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위증교사 재판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자 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 대표가 5개의 재판과 13번의 선고를 남겨둔 상황에서 잔칫집 분위기를 내는 민주당이 윤 대통령 퇴진 운동에 본격적으로 나설 조짐을 보이자 정치권에서는 오만함의 극치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26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대표의 무죄 선고는 너무나 당연한 결과다. 진실과 정의의 승리"라며 "민주당은 국민과 역사를 믿고 한 치의 흔들림 없이 무도한 윤석열 정권과 싸워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이 국정농단·악의 축 윤석열· 김건희 부부를 심판하라고 분노하고 있다"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사는 길도, 한동훈 대표가 사는 길도 김건희 특검 수용 이외에는 없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 33부(부장판사 김동현)는 위증교사 혐의로 기소된 이 대표에게 1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위증을 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수행비서 김진성 씨가 같은 재판에서 벌금 500만 원을 받은 것과 상반된 결과다.
무죄 소식을 접한 민주당은 고무된 상태다. 이 대표는 재판 결과를 '사필귀정'이라고 했다. 정부·여당에는 "사람을 살리는 정치를 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가 법정을 나서자 일부 의원은 눈물을 보이고 환호했다. 이 대표의 지지자들은 이재명을 연호했다.
한껏 고무된 민주당은 윤 대통령 퇴진 요구를 외치기 시작했다. 이수진 민주당 의원은 "윤건희 공동정범을 국민과 함께 기소하겠다. 김건희 특검, 윤석열 퇴진으로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김용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사건 조작으로 야당 대표를 탄압하고 민주주의를 파괴한 최종 책임자 윤석열 대통령은 즉시 사과하고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의 전반적인 기조도 비슷하다. 민주당은 김건희특검법의 통과 여부를 보고 윤 대통령 퇴진 운동에 본격적으로 가세할지를 고민하고 있다.
올해 세 번째 김건희특검법을 국회에서 통과시킨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 이후 국민의힘의 움직임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민주당은 거부권에 의한 국회 재표결에서 여당의 이탈표가 필요하다.
국민의힘에서 이탈표가 나오지 않으면 즉각적으로 투쟁 기조를 김건희 특검 관철에서 '대통령 퇴진'으로 전환할 기세다. 당장 이번 주말 시민사회와 함께하는 집회에서부터 공식적으로 정권 퇴진 운동을 벌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샴페인을 터트린 민주당의 모습과 달리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는 여전히 상존한다. 5개의 재판, 15번의 선고에서 2번의 1심 선고만이 났을 뿐이다.
그마저도 지난 15일 공직선거법 재판 1심에서 서울중앙지법이 이 대표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에서 이 형이 확정되면 이 대표는 10년간 피선거권을 잃는다. 정치생명이 사실상 끝나는 것이다. 향후 재판 전망도 좋지 않다. 1심에서 생각보다 높은 형이 선고되면서 벌금 100만 원 이하로 형량을 낮추기가 녹록지 않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위증교사 재판 1심에서는 무죄가 선고됐지만, 2심에서는 어떠한 결과가 나올지 모른다는 것이 법조계의 전망이다. 검찰은 즉각적으로 항소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법리 논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중앙지법이 맡은 대장동·백현동·위례신도시·성남FC 사건은 재판이 복잡해 1심 선고 일정도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4개의 사건이 병합되면서 검찰과 변호인단 사이의 논쟁도 치열하다.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추진한 핵심 사업들에 관한 의혹으로 여론의 관심이 높다. 이 대표는 12월에만 이 재판으로 5번이나 법원에 출석해야 한다.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은 내년 1월 정식 재판이 열린다. 수원지법에서 열리는 이 재판에서 핵심 인물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1심에서 뇌물 및 외국환거래법 위반으로 징역 9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오는 29일 이 전 부지사의 항소심 선고가 예정돼 있는데, 여기서 중형이 선고되면 이 대표의 재판도 힘들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경기도 법인카드·관용차 유용 사건도 수원지법에서 재판이 진행된다. 이 대표의 배우자인 김혜경 씨는 이 사건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지만, 선거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150만 원을 선고받았다.
민주당 내에서도 들뜬 모습에 경계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여전한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나치게 감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열흘 전 선거법 재판과 지금의 민주당이 보이는 태도가 너무 달라 걱정"이라며 "우리가 스스로 너무 일희일비하는 모습을 보이면 국민에게 오만함으로 보여져 신뢰를 크게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당은 민주당이 정치 공세가 아니라 민생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6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대표가 말한 함께 가는 정치가 진심이라면 국정을 흔드는 야외 방탄 집회부터 중단해야 한다"며 "방탄용 롱패딩은 그만 접어두고 방한용 민생 예산을 헌법상 법 기한인 12월 2일 이내에 처리해 민생 온기가 전해질 있게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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