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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가짜뉴스에 ‘야마’ 도는 대한민국

오주한

韓, 제도권 언론이 증거날조…해외는 정반대

言, 사이비‧유사언론 대신 정론직필 회복해야

 

만연한 ‘보도를 위한 취재’ 행각

 

필자는 20대 초중반 대북(對北)방송 시절까지 포함해 근래의 일간지(日刊紙)까지 20년 가까이 언론에 몸담았다. 처음 시작도 북한 혈통세습독재 청산 즉 정치분야였고, 근자까지도 필자 명함은 정치부장이었다.

 

일간지(주중) 시절엔 이튿날 신문을 전날에 찍어내야 하기에 금‧토 쉬고 일요일 출근이 일상(日常)이었다. 또 오후 4~5시 마감시간까지 기사를 편집부에 보내야 하기에, 아직 결과가 나오지도 않은 사건 다루느라 이리저리 전화해 정보 얻고 머리 싸매는 게 날마다 반복됐다.

 

편집부는 편집부대로 인쇄소에 최종파일 보내 윤전기(輪轉機) 돌려야 하기에 취재부‧편집부 간 신경전도 다반사(茶飯事)였다. 이미 인쇄 중인 기사가 오보(誤報)로 판명될 경우 정치면 3~4면 전체를 갈아엎는 사례도 빈번했다.

 

당사자 반론권(反論權)까지 보장하고 기사 본문에 반영했음에도 의혹‧폭로기사 냈다가 정재계‧조폭 등에게서 협박성 전화 받고, 언론중재위원회(언중위) 불려가는 건 일 축에도 끼지 못했다. 앞선 칼럼에서 누차 썼지만 (사람이 먼저라던) 현역시절의 모 전직 대통령은 필자를 실명(實名)고소하고 검찰에 ‘엄벌’을 요구하기도 했다. 필자의 대표기사로는 지금은 고인(故人)이 된 한 야권중진과 ‘드루킹’ 간 만남 다룬 단독보도 등이 있다.

 

아무튼 일간지든 주간지든 월간지든 인터넷신문이든, 언론계에는 속칭 ‘야마’라는 게 암암리에 존재한다. 뭐라 한 마디로 정의(定義)하긴 힘들지만, 대략 기사 주제‧방향‧논조(論調) 등으로 풀이될 수 있다.

 

이견(異見)이 오가지만 ‘야마’ 자체는 크게 나쁘지 않다는 게 언론계 중론(衆論)이다. 사실 야마 없는 언론사는 전 세계적으로 찾기도 힘들고, 그러한 무미건조(無味乾燥)하고 재미없는 신문을 찾는 이도 거의 없다. 언뜻 보면 중도적일 것 같은 언론사도 알게 모르게 색깔은 드러난다.

 

미국의 경우 뉴욕타임스(NYT)‧CNN 등은 친(親)민주당으로, 폭스(Fox)뉴스 등은 친공화당으로 성향이 엇갈린다. 영국은 친노동당의 더 가디언(The Guardian), 친보수당의 더 타임스(The Times) 등이 있다. 프랑스도 중도좌파의 르몽드(Le Monde), 중도우파의 르 피가로(Le Figaro)가 큰 인기 끌며 양강구도(兩強構圖) 형성 중이다.

 

각자의 ‘야마’ 갖춘 좌우언론이 이렇듯 균형 맞추는 건 크게 나쁠 게 없다는 게 공통된 언론계 목소리다. 어느 걸 읽을지 선택은 전적으로 독자의 몫이다. 독자 알 권리 보장에 충실하지 못해 독자선택 받지 못한 언론사는 자연스레 도태(淘汰)된다.

 

문제는 ‘야마’가 아닌 ‘팩트’다. 야마에 지나치게 집착한 나머지 ‘가짜뉴스’라는 금기(禁忌)에 손대는 행위다. 검찰수사와 유사한 무죄추정(無罪推定) 원칙 및 객관주의에 입각해 증거를 확보하는 게 아니라, 증거가 없으면 기사화(化)를 포기하거나 보충조사하는 게 아니라, “답정너(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 우격다짐식으로 취재하는 것이다. 취재 결과 보도하는 게 아니라, 보도를 위해 취재하는 격이다.

 

이들을 두고 우리 사회는 흔히 ‘사이비기자’라고 부른다. 오로지 목표인물 낙선(落選)‧탄핵(彈劾) 또는 금품갈취 등 목적으로 “이러이러한 기사 나가면 당신 어찌되는지 알지? 나 곤조(根性‧근성) 있는 놈이야” “당신이야 잃을 것 많지만 난 막 산 놈이라 없어” 협박하거나 일단 지르고 보는 식이다.

