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를 두고 외신에서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일본의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그 배경에 3명의 김씨가 있었다는 분석을 내놨다.
닛케이는 '한국 비상계엄, 윤 대통령의 폭주와 3명의 '김씨' 그리고 한계에 다다른 심리 상태' 제하의 논평에서 "44년 만에 선포되고 하루 만에 해제된 비상계엄을 둘러싼 의문은 여전히 많다"면서 그 배후에 김건희 여사,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등 '3김'을 지목했다.
우선 닛케이는 윤 대통령이 3일 밤늦게 발표한 비상계엄 선언의 배경 중 하나로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은 10%대로 떨어지고, 주요 법안이나 인사 모두 제대로 진행되지 않으며 짜증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현재 심의 중인 내년도 예산안의 '제로 쇼크'가 결정타가 됐다"고 진단했다.
이에 닛케이는 "'이대로는 치안을 유지할 수 없다. 야당의 방식은 내란에 가깝다'고 윤 대통령은 분노를 드러내며 어떤 수를 써서라도 야당의 움직임을 저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는 야당에서 김 여사를 둘러싼 부정 의혹과 스캔들을 집중적으로 추궁하고 있는 상황이 주효했다고 봤다. 대통령 부인에 대한 야당의 무차별적인 공격에 윤 대통령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분석이다.
닛케이는 "윤 대통령은 '부인 문제만 나오면 사람이 변한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며 "대통령 부부의 선거 공천 개입 의혹의 열쇠를 쥐고 있는 명태균씨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새로운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우려해 계엄령으로 국면을 전환하려 했다는 시각도 있다"고 분석했다.
두 번째 김씨는 김용현 전 장관이다. 청와대 경호처장을 지낸 김 전 장관은 충암고 선배로서 윤 대통령과 각별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계엄령 발령의 실질적 주도자로도 지목된다.
닛케이는 김 전 장관에 대해 "국방의 책임자로서 윤 대통령에게 비상계엄을 강력히 권유하고 유도한 핵심 인물로, 이번 사건의 배후에서 실행 역할을 한 인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전 국방부 장관은 머릿속에서 이를 계속 구상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대통령 선거 때부터 안보정책을 자문해온 김 전 장관이 '지금 아니면 안 된다'면서 윤 대통령에게 속삭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닛케이는 세 번째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꼽으면서 계엄령 선포 당시 강경한 반공 이념을 드러냈다고 짚었다.
닛케이는 "비상계엄 선언에서 윤 대통령은 한국 야당 등을 '반국가 세력'으로 간주하며 북한 지도부와 동일시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윤 대통령이 계엄령의 이유로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서"라고 밝힌 점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면서 "종북은 북한에 동조하는 세력을 의미하며 윤 대통령의 적대적 태도가 고스란히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닛케이는 "윤 대통령은 지난해 8월15일 광복절 기념 연설에서도 '공산 전체주의에 맹종하고 조작과 선동으로 여론을 왜곡하며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는 반국가 세력이 여전히 활개 치고 있다'고 언급했다"면서 "윤 대통령은 한국의 국가 정체성을 형성하는 역사에서 '항일'보다 '반공'을 중시한다"고 분석했다.
또한 닛케이는 윤 대통령이 "젊은 시절, 미국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저서 '선택의 자유'를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는 것을 전하면서 "그는 철저한 자유주의 신봉자로 공산주의를 극도로 혐오하며 자신의 정치 활동에서도 '이념'을 최우선으로 여긴다"고 설명했다.
대통령 취임 연설에서는 '자유'를 35번 언급하며 시장경제와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강조한 점도 들었다.
닛케이는 "북한은 최근 헌법 개정을 통해 한국을 '적대국가'로 규정하며 대결 의지를 분명히 했다"면서 "또 러시아와 사실상의 군사 동맹을 맺으며 윤 정부를 위협하고 있어 이에 대해 윤 대통령도 '북한이 도발하면 몇 배로 보복하겠다'면서 강경한 태도를 고수해 왔다"고 전했다.
닛케이는 한국 내 보수층에는 좌파·혁신 정당이 아직도 북한의 영향 아래 있다고 믿는 강경파가 존재한다면서 "야당이 치안 관련 예산을 깎으면서 윤 씨는 속을 끓이고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아울러 닛케이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체계적이고 계획된 조치라기보다는 즉흥적이고 감정적인 반응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닛케이는 "국회에 투입된 군 병력과 경찰의 움직임을 보면 이번 비상계엄령은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된 것이 아니라 돌발적이고 충동적인 성격이 강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은 이제 세계 최고의 IT 강국이다. 계엄령으로 군대를 동원해 강압적으로 반대 세력과 행정·사법·언론까지 억누르는 반세기 전의 방식이 통용될 리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 보수파 관계자를 인용해 "대통령의 성격은 누구도 이해할 수 없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며 "그래도 깊이 생각하기 전에 최악의 사태는 면했다고 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일본 자위대에 근무하면서 정보전에 정통한 전 간부는 윤 대통령이 '에코 챔버(echo chamber)' 현상에 빠진 듯하다고 분석했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마쓰무라 고로 전 통합막료 부장(한국의 합동참모본부 차장)의 인터뷰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에코 챔버 현상이란 반대 의견과 접촉하는 일이 줄면서 자신만의 정보에 갇힌 상태를 뜻한다. 자신과 비슷한 가치관이나 정보, 주장만을 반복적으로 접하면서 '확증 편향'과 같은 사고방식에 빠지기 쉽게 만든다.
고로 전 부장은 윤 대통령이 3일 기자회견에서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 되었다"거나 "지금까지 패악질을 일삼은 망국의 원흉 반국가 세력을 반드시 척결하겠다"는 발언을 한 부분을 문제 삼았다.
이에 대해 "극우 성향의 유튜버와 인플루언서들이 즐겨 사용하는 표현"이라며 "아무도 예상치 못한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배경에는 일종의 기이한 정신상태가 깔려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에코 챔버 현상은 스마트폰 알고리즘에 의해 자신의 주장과 비슷한 뉴스만을 보게 되면서 발생한다"며 "일반인들에게도 일어나고 있지만, 정치지도자, 특히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 있는 대통령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 무서운 일"이라고 짚었다.
이어 "한국의 정부·여당 내부에도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을 텐데, 윤 대통령이 자신의 의견에 동조하는 목소리만 듣게 된 것"이라며 "비상계엄에 관해서도 정부에서 토론조차 없이 반대 의견을 밀어붙인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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