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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연재] '2017 MBC 잔혹사'②… '창고'에 유폐된 사람들

뉴데일리

문재인 정권 5년 동안 국내 언론 지형은 급격히 왼쪽으로 기울었다. 특히 공영방송 MBC의

편향성은 두드러졌다. 2017년 말 최승호 전 PD가 사장으로 부임한 이후부터 더불어민주당의 관점으로 이슈를 다룬 불공정

편파방송·편파보도가 쏟아졌다. 문 정권 내내 '투명인간' 취급을 받고, '적폐'로 내몰리는 상황에서도 공영방송 기자로서의 신념을

지켜온 MBC노동조합(3노조)원들은 최 전 PD가 MBC의 새 사장으로 첫 출근한 2017년 12월 8일을 '학살의 날'이라고

부른다. 출근 첫날 그는 자신을 포함한 해고자 6명을 전원 복직시키고, 오정환 보도본부장을 비롯한

보도국의 국·부장단 전원을 보직해임했다. 배현진·이상현 앵커는 그날부로 방송에서 퇴출됐고, 언론노조가 주도한

총파업에 동참하지 않았던 80여명의 기자들은 이때부터 취재·보도 일선에서 밀려났다. 본지는 MBC노조가 펴낸 '2017 MBC

잔혹사'를 4회에 걸쳐 연재, MBC의 '보도 지형'이 기울어지게 된 배경과, 지금까지도 마이크를 잡지 못하고 있는 MBC

기자들의 실태를 소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Ⅱ 강압과 차별… 광기 서린 폭거

비파업자는 가라

1) 2017년 12월 8일

대선이 치러진 해, 연말을 앞둔 금요일. 평소와 다름없이 MBC 보도국의 일과가 시작됐다. 오전 8시 30분 보도국장 주재 회의를 시작으로, 이날 뉴스에서 다룰 아이템을 논의하고 취재 현장에서는 기사들이 속속 올라왔다. <12시 뉴스>에 들어갈 기사를 출고시킨 뒤 이어진 점심시간. 보도국 7층이 한산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보도국이 다시 북적거렸다. 자리를 비운 보직자석과 각 부서 내근데스크석이 새로운 사람들로 속속 채워졌다. 점심 약속이 없었거나, 일찌감치 복귀해 자리를 지키던 이들은 ‘내 자리이니 비켜 달라’는 요구를 받아야 했다. ‘총칼’만 들지 않았을 뿐이지 그들은 MBC 보도국의 ‘점령군’이었다. 전임 사장을 온갖 수단을 동원해 부당하게 몰아낸 지 25일 만이었고, 새 사장이 첫 출근한 날 벌어진 일이었다. ‘인사발령도 없는데 무슨 근거로 이러느냐. 자리를 내어줄 수 없다’고 일부 보직자가 저항하기도 했지만 무의미했다.

그들이 보도국을 ‘점령’한 직후, 2017년 파업에 가담하지 않고 일해 온 기자 88명을 방송에서 축출하는 작업이 곧바로 시작됐다. 비파업자가 준비하던 이날 뉴스 아이템이 큐시트에서 사라지고 언론노조 MBC본부 소속 기자의 이름으로 대체됐다.

이날 <뉴스데스크>는 일반 뉴스로 편성됐다. 새 사장이 취임 일성으로 밝혔던 대로 앵커도 교체됐다. 임시로 뉴스 진행을 맡게 된 아나운서는 ‘오늘부터 <뉴스데스크> 앵커를 교체하고 당분간 뉴스를 임시체제로 진행한다. 재정비 기간 동안 MBC 보도가 시청자 여러분께 남긴 상처들을 거듭 되새기며, 철저히 반성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했다. 장기간에 걸친 언론노조의 제작거부로 뉴스가 중단되는 사태는 막고자 했던 비파업자 88명의 노력이 ‘시청자들에게 상처를 남긴, 철저한 반성 대상’이 되는 순간이었다.

2) 어디로 가야 하죠?

기자 88명이 보도국에서 쫓겨난 그날부터 후속 인사발령이 날 때까지, 가장 빠른 경우 닷새가 걸렸다. 회사의 어느 누구도 ‘출근을 하라 마라’, ‘어디에서 대기하라’고 말하지 않았다. 갑자기 출근하지 않으면 무엇보다 가족이 걱정할 것을 우려했기에 평소처럼 집을 나선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오전에 회사 부근 카페에서 만나 넋두리를 늘어놓고 퇴근 무렵에는 회사 주변을 벗어나 호프집에서 앞날을 걱정하며 술잔을 기울이다 귀가했다.

