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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프로배구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의 간판인 '배구 여제' 김연경이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겠다고 선언했다.
김연경은 13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GS칼텍스 서울KIXX와의 2024-2025 V리그 여자부 홈경기에서 3대 1 역전승으로 8연승을 견인한 뒤 수훈선수 인터뷰에서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겠다. 시즌 끝나고 성적이랑 관계없이 은퇴를 생각하고 있다"면서 은퇴 의사를 밝혔다.
9일 진행된 김해란(전 흥국생명) 은퇴식 때 "해란 언니를 따라가겠다"는 발언에 대한 의도를 묻는 말에 예상을 깨고 이번 시즌을 마지막으로 코트를 떠나겠다는 충격 선언을 한 것이다.
이어 "좀 빠르게 많은 분께 알려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컸는데 빨리 말씀을 못 드려서 죄송하다"며 "그러나 얼마 남지 않은 시합 잘 마무리할 거고 많은 분이 와서 제 마지막 경기를 봐주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은퇴를 결심하게 된 계기에 대해 "조금씩 생각을 하고 있었다"며 "오랫동안 배구를 해왔고, 많이 고민했었다. 주변 얘기도 있었고. 제가 생각했을 때는 지금이 좋은 시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쉽다면 아쉬울 수 있지만 언제 은퇴해도 아쉬울 거라 생각한다. 올 시즌 잘 마무리하고 제2의 인생을 살기 위해서 그런 선택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깜짝 은퇴 선언을 한 뒤 김연경은 구단 유튜브 채널 인터뷰를 통해서도 "은퇴 결심을 알려야 한다고 계속 생각했다. 언제가 좋을까 계속 고민했다"며 "마침 경기 뒤 인터뷰에서 질문이 나와서, 자연스럽게 내 뜻을 알렸다"고 은퇴 의사를 재확인했다.
그러면서 "많은 분이 놀라셨을텐데 꽤 오래전에 은퇴를 결심했고, 주위 사람들에게 알렸다. 내 주위에도 '진짜 은퇴할까'라고 생각하는 분이 있긴 했다"며 "많은 경기가 남지 않았지만, 많이 분이 배구장에 오셔서 내 마지막 경기들을 봐주셨으면 좋겠다. 웃으면서 응원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현재 흥국생명은 승점 67(23승 5패)로 여자부 선두를 달리고 있다. 2위 정관장(19승 8패 승점 53)과 격차를 승점 14로 벌리며 정규리그 1위를 위한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흥국생명은 정규리그 경기 8경기를 남겼다. 김연경의 바람이자, 많은 팬의 예상대로 흥국생명이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하면 5전 3승제의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한다.
흥국생명이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하고, 플레이오프 승리 팀과 5경기를 모두 치른다고 가정하면 현역선수로 코트에 설 기회가 최대 13경기 남은 셈이다. 김연경이 현역 마지막 경기는 4월6일 치러진다. 3경기에서 스윕할 경우에는 이보다 이른 4월4일이 '라스트댄스'다.
김연경은 한국을 넘어 세계 최고의 선수로 불리는 선수다. 타점 높은 공격과 파워, 유연성, 안정된 수비를 갖춘 '배구 천재' 김연경은 미국의 힘과 일본의 기술, 브라질의 순발력을 모두 겸비한 선수로 평가받았다.
2005-2006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흥국생명에 입단해 데뷔 시즌부터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V리그를 호령했다. 데뷔 시즌인 2005-2006시즌에 신인상, 정규리그&챔피언결정전 MVP, 공격상, 득점상, 서브상을 받았다.
이어 2006-2007, 2007-2008 세 시즌 연속 MVP를 수상했다. 흥국생명도 2005-2006, 2006-2007, 2008-2009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일본, 튀르키예, 중국 등에서 커리어를 쌓으며 경쟁력을 보여줬다. 특히 튀르키예리그 페네르바체에서는 리그 우승은 물론, 유럽배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우승(2011-2012시즌) 우승도 차지했다.
한국 여자배구 국가대표로 2012 런던올림픽과 2020 도쿄올림픽에서 대표팀을 4강으로 이끌었다. 런던 대회에서는 메달 획득에 실패했는데도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준 선수가 받는 MVP의 영예를 안기도 했다.
V리그에서 활동한 기간이 8시즌에 불과하지만, MVP는 역대 최다인 6차례 수상했다. 통산 득점 6위(5250점)에 올라있으며 최소경기 5000득점 기록(221경기) 역시 김연경의 차지다.
37세 김연경은 이번 시즌에도 여전히 V리그 톱 플레이어로 활약 중이다. 이날 GS칼텍스 전서도 팀 내 최다인 19점을 올리며 37세의 나이에도 정상의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 올 시즌 총 521득점으로 전체 6위, 국내 선수 1위에 올라있고, 공격부문 2위(성공률 45.3%), 퀵오픈부문 1위(성공률 54.5%)에 랭크돼 있다.
팀을 정규리그 1위로 이끌고 있다. 일본에 진출하기 전 마지막 챔피언전 우승인 2009년 이후 16년 만의 통합 우승을 꿈꾸고 있다.
"팀 성적과 관계없이 은퇴하겠다"고 말했지만, 김연경은 많은 팬 앞에서 그토록 원하던 챔피언 반지를 끼고 화려한 '라스트 댄스'로 마무리하는 장면이 마지막 씬이 되길 바란다.
김연경은 "우리 팀이 올 시즌에 정말 잘하고 있다"며 "많은 분이 저의 마지막 배구를 웃으며 즐겨주시길 바란다. 끝까지 배구장에 많이 와 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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