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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재영 복귀? 한국 배구 발전에 무슨 도움이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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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마시로티나 연예인

https://sports.news.naver.com/news?oid=047&aid=0002369957

 

[주장] 반성없는 학폭 가해자, 팬들은 원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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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배구 미디어데이 행사장 앞 학폭 가해자 규탄 트럭 19일 오후 2022-2023 V-리그 여자부 미디어데이가 열리는 서울 강남구 리베라호텔 앞에 학창 시절 폭력 논란을 빚은 이재영의 영입을 검토 중인 페퍼저축은행을 규탄하는 트럭이 세워져 있다.

 

 

'학교 폭력' 논란으로 사실상 국내 배구계에서 퇴출된 전 배구선수 이재영의 '깜짝 복귀' 가능성이 거론되며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했다. V리그 새 시즌 개막을 바로 코앞에 둔 시점에서 축제 분위기가 되어야 할 프로배구가 졸지에 부정적이고 어수선한 논란에 휩싸이게 됐다. 지난 10월 19일 2022~2023 V리그 여자부 미디어데이가 열리는 서울 강남구 리베라호텔 앞에서는 이재영의 영입을 검토 중인 페퍼저축은행을 규탄하는 트럭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재영은 쌍둥이 자매인 이다영과 함께 한때 여자배구의 간판스타로 통했지만, 지난 2021년 2월 팀 내 불화설에 이어 학창 시절 폭력 논란이 터지며 한국 배구의 금기어로 추락했다. 쌍둥이 자매가 학창시절 수시로 동료와 후배들에게 언어·신체적 폭력·금품 갈취 등을 저질렀고, 심지어 흉기로 위협하기까지 했다는 구체적인 경험담이 올라오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결국 쌍둥이 자매는 지난 2월 소속팀 흥국생명으로부터 무기한 출전 정지 징계에 이어 방출 수순을 밟았고 국가대표 자격까지 박탈 당하며 올림픽에서도 나서지 못 했다. 여기에 10월에는 이다영의 비밀결혼과 가정폭력 의혹까지 터져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자매는 거듭된 논란에도 끝까지 진심어린 사과와 자숙보다는 오히려 피해자들을 고소하는가하면 언론플레이를 통하여 '칼은 들었지만 휘두르지는 않았다'는 망언으로 대중의 분노를 자아냈다.
 
두 자매는 국내에서 활동할 길이 막히자 해외 진출을 모색했다. 대한배구협회가 자체 징계를 이유로 국제이적동의서 발급을 거부했지만 국제배구연맹(FIVB)이 쌍둥이의 학폭 징계가 해외진출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해석하고 대신 이적동의서를 허가하면서 그리스 여자 프로배구 PAOK 테살로니키와 계약했다.
 
하지만 이재영은 지난해 11월 왼쪽 무릎 통증으로 귀국하여 재활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로서는 그리스 복귀를 비롯하여 해외리그 재진출이 불투명한 상태였다. 그런데 최근 페퍼저축은행이 이재영과 접촉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페퍼저축은행은 지난해부터 V리그에 참가한 신생구단으로 2021-2022시즌에는 3승 28패(승점 11)로 최하위에 그쳤다. 사실상 올시즌도 최약체 후보로 꼽힌다.
 
현재의 전력으로는 탈꼴찌가 어렵다는 전망이 유력한 가운데 페퍼저축은행으로서는 실력만큼은 이미 검증된 이재영의 영입을 타진한 것으로 보인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페퍼저축은행은 이재영과 두 차례 정도 접촉한 것은 사실이지만, 구체적인 영입이나 계약 조건에 대한 논의 등은 없었고 추후 만남에 대해서도 확정된 게 없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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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시즌 각오 밝히는 김형실 감독 19일 오후 서울 강남구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도드림 2022-2023 V-리그 여자부 미디어데이에서 페퍼저축은행 김형실 감독이 각오를 밝히고 있다.

 

 

김형실 페퍼저축은행 감독은 "현재 자유계약선수인 이재영을 어떤 구단이 만나든 문제가 될 것은 없다. 구단에서 베테랑이나 에이스 영입을 검토하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구단을 두둔하며 이재영의 영입 가능성을 열어놓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다만 김 감독은 여론을 의식한 듯 "아직은 알아보는 수준이었을 뿐이다. 이재영이 배구계에 공개적인 사과를 하거나, 반성의 시간을 가지는 등 선행 조건이 갖춰진 다음의 이야기"라고 전제를 달기는 했다.
 