MBC의 미래를 보고 고민 끝에 경력으로 회사를 옮겨 3년 남짓 일만 했는데 ‘적폐’로 몰려 쫓겨나야 했던 평기자에서부터, 20년 훌쩍 넘게 MBC를 평생직장으로 알고 사명감과 열정을 바쳤던 국장급 기자까지,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고 회사 주변을 맴돌아야 했던 이 시간은 모두에게 ‘계속 이 직장을 다닐 수 있을까’라는 물음을 끊임없이 던져준 시간이었다.

그리고 닷새 만인 2017년 12월 13일. 오후 늦게 대규모로 인사발령이 났다. 비파업자 상당수가 명단에 포함됐다. 기존에도 있었지만 보도국 소속 취재기자가 가는 일은 거의 없었던 자리에서부터, 신설돼 이름조차 생소한 부서들도 적지 않았다. 당장 내일부터 각자의 삶이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회사 어딘가에 내 자리가 있다는 것만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어야 했던 그때였다.3) 강제로 끌려오는 MBC 특파원들

파업에 불참했다는 이유로 ‘적폐’로 낙인찍은 기자들을 보도국 밖으로 내치는 보복성 인사 조치 후 엿새가 지난 2017년 12월 19일. ‘MBC 특파원 평가위원회’가 소집됐다. 몇 시간 뒤 평가위원회 회의 결과가 공지됐다.

‘특파원 전원(12명) 2018년 2월 28일(수)까지 본국 복귀’라는, 재론의 여지조차 남기지 않은 공지였다. 당시 국제부장이던 모 씨가 ‘누군가’의 사주를 받아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해외지사(특파원) 운영 개선안’ 문건대로 특파원 평가위원회를 거쳐 ‘특파원 소환’과 ‘해외지사 폐쇄’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조직 개폐는 이사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는 절차는 무시됐고, 뉴욕과 런던지사의 경우 임차 기간이 남아서 10억 원 안팎에 이르는 거액의 위약금이 발생하는 것은 물론 회사를 상대로 한 소송도 병행돼 변호사 비용 등으로 상당한 추가 손실이 예상된다는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회사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보도국도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위원회 결정을 기다렸다는 듯 당시 국제부는 특파원을 따돌린 채 해외지사 직원과 직접 소통하겠다고 일방 통보하고, 특파원이 보내는 리포트를 받지 않거나, 특파원의 취재 계획에 피드백을 주지 않는 형태로 철저히 무시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특파원들이 귀임하기 전까지 2~3개월 동안 사실상 업무에서 배제했다.

부임 넉 달여 만에 회사로부터 소환 통보를 받아 가족을 현지에 둔 채 7개월 만에 혼자 돌아올 수밖에 없었던 도쿄 특파원을 비롯해 특파원 12명의 조기 소환(당시 워싱턴 지국장이던 모 부장은 회사의 귀임 명령을 거부하고 퇴사했다)이 순차적으로 이뤄졌다. 2018년 3월 5일. 워싱턴과 도쿄, 베이징을 제외한 뉴욕과 LA, 파리, 런던, 방콕, 선양 등 6개 해외지사 폐쇄가 마무리됐다.

MBC뉴스에 얼씬도 못하게 하라

1) ‘창고’에 유폐된 사람들

2018년 3월 9일. 배현진 전 뉴스데스크 앵커가 자유한국당에 입당했다. 영입 환영식에서 그는 “2012년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 MBC본부가 주도한 대규모 파업 당시 뉴스데스크 앵커였던 저는 노조가 주장하던 파업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했다. 그리고 파업 참여 100일 만에 파업 불참과 노조 탈퇴를 전격적으로 선언했다”라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안타깝게도 이후에 인격적으로 몹시 ‘모욕감’을 느낄만한 각종 음해와 공격을 계속 받아오고 있고, 석 달 전에는 정식 인사 통보도 받지 못한 채 8년 가까이 진행해 온 뉴스에서 쫓겨나듯 하차해야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후 모든 업무에서 배제된 채로 회사 모처의 조명기구 창고에서 업무 발령을 기다리며 대기 상태로 지내왔다”라고 폭로했다.

