 도는 법, 업보(業報)는 반드시 돌아오는 법이다. 개심(改心)하길 바란다.
오주한 前 여의도연구원 미디어소위 부위원장 [email protected]
촌철살인입니다 글을 참 잘 쓰시네요
많이 부족합니다. 감사합니다
와! 글이 술술 읽힙니다.
부족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