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 퇴진 운동에 '올인'하는 모습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재미를 봤던 민주당 지도부가 공개 석상에서 "6개월 내 승부를 보자"는 주장을 하고 나선 것이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민석 민주당 수석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진행된 장외 집회에 참석했다. 좌파 시민사회가 주최하는 집회에 민주당이 동참한 것이다.
이 자리에서 김 최고위원은 "'김건희를 특검하라', '윤석열을 심판하라', '이재명은 무죄다' 이게 다른 얘기냐. 같은 얘기"라며 "국회 임기는 윤석열보다 1년 길고, 국민 임기는 영원무궁하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박근혜 다 못 버텼는데 무슨 수로 버티냐"고 했다.
이어 "50일 후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전에 판을 바꾸자. 성탄절엔 주술 정권 퇴치를 노래하고, 송년회엔 10명만 모여도 시국 선언을 하고, 트럼프에겐 평화로 노벨상을 권하자"면서 "5, 5, 25, 25주. 6개월 안에 승부를 내자. 내년에는 나라를 바꾸자"고 했다.
민주당을 이끄는 지도부의 핵심 인사가 같은 진영 군중들을 모아 놓고 윤 대통령 퇴진 시한까지 거론한 것은 처음이다. 정치권에서는 김 최고위원의 6개월 내 승부를 내자는 발언이 결국 이 대표의 의중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재판 일정과 정확히 일치하는 6개월이라는 수치가 김 최고위원에게서 나왔기 때문이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달 15일 선거법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되면 10년간 피선거권을 잃는다. 선거법 재판은 1심은 6개월, 2·3심은 각 3개월 안에 끝내게 돼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를 지키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이 대표의 정치생명이 6개월 안에 종료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6개월론'을 꺼내든 김 최고위원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복심으로 불린다. '신명(신이재명)계'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사람이 김 최고위원이다.
그는 이 대표가 말하기 힘든 주제에 대해 직접 나서 강경한 목소리를 내왔다. 이른바 '총대'를 맨 것이다. 대부분의 발언은 이 대표의 이익을 중심으로 맞춰져 있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관련 목소리가 대표적이다. 금투세는 이 대표에게 가장 큰 고민을 안겨준 현안으로 꼽힌다. 금투세 시행 목소리가 컸던 민주당을 향해 개미 투자자들의 비판이 쏟아졌고, 금투세를 '재명세'라고 부르며 낙선 운동을 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금투세 방향을 놓고 장고했다. 이 때문에 당내 혼란이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김 최고위원은 돌연 금투세 유예를 주장했다. 이 대표의 대선 시간표에 정확히 맞춘 3년 유예를 꺼내 들었다. 김 최고위원의 발언 이후 친명(친이재명) 인사들을 중심으로 유예론이 본격 제기됐고, 이후 이 대표는 유예를 넘어 폐지를 결정했다.
민주당은 장외 집회에서 줄곧 '김건희 특검'을 중심으로 이슈를 제기해 왔다. 하지만 김 최고위원이 공개 석상에서 6개월 시한을 정해 윤 대통령 퇴진을 주장하면서 야당 내 정권 퇴진 운동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민주당의 한 중진의원은 2일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김 최고위원이 사실상 이 대표가 가슴에 품고 있는 말을 대신 해준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집권하는 것을 멀찌감치서 지켜본 이 대표가 결국 정권 퇴진을 본격화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친명 인사들 사이에서는 2016년 정치 상황만큼 강력한 트리거가 없다는 우려도 크다. 당시에는 이미 세월호 참사 등 대형 악재가 박근혜 정권을 압박하고 있었다. 이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박 전 대통령의 직무수행이 불가능해질 정도로 여론이 악화됐다.
반면 윤 대통령의 최저 지지율은 20%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을 경험했던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윤 대통령은 밉지만, 탄핵은 절대 안 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친명으로 불리는 민주당의 한 초선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쓰러질 듯 안 쓰러지면서 버티는 좀비 형 복싱선수 같은 느낌"이라며 "더 촘촘한 원내·원외 압박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이 대표가 윤 대통령 퇴진 전략을 세우기 전에 자신의 재판 결과에 승복하는 것이 먼저라는 지적이 나온다.
인요한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한 사람의 불법행위를 덮기 위해 모든 나라를 인질로 잡는 행위는 국민들이 심판할 것"이라며 "더불어민주당이 더불어 살지 않고 민주주의를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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