배현진 전 앵커의 ‘조명 창고’ 발언은 파장을 일으켰다. 미디어센터의 건물 주소는 ‘마포구 성암로 255’로, 보도국이 있는 방송센터와 한 건물로 이어진 경영센터 주소가 ‘성암로 267’인 것에서 보듯 물리적으로 격리된 곳이었다.

그런 곳에서 배현진 전 앵커를 포함해 전직 보도본부 간부 등 6명이 ‘유폐’ 신세로 몇 달을 견뎠다. (그로부터 거의 3년이 지난 2020년 9월 대법원은 당시 ‘조명 창고’에 발령됐던 박용찬 전 논설실장이 제기한 소송에서 회사 측의 위법을 인정하고 정신적 손해를 배상하라는 항소심 판결을 확정했다.)

MBC 사측은 당시 ‘사무실 바깥쪽 복도에 조명기구가 쌓여있긴 했으나 창고가 아닌 사무실’이라고 주장했다. ‘보도본부 사무실’이라고 인쇄된 A4 종이 한 장이 달랑 철문에 붙어있을 뿐 영락없는 ‘조명 창고’였지만 당장 세간의 관심만 벗어나면 그만이라는 듯 우겼다.

2) 이어지는 모욕 주기

2017년 12월 8일. 언론노조 MBC본부의 대대적인 점령 작전 돌입을 알리는 신호탄처럼 당시 보도본부장이 보직 해임됐다. 그는 이후 어떠한 사무실도 제공받지 못한 채 해를 넘기고도 한참을 ‘미발령 대기’ 상태로 방치됐다. 한 달 보름이 지나서야 영상카메라기자 부서인 보도국 8층 뉴스콘텐츠 취재1부에 자리가 마련됐지만 PC도 없이 책상만 덩그러니 있는 곳에서 여전히 아무런 업무도 부여받지 못한 채 기약 없이 방치됐다.

보도국 각 부서의 취재 관련 업무를 총괄했던 취재센터장은 2017년 12월 14일 자로 스포츠국 스포츠기획사업부에 발령을 받았다. 당시 스포츠국도 전혀 요청한 바 없는 인사였다고 한다. ‘스포츠 콘텐츠의 광고 판매와 협찬 유치’라는 생소한 업무였다. 결국 아무런 일도 하지 못한 채로 멍하니 스포츠국 회의실에 앉아 있는 날들이 이어졌고, 얼마 뒤 다른 부서로 전보됐다.

보도국 밖에서도 전임 경영진 때의 국장급 보직자들에 대한 ‘모욕주기’ 행태는 예외가 없었다. 2017년 12월 12일 자로 보직 해임된 시사제작국장. 소속만 시사제작국으로 돼 있을 뿐 아무런 업무도 부여받지 못한 채 넉 달간을 사무실 한복판에 마련된 자리로 출·퇴근해야 했다. 얼마 전까지 업무지시를 받던 부하 직원들 사이에서 매일 어색하게 얼굴을 마주하는 것은 누구에게라도 고통스러울 법한 일이었다. 국 소속 직원 수가 적은 경영, 편성, 기획 본부 등의 몇몇 전임 국장들도 장기간 업무를 부여받지 않은 채 소속 국 사무실 중간자리가 배정돼 넉 달 안팎의 기간 동안 ‘미발령 대기’의 수모를 겪어야 했다.

‘적폐’로 낙인찍힌 전임 국장들에게는 전 경영진 수사 관련 검찰의 참고인 조사, 감사실의 법인카드 사용내역 조사(당시 직전 4년간 사용 내역을 모두 소명하도록 특별 감사가 진행됐다) 등도 집중됐다. 끊임없이 밀려드는 모욕감과 심리적 고통은 견디기 힘든 것이었다. 3) 급조한 일자리... ‘색인’ 혹은 ‘속기’

배현진 전 앵커의 폭로로 ‘조명 창고’가 논란이 된 뒤 한 달이 지난 2018년 4월 16일. 보도본부 산하 ‘뉴스데이터팀’이 신설됐다. ‘조명 창고’에 유폐됐던 이들, 조기 소환된 전임 특파원 일부, 사무실 한가운데에서 ‘섬’처럼 지냈던 전임 보도본부장과 시사제작국장, 업무 수행이 불가능한 부서로 보내졌던 전임 보도본부 주요 보직자들까지 그곳으로 모았다.

