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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재명發 의정농단을 찢어버려야

오주한

엄당정치 끝에 천 갈래 만 갈래 ‘찢긴’ 환관 위충현

방탄국회 조장 논란 李, 민의의 전당 오염 말아야

 

“도련님 거기는 찢지 말아주세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10일 검찰출석 길에 터져 나온 누군가의 일갈이었다. 이 대표가 과거 형수에게 했다는 패륜적 욕설을 비꼰 것이었지만 한편으로는 방탄국회 등의 폐해를 찢어버리자는, 다시 말해 ‘의정농단’을 근절하자는 의미로도 해석됐다.

 

전근대에도 갖은 범법을 저지르며 방탄정치를 조장하고 나아가 허망한 대권까지 꿈꿨다가 끝내 시커먼 야망이 갈기갈기 찢겨져버린 인물이 있다. 16~17세기 엄당(閹黨)을 조직하고서 명나라를 좌지우지하며 멸망 직전으로 몰고 간 환관 위충현이 악행의 주인공이다.

 

본래 위사라는 이름으로 태어난 위충현은 당초 동네건달 출신이었다. 그는 어느 날 시정 불량배와 도박판을 벌였다가 판돈을 모두 잃고 길거리에 나앉게 됐다. 삶이 막막해지자 위충현은 대담하게도 남성의 심볼을 제 손으로 제거하고 환관이 돼 재기를 도모했다.

 

위충현은 출세를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았다. 심지어 상관에게 아부하기 위해 성(姓)을 갈고 한 때 이름을 이진충으로 바꾸기까지 했다. 시정잡배 출신으로서 잔머리에 능했던 그는 환관 우두머리 왕안의 신임을 사 훗날 천계제가 되는 주유교의 친모‧유모 수발을 들기도 했다. 남성성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었던지 유모 객 씨와 사통(私通)하기도 했다.

 

그렇게 위충현에게 크게 의지하던 천계제가 황위에 오르자 천하는 위충현의 것이 됐다. 공부와는 담을 쌓은 탓에 글조차 읽고 쓰지 못했던 천계제는 목공예에만 관심을 두면서 정사(政事)를 위충현에게 일임했다. “천계제가 앉은 황제라면 위충현은 선 황제”라는 말까지 나돌 정도로 위충현의 권세는 하늘을 찔렀다.

 

위충현은 우선 야바위꾼 시절의 수완을 발휘해 마치 대장동 개발특혜 사건과 같은 대규모 공공사업 등을 벌여 재물이란 재물은 모조리 수탈했다. 후일 황제가 바뀌고 위충현이 낙향할 때 그의 집에서 나온 짐은 큰 수레 40대 분량이었다고 한다. 짐을 싸는 데만 3일이 걸렸다고 한다.

 

오늘날의 국회와 비슷한 면이 있는 붕당(朋黨)정치 체제 하에서 오로지 자신만을 위한 사당(私黨)을 꾸리기도 했다. 위충현의 전횡이 심해지고 백관들로 구성된 동림당(東林黨)의 탄핵상소가 빗발치자 탄생한 방탄정치였다. 위충현의 붕당은 환관들이 주축이 됐다 해서 엄당으로 불렸다. ‘엄(閹)’은 남성성이 사라진 사내들을 일컫는다.

 

위충현의 측근은 위충현의 눈 밖에 나거나 배신할 자들의 명단을 추려 살생부도 작성했다. 리스트에 오른 이들은 예외 없이 잔인하게 살해됐다. 때문에 엄당에는 동림당 대학사 고병겸‧최정수 등 목숨을 부지코자 하거나 환관의 권세에 빌붙어 출세가도를 달리고자 하는 사대부들도 대거 합류했다.

 

견제세력을 숙청한 위충현은 급기야 대권을 노리기도 했다. 그는 “황제에게 인사할 때 만세를 외치니 내게 인사할 땐 ‘구천구백세’를 외쳐라”는 명을 수하와 백성들에게 내렸다. 위충현은 황제 앞에서도 배례하지 않았으며 스스로를 요순(堯舜)에 비교하기까지 했다.