김 감독의 해명이 틀린 것은 아니다. 냉정히 말해 제도적으로만 따지면 이재영의 국내 복귀나 프로팀이 영입을 추진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재영은 대한민국배구협회로부터 국가대표팀 영구 제명 징계를 받기는 했지만, 한국배구연맹에서 뛰는 데는 제약이 없다. 자유계약선수이기 때문에 페퍼저축은행이 아니라 어느 팀과도 계약할 수 있는 상황이다. 2022~2023시즌 4라운드 시작일인 2023년 1월 4일 전까지 등록하면 출전이 가능하다. 또한 김 감독의 주장처럼 실력만 보자면 어느 팀이나 이재영같은 선수가 있다면 영입을 원하는 마음은 비슷할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여론이다. 팬들은 학교 폭력 가해자인 이재영의 배구계 복귀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만으로도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미디어데이 행사장은 물론이고 모기업인 페퍼저축은행 본사와 연고지인 광주광역시청에도 트럭시위와 근조화환이 등장하며 이재영의 영입 시도에 비판적인 팬들의 메시지가 전해진 것은 여전히 이 사안이 뜨거운 감자라는 것을 보여준다.
 
가장 최악의 대처 보여준 자매

학교폭력 논란은 지난해 한국 사회 전체를 크게 뒤흔든 이슈 중 하나다. 배구계는 물론이고 스포츠계 각 종목과 연예계에 이르기까지 가리지 않고 수많은 이들이 파문에 휩싸였다. 그리고 이재영-이다영 자매는 바로 그 논란의 시발점에 있었다.
 
심각한 학교 폭력 자체도 문제였지만, 이후로 두 자매가 보여준 행태는 '학폭 가해자'로서 '반면교사이자 기준점'이 됐다. 두 자매는 피해자와 원만한 합의도, 법적인 해결도, 진지한 사과나 반성의 의지도 보여주지 않았다. 오히려 피해자들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가 하면, 자신들의 해명을 막았다며 구단을 탓하기도 했다. 또한 국내 활동이 어렵게 되자 대한배구협회와 팬들의 반발도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해외 진출을 추진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학폭 가해자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최악의 대처였다.
 
'지금이라도 반성과 사과가 먼저'라는 김형실 감독의 이야기 이면에는 '그러한 조건만 갖춰지면 이재영을 영입할 수도 있다'는 속내가 깔려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다. 반성과 사과라는 것도 '타이밍'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학폭 논란에 휘말리고도 다시 복귀하거나 꾸준히 활동을 이어간 케이스도 있다. 이들은 비록 대중의 호불호는 갈릴지언정 피해자와 합의하거나 징계를 이수하고 자숙 시간을 가지는 등, 복귀의 명분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절차를 거쳤다는 공통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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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20년 10월 경기에 출전한 이재영과 이다영(왼쪽).

 

 

반면 이재영 자매에게는 학폭 논란이 처음 벌어졌을 당시나 그 직후로도 용서를 구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하지만 그녀들은 문제를 회피하거나 축소하는 데만 급급했고, 잘못을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다는 진정성을 보여주지 못했다.

지금은 반성하기에도 이미 너무 늦었다. 이제와서 사과하는 모양새를 취한다고 해도 국내 복귀와 여론 무마를 위한 '조건부 반성'이라는 싸늘한 시선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가해자의 반성이 프로구단의 선수 영입을 충족하기 위한 통과의례 정도로 안일하게 취급되는 것도 문제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이재영이 지금 배구계에 돌아오는 것이 한국 배구의 발전에 무슨 도움이 되는지도 돌아봐야 할 필요가 있다. 오늘날 대중들은 더 이상 '운동만 잘하면 다 용납된다'식의 논리에 오히려 거부감을 느낀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는 최근 신인드래프트에서 학폭 전력이 있는 김유성을 지명하여 엄청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김유성 역시 이재영 자매와 마찬가지로 피해자들과의 합의나, 반성의 진정성을 인정받지 못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온라인과 각종 정보의 발전으로 여론이 활성화된 현대에서는 시간이 조금 흘렀다고 해서 과거의 잘못이 잊혀지지 않는다. 한국 스포츠도 이제는 선수의 실력보다 인성을 더 중시하고 '클린스포츠'를 추구하는 흐름으로 가고 있다. 지금의 이재영은 그러한 '뉴 노멀'에 부합하지 않는다. 구단 이미지 손상 및 팬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학폭 가해자를 영입하려는 시도는 앞으로도 공감을 얻기 어려울 것이다.

 

이준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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