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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칼코마니처럼 닮은 차준환-김채연의 金 획득 과정 … '항일 운동 성지'서 日 넘었다

뉴데일리

'하얼빈의 쾌거'다.

한국 피겨스케이팅 남녀 싱글 간판 차준환(고려대)과 김채연(수리고)이 마치 데칼코마니처럼 꼭 닮은 과정을 거치며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 동반 금메달을 수확했다. 사상 최초 남녀 싱글 동반 금메달이다.

'클린 요정' 김채연은 13일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피겨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예상을 뒤엎고 우승했고, '피겨 프린스' 차준환은 바로 이어진 남자 싱글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사실 두 선수는 이번 대회의 유력한 '은메달' 후보였다.

평소 아시안게임 피겨에 2진급 선수들을 내보냈던 일본은 이번 대회에 예상을 깨고 간판선수들을 파견했다.

남자 싱글에는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카기야마 유마가 출전했다. 카기야마는 2021년, 2022년, 2024년 국제빙상연맹(ISU)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은메달을 따는 등 세계적인 강자로 활약했다.

여자 싱글에는 최근 3년 연속 ISU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을 차지한 사카모토 카오리가 나왔다. 사카모토도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 여자 싱글에서 동메달을 따는 등 현재 여자 싱글의 최강자로 꼽힌다.

강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히던 카기야마의 ISU 공인 개인 최고점은 310.05점으로, 차준환(296.03점)보다 높다.

최강자로 군림하던 사카모토도 마찬가지다. 개인 최고점 236.09점으로 김채연(208.47점)을 압도했다.

경기 흐름은 예상처럼 흘러갔다. 카기야마와 사카모토 모두 세계적 기량을 자랑하는 선수들인 만큼 차준환이나 김채연이 역전을 일구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차준환은 쇼트프로그램에서 2위인 94.09점을 획득해 1위 카기야마(103.81점)와 격차를 보였다. 김채연도 쇼트프로그램에서 71.88점으로 사카모토(75.03점)에 이은 2위에 올랐다.

특히 차준환의 역전 가능성이 낮아 보였다. 점수차가 큰 데다 프리스케이팅 프로그램의 난도가 카기야마가 더 높았다.

앞서 차준환은 지난해 11월 중순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2024 ISU 피겨 그랑프리 5차 대회 '핀란디아 트로피' 도중 고질적인 발목 부상이 악화해 프리스케이팅 출전을 포기했다.

부상 여파로 이후 대회에서는 프리스케이팅 난도를 낮췄다. 지난 시즌까지 콤비네이션 점프를 포함해 4회전 점프를 세 차례 뛰었으나, 부상 이후 4회전 단독 점프를 2개만 구사했다.

반면 카기야마는 프리스케이팅에 4개의 4회전 점프를 넣었다. 쇼트프로그램에서 점수 차도 적지 않았기 때문에 카기야마가 유리해 보였다.

하지만 차준환은 난도를 낮춘 대신 무리하지 않고 자신의 플랜대로 완벽한 연기를 소화했다.

반면 가기야마는 쿼드러플 러츠와 트리플 악셀을 수행하다 연거푸 넘어지는 등 점프 난조를 겪었다.

결국 프로그램의 전반적인 완성도를 높인 차준환은 10점에 가까운 점수 차를 극복하고 대역전극을 일궜다.

한국 피겨 남자 싱글선수가 동계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딴 것은 차준환이 처음이다. 차준환에 앞서 한국 피겨가 동계 아시안게임에서 획득한 메달은 이번 대회 여자 싱글의 김채연(수리고)까지 포함해 4개로, 아이스댄스와 여자 싱글에서만 나왔다.

1999년 강원 대회 아이스댄스에서 양태화-이천군 조가 동메달을 딴 것이 한국 피겨의 동계 아시안게임 최초 메달이다. 2011년 아스타나-알마티 대회에서는 곽민정이 여자 싱글 동메달을 땄고, 직전 대회인 2017년 삿포로 대회에서 최다빈이 여자 싱글 금메달을 수확했다.

김채연은 긴장감을 이겨내고 침착하게 안정적인 연기를 펼쳤다.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 총점에서 모두 개인 최고점을 작성, 예상을 보기 좋게 깨고 금메달 획득의 기쁨을 누렸다.

무엇보다 프리스케이팅에서 감점을 하나도 받지 않았다. 10%의 가산점이 붙는 연기 후반부의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비롯해 모든 구성 요소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반면 사카모토는 트리플 플립-트리플 토루프를 시도하다 빙판 위에 넘어지면서 실수가 나왔다. 점수차가 별로 크지 않은 상황에서 실수 하나는 희비를 갈랐다. 김채연도 역전 우승에 성공했다.

이로써 김채연은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달 김연아, 2017 삿포로 동계 아시안게임 최다빈에 이어 한국 피겨 역사상 세 번째 종합대회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피겨 선수로는 다소 늦은 11살의 나이에 피겨 선수의 길로 들어선 김채연은 국내에서도 2인자에 머물다가 2024년 4대륙선수권대회 은메달, 세계선수권대회 동메달을 따내면서 비로소 1인자로 올라섰고, 아시아 정상에도 오르며 에이스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차준환과 김채연 모두 뒤에서 두 번째 순서로 경기를 마친 뒤 믹스트존 인터뷰 도중 이어지는 일본 선수들의 경기와 결과를 스크린으로 지켜봤다.

두 선수의 반응도 판박이처럼 닮았다. 두 선수는 극적인 우승에도 차분하게 소감을 밝히며 경쟁 선수들을 존중했다.

김채연은 "얼떨떨하다. 믿기지 않는다"며 "사카모토는 정말 잘하는 선수인데 딱히 이길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차준환은 "경기 내용에 만족했고, 후회가 없기에 어떤 결과가 나와도 상관이 없었다"면서 환한 미소로 '하얼빈의 쾌거'를 만끽했다.

한국 피겨 역사에 큰 획을 그은 두 선수는 다음 주 서울에서 열리는 ISU 4대륙선수권대회에 나란히 출전한다.

한편 하얼빈은 한국 역사에 무척 중요한 장소다. 일제강점기에 항일 독립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된 곳이다. 1909년 10월26일 오전 9시30분 안중근 의사가 초대 조선 통감인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곳이 하얼빈역이다.

한국인들에게 항일운동의 성지로 상징되는 하얼빈에서 공교롭게도 일본 선수들이 연달아 미끄러지면서 '피겨 남매'가 일본을 꺾는 드라마를 연출했다. 선수단 관계자의 말처럼 '하얼빈 땅의 좋은 기운'이 한국 피겨의 새 역사를 썼다.



http://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5/02/14/202502140014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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