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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반페미의 급진적인 행보, 이대로 괜찮을까

내청춘의영원한

우리나라는 범죄자들의 얼굴을 가려 주고 신상을 보호해 줌으로써 출소하고 나서 그들이 갱생 가능하도록 도와준다. 범죄자로 낙인찍혀 봤자 출소하면 범죄자라는 주홍글씨 때문에 오히려 더 큰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일시적으로는 이것이 가해자를 보호해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이것은 사회적인 측면에서 우리나라 범죄율을 줄일 수 있는 효율적인 방향으로 진전된다. 그래서 나는 하나의 집단이나 사상을 사회악으로 치부하고 맹목적으로 비난하는 분위기가 결국 그 집단을 양산해 내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현대 사회에서 남녀 갈등이 유독 공격적인 것은 상대만 잘못했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그들이 세력을 확산해 나가기 때문이다. ‘우리’는 잘못이 없다고 굳게 믿음으로써 피해 의식이라는 늪에 빠져들고 모든 책임은 외부에 있다는 맹목적인 믿음이 뿌리 깊이 자리 잡으면서 ‘우리’에 반하는 사상을 지닌 집단에게 공격성을 띄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남성과 여성으로 나뉘어 대립하기 이전에 생각의 차이를 먼저 인정해야 한다. 나와 반대되는 의견을 가졌다고 해서 상대에게 무조건적인 비난을 가하는 태도는 ‘나’는 대화 불통이라는 이미지를 심어 주면서 ‘나’로 하여금 할 줄 아는 게 맹목적인 비난과 조롱밖에 없는 사람으로 보여지게 한다. 이러한 대화 불통이 결국 상대방도 똑같은 방식으로 자신의 생각과 반대되는 사람을 보면 무작정 비난하고 반대급부로 몰고 보는 눈눈이이 태도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소통하기를 거부한 그들은 각자의 울타리 안에서 내 집단에 유리한 정보만 좇고 동시에 혐오를 조장하는 정보를 누가 더 많이 퍼뜨리나 경쟁하게 된다. 이런 정보들을 우리가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나도 모르는 새에 감정적인 군중 심리에 동조하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우리는 살기 바쁘기 때문에 정보 습득에 최소한의 시간만 할애하려 한다. 결국 팩트 체크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각자 입맛에 맞는 정보만 골라먹으려는 편향에 치우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지속된다면 양극화는 점점 더 심해질 것이고 혐오감으로 뭉친 급진적 반대파들이 계속해서 생겨날 것이다. 행위에 대한 비판이 아닌 존재에 대한 비난은 소통이 불가능해진 사회를 만들고 이런 사회는 서로가 합의점에 도달할 수 없게 만든다. 페미들의 한남몰이를 이어 반페미가 보여 주고 있는 페미몰이가 제2의 페미니즘을 탄생시키는 셈이다.

BJ 잼미가 자살했다는 소식을 접했을 것이다. "페미니즘"이라는 사상에는 동의하지 않으나 우리의 주적인 김정은과 공산당을 찬양하지 않는 이상 사상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한다. 만약 어떠한 사상이 잘못되었다는 걸 지적하고 싶다면 정당한 논리를 들어서 반박을 하거나 비판을 하면 된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특정 사상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비판이 아닌 ‘비난’을 받아 마땅한 사람은 없다. 게다가 잼미는 페미니즘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뻑가의 페미몰이로 인해 엄청난 인신공격을 받아야만 했다. 이제 와서 뻑가에게 돌을 던지는 게 무슨 소용이겠냐만은 잼미의 사망에는 뻑가가 일조한 부분이 분명 있다고 생각한다. 뻑가 외에도 부당하게 잼미를 비난하고 그녀를 페미로 몰아갔던 반페미들에게도 책임이 있다. 그들은 초기 페미니즘이 비판받았던 맥락이랑 무서울 정도로 비슷하게 행동하고 있다. 그들에게는 이제 커뮤니티 용어를 모르고 쓰는 것도 죄가 되는 것이다.