뉴스데이터팀의 업무라는 것은 과거 파견직 직원이 맡았던 ‘복사’와 ‘첨부’가 대부분인 단순한 일이었다. <뉴스투데이>를 리포트 별로 편집해 서버에 등록하면서 색인을 입력하는 게 전부였다. 백 번 양보하더라도 전임 보도본부장과 보도국 보직 부장 등 20~30년 취재 경력의 베테랑 기자들이 할 일은 아니었다. 결국 대표적인 ‘유배지’였던 뉴스데이터팀은 신설된 지 3년 7개월 만인 2021년 11월에 폐지됐다.

당시 또 다른 ‘유배지’로, 뉴스데이터팀과 크게 다르지 않는 역할을 한 보도NPS부 산하 ‘영상관리팀’이 있었다. 이곳에선 차장급 기자들에게 사실상 ‘속기사’ 업무를 시켰다. 당일 카메라기자가 촬영해 온 원본 파일에 담긴 질의응답 내용을 ‘워딩’ 그대로 받아쳐서 입력하는 작업이었다. 하루종일 이어폰을 꽂고 모니터를 봐야 하는 탓에 퇴근 무렵이면 눈이 욱신거리고 귀가 먹먹할 만큼 고된 업무였다.

2021년 10월 27일 서울고등법원은 관련 소송 판결문에서, 뉴스데이터팀의 업무가 ‘기자 업무라고 볼 수 없는 단순 반복 작업’이라며, ‘종사했던 기간 동안 기자 업무 수행을 통해 이루어지는 인격적 실현의 본질적인 부분을 침해당했다’라고 인정했다.

또, 이듬해 2022년 8월에는 뉴스데이터팀과 영상관리팀에 일했던 6명이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도 화해권고와 함께 1인당 1천만원에서 7백만원의 위자료 지급을 결정했다.4) 24시간 대기에 기념품 관리, 장비 점검까지

2017년 12월 14일 자로 단행된 대규모 인사발령에서 특히 많은 이를 경악하게 한 건 ‘생방송뉴스팀’ 발령이었다. 며칠 전까지 보도국을 이끌었던 보도국장을 비롯해 뉴스데스크편집부장, 청와대 출입기자가 한꺼번에 중계차PD가 됐다. 24시간 언제라도 중계차가 출동하는 현장에 동행해 마이크를 잡는 취재기자를, 때로는 험한 날씨를 전하는 기상캐스터를 지원하는 자리였다. ‘고의로 모욕을 주려는 의도’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날씨마저 유난히 추웠던 그해 겨울. 전임 국장은 당시를 이렇게 회고했다.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서 몇 시간을 서서 대기하며 생방송을 준비하다 보면 아스팔트의 한기가 무릎까지 올라와 얼어붙는 느낌을 받는다. 부인이 직접 털신과 장갑 등 방한용품을 사서 선물해 주며 마음을 위로해 주었다.” 또 함께 발령이 났던 모 부장은 “전혀 해보지 않은 중계차PD 업무를 하게 되면서 곧바로 날씨 중계에 ‘견습 근무’를 명령받고 새벽 5시 전에 출근해 추위 중계를 계속해야 했다”라며, “추위를 견디다 못해 결국 ‘롱패딩’을 구입했다”라고 힘들었던 당시의 기억을 소환했다.

그래도 중계차PD는 엄연히 보도국 소속이었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일부는 아예 보도국 밖으로 쫓겨났는데, 추위를 견디다 롱패딩을 구입해야 했던 모 부장도 그랬다. 몇 달 만에 TV MD(주조정실에서 프로그램과 광고가 시간표대로 송출되도록 실시간으로 기술감독에게 송출 신호를 보내는 업무)로 옮기면서 소속이 ‘기술국’으로 바뀌었다.

주말뉴스부장 자리에서 내려온 뒤 곧장 경영직 업무로 배정된 이도 있었다. 초기에는 그럴듯하게 ‘회사 수익사업 아이템 개발’ 업무를 하기도 했지만, 어느 날부터는 회사 기념품점의 재고 파악과 정리가 주된 업무가 됐다. 해당 분야 전문성이 있을 리 만무함에도 기술연구소로 전보된 사례도 있었다. 모 차장은 이후로 지금까지 5년이 다 되도록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방송장비 점검 등을 위해 현장 외근과 출장을 다녀야 했다.

