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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헤어질 결심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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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하여

헤어질 결심 2

국무총리는 신문 보고 알았다는 영빈관 신축, 참배 못한 조문 외교, 한·일 정상 ‘약식 회담’, 한·미 정상 ‘48초 환담’, 대통령의 비속어 파문.

 

지난 일주일여간 대통령실의 행보는 촌극의 연속이었다. 아니, 촌극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다. 나라가 어떻게 돌아가고 국정책임자는 무슨 생각으로 일하는지. 대통령에 대한 지지 여부를 불문하고 국민 우려를 자아내고 낯을 화끈거리게 하는 일들이 잇따랐다. 윤석열 대통령의 두번째 해외 순방은 조문 빠진 ‘조문 외교’로 시작됐다. 별세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에 대한 참배는 “현지 교통 사정 때문”에 불발됐다. 대통령실에선 ‘늦게 도착한 다른 정상들도 못했다’ ‘성당에서 하는 장례가 진짜 국장’이라고 해명했지만 ‘도대체 영국에 왜 갔냐’는 질문이 되돌아왔다.

 

2년8개월 만에 이뤄진 한·일 정상회담은 저자세 외교 논란을 낳았다. 대통령실은 회담을 한다는데 일본 측은 정해진 게 없다고 막판까지 신경전을 벌였다. 윤 대통령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찾아갔다. 회담장에는 양국 국기나 회담 테이블도 마련되지 않았다. 회담 후에도 대통령실은 ‘약식 회담’이라고 했지만 일본은 ‘간담회’라고 했다. 강제동원 피해 배상 등 핵심 현안에 대한 진전도 없었다. 아사히신문은 일본 당국자 말을 인용해 “우리는 만나지 않아도 되는데 여러 번 만나고 싶다고 한국이 요청해 만났다. 한국은 일본에 빚을 졌다”고 전했다.

 

대통령실이 30분으로 예상했던 한·미 정상회담은 불발됐고 ‘48초 환담’에 그쳤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해결 등 가시적 성과도 얻지 못했다. 대통령실은 “바이든 대통령이 우리 측 IRA 우려를 잘 안다고 인정한 게 진전”이라고 밝혔다. 미 백악관은 환담 결과 보도자료에 IRA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되레 48초 환담 뒤 행사장에서 나오던 윤 대통령의 비속어 사용 논란이 불거졌다.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언급한 듯한 장면이 취재진의 영상 카메라에 잡혔다. 대통령실은 15시간 뒤에야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고, ‘이 XX’는 야당을 지칭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국민들은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비속어를 반복해서 들어야 했고, 음성학 전문가까지 동원됐다. 인터넷상에는 ‘봄바람 휘바이든’ ‘태극기 휘바이든’ ‘조 날리면’ 등 패러디들이 번졌다. 대통령실 해명은 또 다른 파장을 낳았다. 앞에선 ‘초당적 협력’ 운운하더니 뒤에선 야당을 깔보는 야당 폄훼, 입법부 무시 논란으로 번졌다. 이런 상황에 대해 사과나 유감 표명은 없었다.

 

일련의 논란들은 대통령실 주변의 문제점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윤 대통령의 거친 언행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익히 알려진 바다. “검찰 출신에 상남자 스타일”(국민의힘 의원)이라고? 외교 무대는 총칼 없는 전쟁터다. 국가지도자의 언행이 불러올 파장에 대한 충분한 자각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참모들은 도대체 무얼 했나. 대통령실의 부실과 아마추어리즘도 심각하다. 조급함만 앞섰지 준비를 철저히 하지 못한 책임을 면치 못한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한·미, 한·일 정상회담 개최 합의를 섣불리 발표해 결과적으로 운신의 폭을 좁혔다. 혹시 전 정부 뒤집기나 차별화에 대한 집착이 이런 결과를 낳은 것 아닌가.

 

순방 직전 백지로 돌린 영빈관 신축 계획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실 이전 도그마에 사로잡혀 밀어붙이기만 했다. 불어난 이전 비용 등 ‘청구서’가 날아들고 있다. 윤 대통령은 혈세 낭비를 개탄하는데 대통령실은 불쑥 영빈관 신축 예산을 끼워넣었다. 총리는 신문 보고 알았다고 하고, 대통령실 수석 대부분도 모른다고 한다. 그런데도 책임 소재는 가려지지 않고 있다. 이거야말로 국기문란 아닌가.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은 지난 13일 전 직원 조회에서 “어디서 짱돌이 날아올지 모른다”고 했다. 문제는 바깥이 아니라 안이다.

 

윤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한 치도 국민의 뜻에 벗어나지 않도록 살피겠다”고 한 지 40일이 지났다. 고물가 저성장 위기, 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대립 등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시대. 국민은 불안하다. 윤 대통령은 대선 당시 자신의 검찰 이력을 들며 “(부패세력은) 딱 보면 견적이 나온다”고 했다. 이 정부는 견적이 안 나온다고 느끼는 건 필자뿐일까. 대통령에게 익숙한 것과 ‘헤어질 결심’은 서지 않은 모양이다.

 

[입력 : 2022.09.26 03:00 수정 : 2022.09.26 03:01 / 김진우 경향신문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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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주는밍구리<span class=Best" />

    미국과 헤어질 결심한 윤석열

  • 민주는밍구리

    미국과 헤어질 결심한 윤석열

  • 위하여
    작성자
    2022.09.26

    윤짜증은 ‘이 XX’는 야당을 지칭한 것이라고 해명했다고 하는데

    작금에 대한민국에 특정 소수를 제외한 윤짜증에 대한 반감이 많은

    불특정다수인 국민들을 야당이라고 지칭을 했을 때 국민들을 향해

    XX라는 표현이 과연 적절한 것 일까요?

     

    파평 윤씨가 양반인데 이 양반은 놉하고 만든 후손인가 봅니다.

    예의 범절도 없이 기본이 안 되어 있는 것을 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