 

있지도 않은 증거날조 수법은 보고 들은 게 무수하지만, 필자도 수년 전 모 공중파 시사프로그램으로부터 ‘기자사칭’ 누명 썼던 피해자이지만, 모방(模倣)범죄 우려해 밝히진 않는다. 요즘은 언론사로 정식 등록되지 않은, 최소한의 언론윤리강령 교육조차 받지 않은 일부 악성(惡性) 유튜버들에 의해서도 가짜뉴스가 무차별 살포되고 있다.

 

‘스웨덴게이트’ 비(非)제도권도 팩트체크 충실

 

우리나라는 마치 후진국(後進國)처럼 각종 루머가 난무한다. 명색이 제도권 언론이라는 곳에서도 최소한의 팩트체크도 없는 가짜뉴스가 빗발친다.

 

8일 모 공중파 뉴스프로그램은 ‘윤석열 대통령이 검사 시절 부산저축은행 수사를 무마해줬다’는 내용의 모 인터넷매체 녹취를 인용보도한 것에 대해 전격 사과했다. 프로그램 측은 “당시 (녹취록) 원문(原文) 전체를 입수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결과적으로 시청자 여러분께 혼선을 드렸다. 앞으로 사실확인 노력을 더 강화하겠다” 밝혔다.

 

‘가짜뉴스’는 멀리 거슬러 올라가면 △2002년 16대 대선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후보 자녀 병역(兵役)비리 루머사건 △2008년 모 공중파 시사프로그램의 ‘광우뻥’ 보도 △2011년 나경원 당시 한나라당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의 초호화 피부관리실 출입 의혹 등이 있다. 2017년엔 고(故) 이희호 여사가 미국 힙합래퍼 닥터드레(Dr. Dre)와 ‘재혼’한다는 황당뉴스가 퍼지기도 했다.

 

반면 해외에선 허무맹랑한 듯한 소문이 제도권 매체도 아닌 ‘네티즌 취재단’에 의해 사실로 밝혀진 것도 있다. 지난해의 스웨덴게이트(Swedengate)가 대표적이다.

 

작년 5월 미국 온라인커뮤니티 레딧(Reddit)에는 누가 봐도 괴담(怪談)인 듯한 글이 올랐다. “스웨덴에선 손님에게 식사를 대접하지 않는다. 심지어 자녀 친구가 와도 마찬가지다”가 내용이었다. 이는 스웨덴 국격(國格)에 상당한 훼손 가할 여지 다분했기에, 스웨덴 정부 또는 국민이 고소‧고발한다 해도 게시자로선 할 말이 없었다.

 

그런데 반전(反轉). 주한(駐韓) 스웨덴 대사관은 의혹을 강력부인하는 대신 “스웨덴 사람들과 피카(Fika‧티타임)를 경험해보지 못해 그렇다”는 동문서답(東問西答)격 입장을 내놨다. 설상가상 1997년생으로서 올해 26세인 스웨덴 가수 자라 라슨(Zara Larsson), 베네수엘라계 스웨덴 연예인 오마르 루드베리(Omar Rudberg) 등 스웨덴인들도 “100% 사실” 인증했다.

 

북유럽의 선진국‧복지국 이미지 강한 스웨덴의 이 희한한 풍습에 전세계는 뒤집어졌다. 접대(接待)의 관습은 동서고금(東西古今) 막론하는 인류의 불문율이다.

 

스웨덴게이트로 인해 스웨덴이 배경인 헐리웃 공포영화 ‘미드O마’도 안 좋은 의미로 재조명됐다. 네티즌들은 “어디가 제일 무서운 장면인가 했더니 스웨덴인들이 외국손님에게 만찬(晩餐) 대접하는 게 공포 포인트였네” 조소(嘲笑)했다.

 

대한민국을 병들게 하는 ‘유사언론(類似言論)‧나팔수’ 앞에 속칭 ‘야마’ ‘꼭지’가 도는 국민이 적지 않다. 일부 유튜버 등 유사언론 가짜뉴스는 법적으로 엄중처벌하고, 제도권 내 일부 정계 나팔수들은 언론 본연(本然)의 자세로 돌아가 자정(自淨)해야 한다. 필봉(筆鋒)도 근거 있게 휘둘러야 권위(權威)가 선다. 그렇지 않다면 제도권이나 유튜버나 다를 게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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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한 前 여의도연구원 미디어소위 부위원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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