5) 기자에서 방송작가·오퍼레이터로…

정치부 국회팀, 사회부 법조팀 등에서 파업에 참여하지 않고 일했던 차장급 이하 다수 기자들이 뉴미디어뉴스제작팀으로 배속됐다. 이들에게는 기존에 프리랜서로 고용된 방송작가들이 담당해 온 동영상 콘텐츠 제작 스크립트 구성 업무가 주어졌다. 두 달쯤 시간이 흘러 실제로 기자들이 스크립트 구성 업무에 어느 정도 적응했다고 판단될 즈음 담당 팀장 모 씨는 프리랜서 작가들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함으로써 그 자리를 기자들로 대체하는 임무를 완수했다. 그 후로 10명 넘는 기자들이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2년 이상 팀에 배속돼 방송작가 역할을 했다. 같은 국 소속 뉴미디어뉴스편집팀에는 상대적으로 연차가 높은 기자들이 배치됐다. MBC뉴스 홈페이지를 비롯해 포털 사이트와 SNS 등에 배포하는 기사 제목을 뽑는 등의 업무였는데, 기사의 ‘밸류’ 판단 등에서 기대 이상 효과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당시 비파업자들의 ‘유배지’ 중 한 곳으로 악용됐던 뉴미디어뉴스국(현 디지털뉴스룸)은 역설적으로 2017년~2018년 당시 언론사들이 디지털뉴스 전환 시도를 본격화하던 때와 맞물려, 2022년 MBC뉴스가 유튜브 채널 조회 수 1위를 차지하는 등 디지털뉴스 분야에서 약진하는 기틀을 마련하는 역할을 한 셈이 됐다.

반면 기존 방송뉴스 프로그램 편집부에 배속된 비파업 기자들의 역할이 조금 달랐다. 상대적으로 연차가 낮은 기자들이 많았기에 더 ‘험한’ 일에 투입됐다. 방송에 나가는 기사 아이템을 발제하고 기사 내용을 취재하고 원고를 작성하지만, ‘얼굴’과 ‘목소리’는 없는 기자. 얼굴과 목소리는 리포터의 몫이었다. 주로 뉴스투데이편집팀에 배치된 기자들이 그러했다. 이들은 ‘유령 작가’, ‘대필 작가’라는 자조 섞인 농담을 서로에게 하곤 했다. 항상 리포터의 일정에 맞춰 제작을 진행해야 했는데, 어느 날 리포터가 일정을 맞추지 못해 마냥 기다릴 수 없어 임시로 담당 기자 오디오를 입혀 영상편집을 한 뒤 나중에 리포터 오디오로 대체하기로 했다가 사달이 났다. 당시 영상편집팀장이던 모 씨가 “어디 감히 오디오를 읽느냐”라며 윽박지르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었다. 결국 편집이 스톱된 상태로 리포터가 오기만을 기다려야 했다.

주간뉴스팀 등에 발령이 난 기자들은 기존에 작가나 AD가 해왔던 일을 하기도 했다. 출연 코너 섭외는 물론 질문지를 작성하고, 영상 검색과 CG 의뢰도 기자들의 몫이었다.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정직 중징계를 받은 뒤 복귀한 모 기자는 뉴스투데이편집팀에서 전무후무한 업무에 투입되기도 했는데, 매일 <뉴스투데이> 방송 전 새벽 4시에 출근해 리포트 등의 영상 매칭이 제대로 돼 있는지, 자막 오탈자가 없는지 확인하는, 단순하지만 체력적으로도 심적으로도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업무를 무려 2년 가까이 수행해야 했다.

해고와 징계의 ‘망나니 칼춤’

1) ‘해고는 살인’이라던 그때 그 사람들

2018년 5월 11일. 워싱턴 특파원으로 있다가 그해초 소환돼 정상화위원회 조사를 받아온 현원섭 기자가 해고됐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의 논문 표절 의혹을 보도한 것이 사규 및 취업규칙 위반에 해당한다는 것이었다. 일주일 뒤인 18일에는 각각 ‘아나운서 성향 분석’ 문건과 ‘카메라기자 블랙리스트’ 문건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모 아나운서와 카메라기자가 해고됐다.

다음 달 26일에 회사는 정상화위원회 및 보도제작국의 징계 요청으로 모 부국장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보도제작국은 해당 부국장이 자사 프로그램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취재를 나온 기자의 취재를 방해하고 폭행(?)하는 등 취업규칙을 위반했다는 사유를 들었다. 정상화위원회는 해당 부국장이 ‘세월호 참사 보도에 직·간접적 책임이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 표적 보도를 주도했다’는 등의 이유로 징계를 요청했다.

