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계엄 사태 이후 내홍에 빠진 당을 수습하고자 새 원내대표를 선출했지만, 도리어 표류하는 난파선이 될 위기에 봉착했다. 일찌감치 '탄핵 반대'를 강조한 친윤(친윤석열)계의 권성동 의원이 원내사령탑에 올랐기 때문이다. 당 안팎에서는 '탄핵 찬성'으로 돌아선 한동훈 대표와의 대립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뒤따르고 있다.
12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5선의 권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새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투표에 참여한 소속 의원 106명 중 약 68%에 달하는 72명이 권 의원에 투표했고, 상대 후보였던 김태호 의원은 34표를 얻었다.
권 신임 원내대표는 계엄 사태 이후 자중지란에 빠진 당의 전열을 재정비하고 원내 총의를 모아 정국 안정 수습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등의 막중한 과제를 떠안았다.
당장 시급한 과제는 오는 14일 대통령 탄핵소추안 재표결에 대한 당론을 도출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당론 결정 과정에서 한 대표와의 갈등을 최소화하는 노련한 정치력이 요구된다.
하지만 이런 긴박한 상황에서도 당의 파열음은 권 신임 원내대표 선출 전후로 더욱 커지고 있다. 원내대표 선거 직전 잇따라 발표된 한 대표의 기자회견과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는 친윤계와 친한계 사이의 갈등을 더욱 증폭시켰다.
우선 탄핵안을 두고 엇박자가 났다. 원내대표 선거 직전 한 대표는 기존의 '조기 퇴진' 입장을 '탄핵 찬성'으로 선회했으나, 권 신임 원내대표는 당선 직후 "지금 당론은 탄핵 부결"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한 대표를 향한 친윤계 등 당 의원들의 '사퇴' 요구도 커지고 있다. 특히 비상계엄 선포 과정과 민주당의 헌정 질서 파괴 행위를 지적한 윤 대통령의 담화 직후 한 대표가 "사실상 내란을 자백하는 취지"라고 주장하자 당 의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의총장에서 의원들은 한 대표를 향해 "사퇴하라", "무엇을 자백했다는 말이냐"라며 항의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의총 도중 취재진과 만나 "우리가 만든 대통령을 우리 스스로 탄핵하겠다는 것은 정말 비겁한 정치"라며 한 대표의 탄핵 찬성 주장을 비판했다. 윤 의원은 또 "(탄핵 대선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게 정권을 헌납하겠다는 것 아니냐"고 쏘아붙였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원내대표 선거 후 페이스북에 "대통령 담화에 대해서도 우리 모두 차분히 그 의미를 곱씹어보자. 이제는 냉정하자"며 "함부로 내란죄 자백 운운하는 한 대표의 언행은 가벼워도 너무 가벼웠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런 때는 우리 모두 더 무거워지고 신중해지자"라며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서는 헌법과 법적 절차에 따라야 한다"고 했다.
강승규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헌정질서 붕괴 위기! 야당 공세 부화뇌동? 한 대표는 경거망동하지 마십시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당에서 배출한 대통령의 제명과 출당을 함부로 추진하고, 의원들과 사전 논의도 없이 탄핵 찬성을 마음대로 주장하고, 국민의힘이 한동훈만의 당이냐"며 "탄핵 정국을 헤쳐나가야 할 집권여당의 대표직은 혼란을 틈타 자기 정치를 할 만큼 한가한 자리가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김민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의 경우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 지도부가 다 사퇴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장동혁 최고위원이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 위원직을 사퇴하겠다고 한다'는 질문에 "탄핵이 가결되면 다 사퇴는 당연하다, 지도부가 다 붕괴돼야지 있으면 이상한 것"이라며 한 대표도 사퇴 대상에 포함된다는 취지로 말했다.
권 신임 원내대표에 대한 친한계의 비토 여론도 커지고 있다. 특히 탄핵을 찬성하겠다는 친한계의 공개 선언이 늘고 있다.
한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권 신임 원내대표 당선 직후 사실상 탄핵 찬성을 시사했다. 1차 표결 당시 찬성표를 던진 안철수·김예지 의원과 찬성표를 예고한 김상욱·김재섭·조경태·진종오 의원에 이어 7번째다.
한 수석대변인은 페이스북에 "대통령의 거취는 본인이 선택하는 게 아니라 국민이 선택해야 하는 것이고, 국민의 선택에 우리 당도 따라야 한다"며 "이번 주 토요일 표결에 반드시 참여해 바로잡겠다"고 했다.
대통령 담화에 대해서도 '차분함'을 강조한 친윤계와 달리 친한계에서는 "국민을 분노케 한 담화"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번 담화는 국민이 쌍욕을 할 정도로 분노하게 만드는 발표였다"며 "이제 윤석열 씨라고 하겠다"고 했다.
당내 충돌이 커지는 가운데 권 신임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탄핵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다만 이틀밖에 남지 않은 탄핵안을 두고 총의를 모으기까지는 지난한 과정이 예상된다. 이날 공개 찬성을 포함해 원내대표 선거 당시 김 의원에게 향한 34표는 잠재적 이탈표라는 해석이 잇따른다. 김 의원은 이날 정견 발표에서 "대통령의 손을 놓을 때가 됐다"며 탄핵 찬성을 시사했다.
http://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4/12/12/202412120031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