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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 대령 “채 해병과 한 약속 지키게 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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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윤수호

“채 해병과 한 약속 지키게 해주십시오” [포토IN]

n.news.naver.com

〈시사IN〉 사진팀 기자들이 포착한 대한민국의 오늘. 포토저널리즘의 힘을 이 사진에서 느껴보세요.

©시사IN 이명익원본보기

©시사IN 이명익

“생일 축하드립니다.” 예상치 못한 말이었다. 그간 사람들 앞에서 굳은 표정으로 자신의 자리를 지키던 그였기에, 살짝 돈 웃음기에도 주변 분위기가 금세 환해졌다. 11월21일 오후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 관련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의 결심공판이 있던 날,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 옆 천주교 군종교구청 입구까지 마중 나온 시민들은 마침 생일을 맞은 박정훈 대령에게 축하와 응원의 말을 건넸다.

하지만 박 대령의 얼굴에서 미소를 지우는 일도 이날 생겼다. 군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피고인은 현재까지 범행 일체를 부인하며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 이는 군 지휘체계와 군 전체 기강에 큰 악영향을 끼쳐 엄벌이 필요하다”라며 박 대령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박정훈 대령은 이렇게 말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듯이 진실을 언제까지 숨길 수는 없습니다. 거짓은 절대 진실을 이길 수 없는 법입니다. 재판장님, 우리 군에게 불법적인 명령을 하여서는 안 된다, 불법적인 명령에 복종하여서도 안 된다라고 말해주십시오. 우리 국민에게 정의는 살아 있고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는 사실을 알려주십시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자리에 보이지는 않지만, 언제나 함께하고 있는 고 채 해병에게 ‘너의 죽음에 억울함이 남지 않게 하겠다’라고 한 저의 약속이 지켜질 수 있게 해주시기 바랍니다.” 울먹임도 잠시. 최후진술을 마친 박 대령은 곧 의연한 모습을 되찾은 채 법정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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