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수도권 유명 사학재단인 '명지학원(明知學園)'이 파산 위기를 가까스로 벗어났다. 애꿎은 학생들의 피해가 우려됐지만 극적으로 회생절차가 끝나면서 산소호흡기를 달았다. 하지만 명지학원을 둘러싼 구성원 간 내홍과 갈등은 여전하고 재정 정상화를 위한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지난 수년 간 명지학원 오너 일가는 수천억대 횡령 범죄로 구속되는가 하면 상속세 탈세까지 저질러 숱한 민형사 소송에 휘말리는 등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었다. 국가보조금으로 운영되는 사학재단을 사유화해 온갖 악행을 저지른 오너 일가를 향한 의혹의 눈초리는 여전히 가시지 않았고 그들 만의 파티는 현재 진행형이다.
파산 위기에 내몰렸던 명지학원이 극적으로 회생절차를 종결했지만 오너 일가를 둘러싼 잡음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현 경영진은 노인복지시설인 ‘명지 엘펜하임’ 등 수익형 부동산을 매각해 명지학원의 재정 정상화를 꾀하겠다는 계획이지만 부실‧방만 경영 논란은 가시지 않고 있다. 그간 쌓여 온 불신의 골이 깊은데다 재단과 학내 구성원 간의 이전투구가 끊이지 않으면서 명지학원의 정상화 또한 요원하다.
명지학원 안팎에서는 “막대한 재정 손실을 초래하고 재단 공금까지 횡령했던 오너 일가와 현 경영진 체제로는 위기를 벗어날 수 없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막대한 자금난으로 회생절차에 들어갔던 명지학원은 지난달 8일 법원으로부터 회생절차 종결 결정을 받고 회생 계획 이행에 들어갔다.
당시 법원은 "채무자(명지학원)는 회생계획에 따른 변제를 시작했고 앞으로도 회생 계획의 수행에 지장이 있다고 인정되지 않는다"고 종결 사유를 밝힌 바 있다.
▲독단적인 법인 소유 부동산 매각에 엘펜하임 운영난까지…재정 파탄 초래
1일 본보 취재에 따르면 현재 명지학원의 총 부채 규모는 조세 약 1100억 원, 기타채무 약 1200억 원 등 어림잡아도 수천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조세 부분은 지난 2007년 1월 명지빌딩 매각 대금 1120억 원을 계열사였던 명지건설에 증여하면서 부과 받은 증여세 560억 원과 가산세다.
문제는 이 조세가 명지학원 측이 명지건설의 부도를 막고자 공익법인 재산인 명지빌딩을 매각해 명지건설 대출 상환에 활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명지학원 경영진이 법인 명의 부동산을 독단적으로 매각해 법인에 큰 피해를 끼쳤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명지학원은 대표적인 부동산 자산인 엘펜하임 조성‧분양 과정에서도 막대한 빚을 졌다.
명지학원은 지난 2004년 명지대 자연캠퍼스 부지 내 366세대 규모의 실버타운인 엘펜하임을 조성‧분양하면서 “9홀 골프장을 만들어 입주자들에게 무료 이용 혜택을 주겠다”고 광고해 이목을 끌었다. 그러나 용인시가 용도 변경을 불허하면서 골프장 조성에 실패했다.
이에 채권자 A(80대)씨 등 33명은 2009년 분양대금을 돌려 달라며 명지학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해당 사건에 대해 서울고등법원은 2013년 명지학원이 A씨 등 채권자들에게 1인당 분양대금 4억3000만 원(총 192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심각한 자금난에 허덕이던 명지학원은 채무를 해결하지 못했고 A씨 등은 채권자 자격으로 명지학원에 대한 파산을 신청했다.
파산 위기에 내몰렸던 명지학원은 2020년 엘펜하임 분양 보증인이었던 SGI서울보증이 “폐교를 원치 않는다”며 회생을 신청해 가까스로 파산 위기에서 벗어났다.
이후에도 법원이 지난 2022년 2월 한 차례 회생절차를 폐지하면서 또 다시 고초를 겪었지만, 같은 해 회생절차를 재신청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회생절차가 마무리됐다.
법원이 최종 인가한 회생 계획안에 따르면 명지학원은 엘펜하임을 매각해 616억9800만 원을, 기타 수익용 부동산을 매각해 690억6500만 원을, 명지대 자연캠퍼스 유휴부지를 매각해 221억7600만 원을, 명지병원 미수금 120억4200만 원을 받아 총 1646억8100만 원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이다.
명지학원은 엘펜하임과 유휴부지 대상 감정평가를 먼저 진행한 후 향후 5년 안에 회생채권(회생절차 개시 전 원인으로 생긴 재산상의 청구권) 42%, 조세채권(국가나 지방 자치 단체가 조세를 징수하는 권리) 100%를 변제할 방침이다.
▲매각하겠다던 엘펜하임 리모델링해 임대사업...회생계획 성공 여부 불투명
그러나 현 경영진의 회생 계획안 이행 능력과 의지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는 이들이 적잖다.
명지학원이 매각하겠다는 엘펜하임은 지난해 3월 단지 내 시설을 보수한 뒤 '풀옵션 아파트'로 불법 임대해 용인시로부터 용도 변경 위반 건축물로 지정됐다. 회생을 위한 매각 리스트에 포함된 시설을 팔지 않고 리모델링까지 해 임대사업을 한 것이다.
특히 입주민과 임대 관리사인 '태광피엠지' 간에 시설물 일방 폐쇄 등을 둘러싼 마찰까지 겪으면서 회생 계획안 이행 가능성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전직 명지학원 관계자는 “명지학원이 엘펜하임을 정상적으로 매각하려면 위반 건축물 지정이 해제돼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임차인 모두를 엘펜하임에서 퇴거를 시켜야 한다”며 “현 상황대로라면 선량한 입주민들의 피해만 더욱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명지학원 안팎에서는 현 경영진이 명지빌딩 매각과 엘펜하임 운영난 등 부동산 관리 실패에 대한 책임이 있는데 또 다시 재단이 소유한 수익형 부동산을 매각해 재정난을 탈피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실제 명지학원 현 경영진은 회생절차 도중 부동산 재산 사고를 발생시켜 2022년 1차례 회생 폐지 결정을 받은 전철이 있다. 명지학원이 회생개시 중이었던 2021년 8월 명지대 용인캠퍼스 내 유휴부지를 부정 매각한 게 법원 심의 과정에서 드러난 것이다.
당시 명지대는 해당 부지를 운봉개발(현 새나풍경)에 435억8000만 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지만 이후 20억 원 계약금만 받고 잔금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소유권이전등기를 완료해 논란이 됐다.
명지학원 운영에 깊숙이 관여했던 한 관계자는 “명지학원 현 경영진이 회생계획을 수행할 의지가 있는지부터가 의문”이라며 “경영진은 과거 부동산 관련 위법 행위로 법인에 막대한 손실을 끼쳤는데 이들이 또 부동산을 매각해 회생계획을 이행하겠다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명지학원 측은 “엘펜하임 입주민과 태광 간 갈등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원만히 해결할 수 있도록 중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회생계획안을 차질 없이 이행해 빠른 시일 내로 재정을 정상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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