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지극히 개인적 소견 담은 담론
맥베스의 비극이 한동훈에게 주는 메시지
“정의의 신(神)은 독이 든 성배(聖杯) 따른 자의 입술에 그 독을 퍼부을 것이니”
영국인들이 ‘인도와도 맞바꿀 수 없다’며 극찬하는 불멸(不滅)의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생몰연도 1564~1616)의 한 작품에 나오는 구절이다. 바로 4대 비극(the four greatest tragedies) 중 하나인 맥베스(Macbeth) 1막7장 서두(書頭)다.
필자가 연극 애호가거나 문화계 종사자는 아니라서 정확한지는 모르겠으나, 1611년 글로브극장(Globe Theater)에서 초연(初演)된 맥베스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스코틀랜드의 장군 맥베스는 친구이자 막료 뱅코(Banquo)와 함께 개선(凱旋)하다가 황야에서 세 명의 마녀를 만났다. 마녀들은 맥베스에게 ‘코더(Cawdor)의 영주를 거쳐 왕이 될 것’이라고, 뱅코에겐 ‘네 자손들도 언젠가 왕이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처음엔 흘려들은 맥베스였으나 스코틀랜드 국왕 덩컨(Duncan)이 자신에게 코더 영주를 하사하자 권력욕이 샘솟기 시작했다. 야심만만했던 맥베스의 아내도 마녀들 거들어 남편을 끊임없이 부추겼다. 결국 눈이 뒤집힌 맥베스는 아무 경계 없이 제 장원(莊園)에 와서 잠든 덩컨 왕을 죽여버렸다.
덩컨의 아들들은 모두 스코틀랜드에서 달아나고 맥베스는 ‘어거지’로 왕좌에 앉았다. 권위도, 정통성도 없이 왕관 썼으니 피의 향연(饗宴)은 필연적이었다. 맥베스는 자신과 함께 마녀들 만나 ‘네 후손도 왕이 될 것’이라는 예언 들었던 붕우(朋友) 뱅코를 의심하며 무자비하게 살해했다.
맥베스는 권력욕 반, 죄책감 반으로 미쳐갔다. 그를 부추겼던 아내도 몽유병(夢遊病)에 시달리거나 죽은 이들의 유령을 만나는 등 정신을 놓다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재차 마녀들을 만난 맥베스는 이번엔 ‘파이프(Fife)의 영주 맥더프(Macduff)를 죽여라’는 계시(啓示)를 받았다. 맥베스는 중진(重鎭)‧원로(元老)들을 모조리 숙청했다.
그 지경이 되자 누구도 맥베스를 진심으로 따를 리 없었다. 가뜩이나 약해진 세력으로 스코틀랜드의 숙적(宿敵) 잉글랜드와 싸운 맥베스는 처절히 패하고 말았다. 스코틀랜드 귀족들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언제 맥베스가 왕이었냐는 듯 그를 욕하고 역사에서 지워버린 채 덩컨의 장남 맬컴(Malcolm)을 새 왕으로 추대했다”
국민의힘이 비상대책위원장 인선(人選)으로 시끌벅적하다. 내년 총선이 박빙(薄氷)일 가능성이 큰 만큼 누구나 주지(周知)하다시피 지금의 비대위원장은 가히 ‘독이 든 성배’에 비유된다. 노련한 인사가 맡아도 내년 승부를 예측하기 어려운 게 지금의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다.
그런데 지역구 출마를 준비하는 비례 및 초‧재선 등 당내 상당수 인사들을 중심으로 ‘한동훈 비대위’ 촉구가 거세다. 마치 제사보다 젯밥에 관심이 더 큰 듯 말이다. 이들로서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비대위원장을 맡아야 주류 입지를 유지하고 양남(강남‧영남) 등 안방 공천(公薦)에서 유리한 고지 점할 수 있다. 제 등 뜨끈히 지지는 데에만 젖 먹던 힘까지 다하기 때문인지 이들 상당수 사이에선 당 중진‧쇄신파를 향한 “X가지 없다” 등 막말까지 나온다.
허나 맥베스에서도 보듯 제 몸‧분수에 맞지 않은 크고 화려한 옷 입고서 특정세력의 내부총질 간판이 됐다간 대번에 낭패 보기 십상이다. 표현이 다소 지나칠지 모르나, 저조한 총선 성적표 앞에 내부로부터 팽 당함은 물론 외부의 숙적에 의해 당은 물론 그 자신마저도 멸문지화(滅門之禍) 당하기 십상인 게 냉혹한 현실이다.
필자가 정치권에서 듣기로 한 장관도 고심이 큰 것으로 안다. “누구 덕분에 그 자리 섰는데. 우리 말 들어. 좋은 게 좋은 것 아니오” 식인 특정세력의 협박 섞인 설득을 물리치기 어려운 줄도 안다. 오늘(18일)은 예정된 외부일정도 취소하고 잠행(潛行)에 나섰다 한다. 그러나 단호할 땐 단호해야 한다. 그것이 한 장관 본인과 당을 위한 길이고, 시대에 역행(逆行)하는 대한민국 패거리정치 청산의 길이기도 하다.
그리고 국민의힘 일부 인사들에게도 권한다. 그들이 그토록 입으로만 비난하는 사익(私益) 집착 강성노조와 그들 자신의 모습이 대체 뭐가 다른지 한 번 거울 들여다보기를.
오주한 前 여의도연구원 미디어소위 부위원장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