 

요순은 성군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고대의 요임금‧순임금을 일컫는다. 요임금이 친자식 대신 순임금에게 선양(禪讓)했다는 점에서 위충현이 얼마나 대권을 탐냈는지 알 수 있다. 실제로 그는 ‘태아’ 상태인 황자(皇子)를 천계제의 후임으로 세우려다 실패하자 역모를 검토하기도 했다.

 

이처럼 부정축재를 일삼고 방탄의회를 형성하며 나라까지 훔치려 했던 위충현의 농단은 결국 갈가리 찢겨지고 말았다. 객 씨와 박자를 맞춘 위충현은 나라에 위협이 된다며 어린 황자들마저 제거해버린 상태였기에 황위 계승권자는 천계제의 장성한 동생들뿐이었다. 적폐청산을 빙자한 이러한 자충수 끝에 천계제가 재위 7년만에 사망하고 주유검이 숭정제로 등극하자 위충현의 운명은 풍전등화가 됐다.

 

당시 각 정치세력 간 상호견제를 위한 붕당정치는 이미 와해되고 조정은 위충현의 심복들 천지였다. 때문에 현명했던 숭정제는 위충현 처단에 신중을 기하면서 우선 백관들 환심을 사는데 주력했다.

 

결국 대세가 바뀌었음을 느낀 백관들이 황제의 편에 서기 시작하자 압박감을 느낀 위충현은 낙향을 택했다. 위충현이 수도를 뜨자마자 숭정제는 체포령을 내렸으며 자신의 시대가 끝났음을 절감한 위충현은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다. ‘구천구백세’를 자처했던 그의 시신은 수도로 압송돼 천참만륙(千斬萬戮‧천 갈래 만 갈래로 찢음)에 처해졌다. 엄당 구성원 수백명도 처형‧유배 등 중형을 피해가지 못했다.

 

이 대표의 검찰출석 길에는 민주당 의원 수십명이 마치 경호하듯 동행했다고 한다. 1월 임시국회도 민생국회가 아닌 방탄국회 아니냐는 비판을 사고 있다. 국회는 국민을 위한 민의(民意)의 전당이지 누군가를 위한 ‘권위의 전당’은 아니다. 정도(正道)를 어기는 자는 결국 대가를 치르게 돼 있다. ‘구천구백세’를 외치며 나는 새도 떨어뜨렸으나 천 갈래 만 갈래로 찢겨져버린 위충현의 결말을 이 대표는 잊지 말아야 한다.

 

https://m.ledesk.co.kr/view.php?uid=4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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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한 [email protected]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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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한이 없습니다.
  • 오주한<span class=Best" />
    오주한Best
    작성자
    2023.01.12

    이재명 씨 덕분에 민주당도 찢길 판국이더군요. 적절한 네이밍이 아닐 수 없습니다

  • 오주한<span class=Best" />
    오주한Best
    작성자
    2023.01.11

    이재명 씨가 분명히 했던 발언 등을 토대로 썼습니다만..칼럼 내용이 어쩔 수 없이 저속하게 된 점 대신 양해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풀소유

    분수를 모르는 권력욕이 이렇게나 무섭습니다.

    항상 좋은 칼럼 감사합니다.

  • 풀소유
    오주한
    작성자
    2023.01.11
    @풀소유 님에게 보내는 답글

    이재명 씨가 분명히 했던 발언 등을 토대로 썼습니다만..칼럼 내용이 어쩔 수 없이 저속하게 된 점 대신 양해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타마시로티나
    오주한
    작성자
    2023.01.12
    @타마시로티나 님에게 보내는 답글

    이재명 씨 덕분에 민주당도 찢길 판국이더군요. 적절한 네이밍이 아닐 수 없습니다

  • 장미슈퍼
    2023.02.08

    ㅆㅅㅌ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