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구속을 주장하는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의 트랙터 상경 시위가 1박 2일간 이어졌다. 전농의 전봉준 투쟁단 소속 트랙터와 화물차 80여 대 가운데 일부는 경찰 버스를 들어 올리려 했다. 일부 시위대는 경찰 폭행 혐의로 연행되기도 했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사전 신고가 이뤄졌더라도 모든 시위를 무제한으로 할 수 있는 건 아니"라며 "현장에서 발생한 물리적 충돌과 집회지역 이탈은 집시법상 금지되는 불법행위"라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21일 서초구 남태령 고개 일대에서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로 진입하려던 트랙터와 화물차 80여 대가 경찰에 저지된 뒤 그 자리에서 28시간 넘게 대치했다.
경찰은 양방향 도로에 경찰차로 차벽을 세워 남태령 고개 8차선 도로를 전면 통제했다. 전농은 광화문 집회 현장과 대통령 관저로 가겠다며 맞섰다.
앞서 영남과 호남에서 출발한 이들은 지난 19일부터 농업 4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 행사를 규탄하며 상경 집회를 이어 왔다.
서울경찰청은 전농이 낸 사전 행진 신고에 '극심한 교통 불편을 야기할 수 있다'는 이유로 전농의 트랙터 진입을 불허했다. 전농은 트랙터 행진 규모가 크지 않고 1개 차로로 진행되는 만큼 경찰의 결정은 재량권을 남용한 위법이라고 반발했다.
현장에서는 물리적인 충돌이 빚어졌다. 트랙터 3대는 중앙통제선을 침범해 역주행하고 경찰 버스를 들어 올리려 했다. 일부 트랙터는 유리창이 깨지기도 했다. 결국 트랙터 3대는 저지선을 뚫어 동작대교까지 내달리다 저지당했다.
집회에 가세한 시위대 2명은 경찰관 폭행 혐의로 경찰에 연행됐다. 경찰은 이러한 행위가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상 신고 범위를 벗어난 '불법행위'라고 밝혔다.
◆ "허가제 아닌 신고제여도 무제한 시위, 불가"
전농 측은 "사전에 행진 신고가 이뤄졌음에도 경찰이 과도하게 저지한 건 불합리하다"는 입장인 가운데 법조계에서는 "현행법상 집회·시위가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라 하더라도 무제한 시위는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집회와 결사의 자유는 헌법 21조에 규정된 기본권이기에 모든 집회는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로 운영된다. 집시법은 사정이 다르다. 집시법 5조는 '공공의 안녕 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한 집회 또는 시위'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집시법 12조는 교통 소통을 위해 주요 도로에서의 시위를 제한할 수 있다고 못박고 있다.
경찰은 당초 트랙터 최고 시속이 30km라 교통 흐름에 불편을 끼친다는 이유로 전농의 트랙터 행진에 '제한 통고'를 했다. 실제로 이틀간 경찰과 전농의 대치로 과천대로 양방향이 통제되면서 주말에 극심한 교통 혼잡이 발생했다.
서정욱 변호사는 "집시법에 따르면 무제한 시위는 불가능하다"며 "헌법에서 보장하는 집회 시위의 자유가 폭력 시위까지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경찰의 처분이 유효한 상태에서 강행되는 시위는 불법 시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어 "저속으로 달리는 트랙터는 교통의 흐름을 막고 사고 위험이 크기에 경찰의 진입 금지 처분이 정당하다"고 했다.
이인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누구나 공공 장소에서 시위할 권리는 있더라도 방법, 시간, 장소에 대해 신고를 하더라도 (경찰과) 조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독일에서도 헌법상 집회 시위의 자유를 보장하지만 평화적인 시위만 허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의 경우 미국이나 독일, 프랑스 등은 집회 시위의 자유가 타인의 기본권과 균형을 이루도록 공권력을 적절히 사용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국내처럼 집회나 시위의 자유를 보장하지만 시위 장소를 벗어나 통행을 방해하거나 일반 시민을 위협하면 모두 불법으로 간주해 경찰을 투입한다.
최진녕 법무법인 씨케이 변호사도 "사전 신고만 한다고 다 되는 게 아니라 집시법에 따라야 한다"며 "트랙터와 화물차는 잠재적인 위험성이 있어서 경찰이 통제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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