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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담] 몇십억은 푼돈이라는 지역구 쇼핑객

오주한

말 그대로 지극히 개인적 소견들 담은 담론

지역구쇼핑 논란 장관, ‘몇십억 푼돈’ 망언도

민의전당 아닌 개그전당‧사욕전당에 한숨만

 

1997년 12월 캐나다 오타와(Ottawa) 외교회의에서 하나의 국제협약이 채택됐다. 대인지뢰금지조약(APMBC)이 그것이다.

 

해당 조약에는 2013년까지 133개국이 서명하고 161개국이 비준(批准)했다. 당초 미국은 가입하지 않았으나 지난해 6월부로 대인지뢰(對人地雷) 사용을 전면금지했다. 다만 한반도는 안보상황을 감안해 예외로 두기로 했다.

 

지뢰는 누구나 알다시피 눈에 띄지 않게 땅 속에 묻는 폭탄이다. 현대적 의미의 지뢰는 화약이 탄생한 동아시아에서 중세 무렵 등장한 것으로 알려진다. 광해군일기(光海君日記) 등에 의하면 1612년 무렵 조선군은 파진포(破陣砲)라는 무기를 배치했다. 사람이 이를 밟으면 내부의 금속제 바퀴가 마찰을 일으켜 불이 붙어 터지는 원리였다고 한다.

 

장갑차량을 타깃으로 하는 등 지뢰 종류는 많지만 가장 악랄한 건 단연 사람을 목표로 하는 대인지뢰다.

 

대전차지뢰는 탱크(Tank) 등을 목표로 하기에 일반차량 하중(荷重)으로는 웬만해선 안 터진다. 탱크가 밟는다 해도 무한궤도형 바퀴나 외피(外皮)만 파괴되는 정도다.

 

허나 대인지뢰는 거의 모든 체중, 모든 체격의 인간을 끔찍하게 즉사(卽死)시키거나 불구자로 만든다. M14 발목지뢰의 경우 이름 그대로 밟는 이의 발목을 너덜너덜하게 날려버린다. M16 도약지뢰는 말 그대로 1m 안팎 높이로 도약해 파편을 뿌린다. M18A1 클레이모어(Claymore‧일명 크레모아)는 정면의 사람들에게 지름 수㎜의 쇠구슬 수백개를 날려 벌집으로 만든다.

 

이보다도 더 큰 지뢰의 무서움은 어디 묻었는지 망각(忘却)하기 쉽다는 것이다. 이는 곧 적군은 물론 아군도 죽여버릴 수 있는 게 지뢰라는 뜻이다.

 

실례로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 뉴스위크(Newsweek) 등 보도에 의하면 우크라니아를 침공 중인 러시아 14군단 부(副)군단장 블라디미르 자바드스키(Vladimir Zavadsky)는 아군지뢰를 밟아 전날 사망했다.

 

러시아 일이라고 그냥 넘길 게 아니라 우리나라 비무장지대(DMZ)에도 약 ‘200만개’의 지뢰가 묻힌 것으로 추정된다. DMZ 일대에선 금지구역에 들어갔다가 숨진 주민들 사건이 심심찮게 발생한다. 산술적으로 계산할 때 DMZ 지뢰 완전제거에는 약 300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대인지뢰를 금지한 것도 빈번한 아군오폭(誤爆) 사례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때문에 많은 국가가 우리나라 같은 전시(戰時)상황이 아닌 이상 지뢰를 점차 금지하는 추세로 접어들고 있다. 우리가 지뢰를 포기 못하는 이유도 실상 북한이 APMBC 가입을 거부하는 게 크다.

 

그런데 비단 전방뿐만 아니라 여의도에서도 지뢰가 난무한다. 바로 ‘인간지뢰’다. 민생(民生)을 안정시키고 정략(政略) 짜내 라이벌정당 무력화시키라고 도입한 지뢰가 도리어 엉뚱한 방향으로 불길 내뿜어 아군을 구워버리는 경우가 근래 허다하다.

 

윤석열정부의 한 부처(部處) 장관이 근래 ‘지역구 쇼핑’ 발언으로 도마에 올랐다. 당은 백척간두(百尺竿頭)고 민심(民心)은 어지러운데 해당 장관은 “(총선에서) 서초을을 갈까나, 분당을을 갈까나, 다른 을(乙)을 갈까나” 취지로 희희낙락했다고 한다. 두 곳 모두 국민의힘 ‘안방’으로 분류된다. 게다가 해당 장관은 홍준표 대구시장도 언급했다고 한다.

 

해당 장관은 앞서 ‘몇십억 푼돈’ 발언으로도 물의 빚은 바 있다. 그는 국민의힘 비례 시절이던 2021년 10월 국정감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장동 의혹을 질의하면서 “(이 대표 주변 인사 등) 몇십억짜리 푼돈 받은 사람을 저는 범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발언했다. 이 대표 잡으라고 보내놨더니 도리어 국민의힘을 잡을 뻔했던 순간이었다.

 

양날의 검에도 정도가 있다. 천지분간‧피아(彼我)구분 못하면서 발목 자르고 쇠구슬 뿌리며 나아가 당 원로(元老)까지 물귀신처럼 끌어들이는 지뢰를 품는 이유를 모르겠다. 아무리 정치가 ‘실탄(돈) 싸움’이라 해도 말이다. 무슨 상대편이 북한처럼 지뢰 뿌리니 우리도 뿌린다도 아니고. 여의도가 DMZ도 아니고. 이는 야당에게도 해당되는 비판이다.

 

왜 민의(民意)의 전당에서 개그콘서트를 봐야하는지 모를 국민의 한숨만 는다. 몇십억은 푼돈이라면서 장관으로 단물 빨다가 첫 지역구로 서초‧분당 등 부촌(富村) 출마만 대놓고 저울질하는 행태에 정신질환만 더해진다. 물론 서초가 자택 있는 연고지라 우기면 할 말은 없지만 말이다. 더 이상의 지뢰는 필요 없다. 정치판 APMBC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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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한 前 여의도연구원 미디어소위 부위원장 [email protected]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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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주한
    작성자
    2023.12.14

    수십억은 껌값이라는 양반님들 깊은 속을 이 고졸 출신은 몰라 분에 넘치게 써봤습니다.

     

    정치판 복잡한 줄 압니다, 미천한 저도 20년 가까이 직업상 지켜봤기에. 허나 양반주의로는 xx자민련(부산은 어찌될지 몰라도)밖에 안 됩니다.

     

    그게 목적이라면 할 말 없지만.

     

    아니시기들 빕니다.

     

    이상 10만원 쓰기도 맘 불편한 가붕개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