​여가부와 여성 단체가 척결 대상이라는 점은 나도 동의한다. 여가부는 쓸떼없는 혈세를 낭비하는 세금 먹는 하마이며 여성들에게 지나친 피해 의식을 심어 주는 존재이다. 또한 문정부와 좌파 쪽에서 여성 친화적인 정책들만 내면서 남녀 갈등이 심각해진 것이 사실이다. 다만 어떠한 사상이 탄생하는 데는 그만한 근거가 있기 마련이다. 반페미 탄생에 일부 여성들의 책임이 있듯이 페미의 탄생에도 일부 남성들의 책임이 분명 있다. 페미니즘과 여성 단체는 남녀 갈등의 ‘근본적인’ 원인이 아니라 ‘하나’의 줄기에 불과하다. 우리는 하나의 줄기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그 뿌리를 제거하기 위해 여러 가지 줄기들을 헤아리면서 고쳐 나가려 노력해야 한다.

급진적인 반페미들은 남녀 갈등의 원인을 오로지 여가부와 여성 단체를 비롯한 페미들이 제공했다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무조건적인 페미 까기에 눈살을 찌푸리거나 동조하지 않는 사람들은 페미일 것이라고 멋대로 규정짓는다. 페미가 하고 있는 ‘자기 합리화’를 그대로 따라 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행동들은 일부 여성들로 하여금 페미보다 반페미에 더 큰 적대감을 느끼게 만든다. 물론 내가 이렇게 생각하는 데에는 내가 남자가 아니라는 이유도 작용할 것이다. 사실 급진적인 사상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일반 여성이라면 페미에 관심이 없는 게 현실이다. 페미들이 남성을 주 타깃으로 공격하기에 남성들보다는 페미에 대한 적대감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남성은 급진적인 페미들의 악행이 더 커다랗게 느껴질 것이고 여성은 급진적인 반페미들의 악행이 더 크게 느껴지는 것이다.

페미와 반페미는 서로의 잘못한 점만 극대화시키고 노출시킴으로써 서로의 인식을 망치고(물론 스스로 자처한 부분도 있다) 갱생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혐오가 혐오를 낳으면서 혐오의 총량이 커지게 되는 것이다. 이제는 페미니즘, 반페미니즘을 넘어서 남자를 싫어하는 분위기, 여자를 싫어하는 분위기가 그들 사이에서 교묘하게 유도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가 조성되다 보니 일부 여성들은 페미니즘에 친화적이고 일부 남성들은 반페미니즘에 친화적일 수밖에 없다. 상대방의 혐오감을 혐오하면서 그들은 서로와 똑같이 행동하려는 모순을 보여 준다. 서로가 건전해지기를 거부하는데 과연 급진적인 페미와 반페미가 세력을 확산해 나가는 것을 우리가 막을 수 있을까.

그들은 페미와 반페미의 이중적이고 이기적인 모습을 지적하며 둘 다 옹호하지 않는 중립적인 태도를 이해하지 못하며 무조건 모 아니면 도라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다. 너 페미 욕 안 해? 너 반페미 안 해? 너 페미야?/너 페미들의 사상에 반대해? 너 한남이야? 이런 식으로 흑백 논리를 적용시켜서 누구보다 앞장서서 남녀 갈등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페미만 패는 건데”, “한남만 패는 건데” 이런 식의 착각을 제대로 하고 있다. 결국 성별 유대감으로 인해 여성은 페미니즘, 남성은 반페미니즘에 동화되어 버리는 상황을 그들이 연출시키고 있는 것이다. 혐오감을 주체하지 못하고 자신들이 그렇게 싫어하던 ‘좌파식 정체성 정치’에 말려든 꼴이다.

신체적인 약함으로 인해 여성이 성범죄나 강력 범죄의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건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다만 여자 입장에서의 여러 가지 고충이 있듯이 남자 입장에서도 군대 문제, 결혼 비용 등 여러 가지 고충이 있다는 걸 인정하고 알아줘야 한다. 여자니까 여성 인권을 위해 싸우겠다는 말은 남자니까 남성 인권만을 위해 싸우라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 개인은 개인으로 존중해 줘야지 여성이라는 집단으로 우대받으려 하는 순간 우리는 부당함의 늪에 빠지게 된다. 나는 우리 사회가 서로의 고충에 공감하고 상대방을 이해해 줌으로써 이제는 남녀 상생의 길로 나아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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