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못 막은 한덕수 체제, 못 미더운 민주당 … '탄핵 외'엔 교체 불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된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야권의 '비토론'이 거세다. 한 총리가 비상계엄을 막지 못했다는 것인데, 민주당은 한 총리의 '탄핵안 초안'을 마련한 상태에서 향후 행보를 지켜보겠다는 방침이다.

14일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탄핵소추의결서가 대통령실에 전달되면서 윤 대통령의 권한은 즉시 정지됐고, 한 총리가 헌법재판소 판결 전까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됐다.

한 총리는 외교·국방·치안 담당 장관 및 합참의장과 통화하고, 안보·치안 관련 긴급 지시를 가장 첫 행보로 잡았다. 이후 임시국무회의와 대국민담화, 국가안전보장회의를 개최해 국정 공백 최소화에 나섰다.

학계에서는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 행사 범위를 두고 '현상 유지설'을 다수설로 본다. 1987년 체제 이후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는 단 두 번뿐이었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당시 고건 국무총리 대행과 2016년 박근혜 대통령 당시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었다.

두 권한대행의 역할도 '현상 유지'에 집중됐다. 첫 일성은 국방부에 경계 강화와 외교부에는 대외 신인도 유지, 행정안전부에는 치안 확보에 힘써 달라는 당부였다. 한 총리도 이들과 비슷한 행보로 첫 행보를 시작한 셈이다.

민주당 강경 친명(친이재명)계는 한 총리 체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유는 한 총리가 윤 대통령과 내란 주요 혐의자라는 것이다. 민주당은 지난 9일 국가수사본부에 한 총리를 내란죄 혐의로 고발한 상태다. 한 총리가 3일 밤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 심의에 참여했기에 내란을 공모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논리다.

한 총리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소식을 듣고 대통령실에서 끝까지 선포를 만류한 것으로 전해진다. 계엄 관련 논의에서 배제되고 선포 직전 사실상 통보를 받은 상황에서 5분가량 진행된 국무회의에서 어떤 역할을 하기는 힘들었다는 것이 한 총리 측의 견해다.

한 총리는 지난 11일 국회 본회의 긴급 현안질문에서 "(계엄 선포에) 걱정하고 반대했다"며 "대한민국 경제, 대외 신인도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것이다. 국민의 수용성도 없을 것이라고 (윤 대통령에게)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민주당의 뜻대로 한 총리 체제를 배제하려면 그가 자진해서 사퇴하거나, 또다시 권한대행 탄핵안을 제출하고 표결해야 한다. 당 지도부에서는 계속된 탄핵 추진으로 피로감이 커진 상황에서 무리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 총리가 탄핵당하면 다음 권한대행 승계자는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다. 하지만 최 부총리도 지난 3일 국무회의에 참석했다. 최 부총리도 마찬가지로 계엄 반대 입장을 내놨다. 한 총리를 탄핵하자는 논리로 계엄 국무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권한대행 순번의 장관이 나올 때까지 탄핵당할 수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민주당이 국정 마비 세력이라는 부정적 인식을 여론에 심어줄 필요도 없다.

게다가 한 총리가 향후 국정 운영을 야당과 협의해 나갈만 한 사람이라는 점도 언급되고 있다. 김대중 정부에서 경제부총리를 맡았고, 노무현 정부에서 마지막 국무총리를 재낸 만큼 야권과 합리적 소통에 문제가 없다는 인식도 존재한다. 결국 야권은 한 총리의 탄핵안이 이미 마련된 상황에서 한 총리의 행보를 일단 두고 볼 예정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의 한 최고위원은 뉴데일리에 "한 총리는 여야 이념에 치우치기보다는 합리적으로 상황을 판단하는 분으로 유명하지 않느냐"면서 "권한대행으로서 무리한 행보를 한다거나 하면 탄핵안을 고려해 보겠지만, 현재는 좀 지켜보자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비명계(비이재명계)의 의견도 대동소이하다. 문재인 정부 마지막 국무총리였던 김부겸 전 총리는 "대통령 권한대행의 업무는 극히 제한돼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를 복기해 보면 된다"며 "(탄핵을 남발하는 것은) 민주당이 힘을 주체하지 못하는 인상을 줄 수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