현원섭 기자는 재판을 거쳐 복직 결정이 난 뒤에도 또다시 ‘정직 6개월’이라는 보복성 징계에 처해졌다. 그는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사 측의 횡포에 맞서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야 했다. 2) 너희가 MBC에 있어야 할 이유를 대라

2012년에 입사한 모 경력기자는 동료들 여럿과 2018년 말 감사국 소환을 통보받았다. 공통점은 ‘파업에 가담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감사국에서 만난 모 씨는 ‘너희의 채용 과정에 비리가 있었다는 제보가 있다’며, ‘조사 결과에 따라 채용이 무효가 될 수 있다’고 겁박했다. 결국 상당수가 인사위원회에 회부됐고, 위원회는 ‘너희가 회사에 있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라’며 모욕했다. 일련의 과정 속에 회사는 명예퇴직을 대대적으로 실시하면서 유례없이 좋은 조건을 내걸고 사실상 퇴사를 종용했다. 실제로 몇몇 동료가 명예퇴직을 택했다. 종합적인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었겠지만, ‘잘릴 수 있다’는 두려움도 한몫을 했다.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고 명예퇴직 기간이 끝나자 회사는 남기로 한 동료들에게 장난하는 것처럼 ‘고용유지’를 통보했다.

그즈음 언론노조 MBC본부는 사 측의 행보에 맞춰 2018년 10월 11일 자로 ‘채용 비리·불법 대체인력, 즉각 채용 취소하고 근로계약을 해지하라’는 성명을 냈다. 인사위원회에 회부됐던 이들에게 ‘정말 잘릴 수 있다’는 두려움을 증폭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서슬 퍼런 성명에서는 당장 채용 취소나 무효화를 통해 누군가가 실직자가 되고 심할 경우 한 가정의 생계가 위협받을지 모른다는 일말의 우려도 찾아볼 수 없었다.

3) 차별! 또 차별!

⓵ 노트북 대신 편집기

2018년 12월 31일. 몇몇 비파업 경력기자들에게 회사 인재개발부로부터 이메일 한 통씩이 날아왔다. 직무 전환이라는 명목이 달린 실무교육을 받으라는 내용이었다. ‘<비전클래스 1차 과정–뉴스콘텐츠 영상편집 실무과정>을 오픈했으며, 보도본부장이 취재기자 직군의 4명을 추천했다’는 것이었다. ‘회사의 인재개발 규정에 따라 진행되는 교육 명령이므로 빠짐없이 교육에 임해 달라’는 위압적인 문구도 포함돼 있었다. 당사자의 의사도 제대로 묻지 않고 교육이라는 명목으로 강압적인 인력 재배치나 직종 전환을 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강하게 들었다.

앞서 인력 재배치 대상자가 선정되고 개인별 인사 상담이 이뤄지는 시점이 회사의 명예퇴직 공고와 맞물리면서 ‘사실상 퇴직을 압박하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다. 2012년 입사자에 대한 채용 감사와 대규모 인사조치 예고 때와 너무도 상황이 흡사했기 때문이었다.

인력 재배치 대상자를 선정한 근거는 인사고과였다. 모 차장은 현재 퇴사한 모 씨가 팀장이던 시절 디지털뉴스제작팀에서 ‘R(ed)’ 평가를 두 차례 연달아 받았다. 이의신청도 해봤지만 누구도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해주지 않았다. 인사고과에서 ‘R’ 평가를 세 차례 연속으로 받으면 회사가 해고할 수 있다는 흉흉한 소문도 돌았다. 결국 한 달여에 걸친 교육을 받았고, 노트북이 아닌 편집기 앞에서 전혀 익숙하지 않은 새 업무에 적응해 갔다. 그리고 2019년 설 명절 연휴가 끝난 직후인 2월 7일. 그를 비롯한 3명의 비파업 기자가 뉴스영상콘텐츠국 뉴스콘텐츠편집부로 발령이 났다. 그해 MBC 국정감사에서 ‘취재기자를 영상편집 업무에 배정하는 것은 전례가 없다’는 보수정당 소관 상임위원의 지적이 있기는 했지만, 회사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잦은 인사발령으로 이 부서 저 부서를 옮겨 다니는 것은 그 자체로 고역이었다. 2017년 말에서 2019년 초까지 2년 동안 5곳의 부서를 거친 모 차장의 경우도 있었다. 뉴스콘텐츠편집부 3개월, NPS준비센터 영상관리팀 4개월, 뉴미디어뉴스국 6개월, 생방송뉴스팀 2개월, 그리고 주간뉴스팀까지 하나같이 ‘유배지’로 활용되던 부서들이었다. ‘유배지’에서조차도 한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여기저기 옮겨 다녀야 하는 처지가 무척 처량하게 느껴졌다고 그는 회고했다.⓶ 파업 안 했으면 야근해라?

