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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담] 광화문광장 대형태극기 환영한다

오주한

말 그대로 지극히 개인적 소견의 담론

지친 美人 용기 북돋은 유황도 성조기

 

미국 워싱턴 D.C. 근교의 알링턴 국립묘지(Arlington National Cemetery)에는 방문자 시선을 사로잡는 동상이 하나 있다. 누구나 한 번은 사진으로 봤을법한, 해병들이 성조기(星條旗)를 일으켜 세우는 장면을 묘사한 해병대 전쟁기념비(Marine Corps War Memorial)가 그것이다.

 

1954년 11월10일 세워진 이 청동상은 ‘불굴의 미국 정신’ 상징물로 자리매김해왔다. 그런데 동상은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성조기가 해병대원들에 의해 세워진 건 태평양전쟁(The Pacific War)이 막바지로 치닫던 1945년 2월 서태평양의 외딴섬 이오지마(硫黃島‧유황도)의 수리바치산(摺鉢山)에서였다.

 

당시 미국은 일제(日帝)에게 연전연승을 거두며 일본 본토를 향해 무섭게 진격하고 있었다. 이름 그대로 유황냄새 매캐한 이오지마는 열도를 불바다로 만들 미 육군항공대 폭격기들 기착지로 안성맞춤이었다. 도쿄(東京)도 이 점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었다. 때문에 미군에게 섬을 뺏기지 않기 위해 구리바야시 다다미치(栗林忠道)를 필두로 한 육군‧해군육전대(해병) 약 2만여명을 투입했다.

 

다다미치는 반자이 돌격(Banzai charge)에 미쳐 있던 여타 일본군 장성들과는 달랐다. 그는 쓸데없는 병력손실만 야기하는 이 자살돌격을 엄금했다. 또 상륙하는 미 해병대를 섬 안으로 깊숙이 끌어들여 포위섬멸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다다미치는 이를 위해 섬 전체에 거미줄 같은 토굴을 파고서 요새화했다. 수리바치산도 그 요새 중 하나였다. 이 토굴로 인해 미 해군의 상륙 전 함포사격‧공중폭격은 사실상 무력화됐다.

 

때문에 뭍에 오른 미 해병대는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상륙군 약 7만 중 최종 전사자는 7천여명, 중‧경상자는 2만여명에 달했다. 자연히 해병대 사기는 크게 저하됐다. 해당 전투를 다룬 2006년작 헐리웃영화 ‘아버지의 깃발(Flags of Our Fathers)’에선 장기간의 전쟁에 미 국민들도 지친 것으로 묘사됐다. 사실 남편‧아들들의 죽음을 묵묵히 지켜봐야 하는 4년 가까운 전쟁에 풀 죽지 않고 나라에 대한 원망심이 들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하다.

 

이 때 기적을 일으킨 게 수리바치산에 우뚝 세워진 성조기였다. 미 해병대는 상당수가 총탄에 꿰뚫려 쓰러지는 격전 끝에 산을 겨우 점령했다. 소대 규모의 해병대원들은 산 밑의 전우들에게 함락소식을 알리기 위해 산 정상에 작은 성조기를 꽂았다. 이를 본 대대장은 큰 깃발로 바꾸라고 지시했다. 수 명의 해병대원이 큰 성조기를 세우는 장면은 AP통신 종군(從軍)기자 조 로젠탈(Joseph John Rosenthal‧생몰연도 1911~2006)에 의해 촬영됐다.

 

미 본토로 전송된 사진은 주요 일간지들 1면에 실렸다. 전역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영화 ‘아버지의 깃발’에 등장하는 미 재무장관 표현을 빌리자면 ‘공짜 싫어하는 중동 친구들 덕분에 탱크 굴릴 기름도 다 떨어질 판국인데 구두쇠이던 국민들이 갑자기 너도나도 전쟁채권(War bond) 구매에 나설’ 정도였다.

 

전쟁 기간 동안 약 8500만명의 미국인이 1850억 달러(2024년 5월 환율 기준 약 252조원)의 전시채권을 사들였다고 한다. 전쟁채권은 발행국가가 지면 휴지조각이 된다. 이것도 모자라 신문들은 독자들의 노도(怒濤) 같은 성화 앞에 ‘미국의 승리’를 상징하는 게양 사진을 다음 호 1면에 재차 또 싣는 파격에도 나섰다고 한다.

 

1천만 서울시민들이 오가는 광화문광장에 내년부터 대형 태극기가 게양될 예정이라고 한다. 일부는 이를 두고 ‘시대착오적 발상’ ‘예산낭비’라며 반발 중이라고 한다. 세계 모든 정상적인 국가들은 자국 대형 국기(國旗)를 세우고 있다. 태극기 게양이 시대착오적이고 돈 아깝다는 발상이 도리어 정신착오적이고 기력낭비라는 목소리가 높다. 우리 국민은 지금 너무도 지쳐 있다. 우리는 반드시 일어서고 승리할 것이라는 믿음과 자긍심이 필요한 시대다. 대형 태극기 게양이 그 기폭제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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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한 前 여의도연구원 미디어소위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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