2020년 4월 23일. 난데없이 인사발령이 났다. 당시 국제부장 모 씨가 ‘국제부 야근 업무의 부담을 줄이겠다’는 명목으로 비파업 기자 3명에게 야근 전담 업무를 지시했다. 국제부에서 ‘저녁 6시부터 다음날 아침 9시까지 3일 주기로 교대 근무를 하라’는 것이었다. 문제는 제도의 취지는 차치하고라도 ‘야근전문 기자’ 3명이 왜 모두 파업에 불참한 경력기자들이냐는 점이었다. ⓷ 출세의 사다리, 언론노조!!! 2019년 12월 18일 김장겸 전 MBC 사장은 <신동아> 인터뷰에서 “노조 활동을 하다 벼락출세한 간부들이 공영방송을 몰락시켰다”라고 일갈했다. 일일이 거명할 필요 없이 2017년 12월 이후 MBC의 경영진과 모든 보직은 언론노조 충성도에 비례해 배분됐다 해도 틀린 말이 아니었다. 2018년 5월 1일 실시된 직급 강등은 결과적으로 비파업자에 대한 철저한 차별적 조치임과 동시에 이듬해 언론노조원들의 출세 잔치의 판을 깔아주었다. 직급 단순화라는 명목으로 부장대우급 전임 보직자들을 한꺼번에 차장으로 강등시켰고, 전임 보도본부장도 부장으로 강등시킨 뒤 4년이 지난 2022년 현재까지도 만년 부장으로 남겨놓았다. 언론노조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연차가 10년 넘게 차이가 나는 선·후배 기자가 직급상 같은 차장, 부장이 됐다. 이 과정에서 회사는 직급 강등으로 실제 임금이 삭감되는 직원이 발생한다는 충분한 홍보와 설명, 노동조합 및 직원들의 총투표를 생략한 채 단순히 사규인 인사규정 개정 절차만으로 중요한 인사제도 변경을 강행함으로써 향후 청구권 소송 등 불씨를 남겼다.

⓸ 중병이 된 마음의 상처 당사자의 ‘아픈 기억’을 다시금 떠올리게 할 수 있다는 판단 하에 MBC노동조합 성명서를 발췌하는 것으로 대체한다.

<취재기자로 입사한 여기자에게 ○○○ 보도본부장이 영상편집 업무를 하라며 교육을 강요했다. 임신 상태였던 이 여기자는 교육 담당인 ○○○ 인재개발부장에게 임신 사실을 알리고 태아에게 해롭지 않도록 강제 교육에서 제외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 부장은 “육체적으로 특별한 무리를 주는 커리큘럼이 아닐뿐더러 무리한 스케쥴로 운영하고 있지도 않다”며 거절했다. 그리고 며칠 뒤 태아가 죽었다.> 2020년 1월 15일 MBC노동조합 성명 中

<회사가 사규를 바꿔 병가를 내려는 사원들은 상급종합병원에 진단 병명과 치료방법, 요양기간을 명시한 진단서를 받아서 제출하도록 병가인정기준을 강화한다고 한다. 최근 야근전담기자로 지목되었던 파업불참 기자가 암 진단을 받는 경악할만한 일이 발생했다. 이 기자는 병원에서 조직검사 결과가 나온 지난달에도 야근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분노조절장애, 우울증 등의 정신질환으로 회사 가까운 의원에서 통원치료를 받는 파업불참자들도 늘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회사가 병가를 받는 기준을 강화한 이유는 도대체 무엇인가? 암인지 의심스러운 경우나, 우울증 등으로 정상적인 업무 수행이 어려운 상태라도 무단결근 등 불이익을 받지 않으려면 출근하라는 압력에 다름이 없지 않은가?> 2020년 10월 13일 MBC노동조합 성명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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