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가 오는 가을부터 마르크스경제학 강의를 열지 않는다. 마르크스경제학은 공산주의 토대를 만든 철학자 카를 마르크스가 정립한 정치경제학 비판이론부터 출발한 학문으로, 주류 경제학을 비판하는 학문적 토대를 제공해왔다.
서울대 경제학부는 교수들로 구성된 교과위원회 결정을 통해 이번 가을학기에 ‘정치경제학 입문’, ‘마르크스경제학’, ‘현대 마르크스경제학’ 등 마르크스경제학 강의를 모두 개설하지 않는다고 11일 밝혔다.
서울대에 따르면 이 같은 조치는 교과과정 운영과 강의 수요·공급 상황을 고려한 결정이다.
특히 가장 주요한 원인은 교수진 부족에 있다.
현직 경제학부 교수 38명 가운데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장용성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이재원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장 등 3명은 강의를 맡지 못하고 있다.
마르크스경제학에 대한 학생 관심이 미지근해진 것도 또 다른 원인이다.
2021년 가을학기 93명에 달했던 정치경제학 입문 수강생은 2022년 봄학기 34명, 2022년 가을학기 61명, 작년 봄학기 29명, 작년 가을학기 25명으로 줄었다. 올해 봄학기에는 30명이 정치경제학 입문 강의를 들었다.
이중에서도 마르크스경제학 수강생은 2021년 봄학기 14명에서 2022년 봄학기와 작년 봄학기 각각 11명, 작년 가을학기 4명으로 줄었다. 또 현대 마르크스경제학 수강생은 2021년 가을학기 13명에서 2022년 가을학기 1명으로 줄었고, 작년에는 강의가 열리지 않았다.
이로써 마크르스경제학 강의는 ‘서울대의 처음이자 마지막 마르크스 경제학자’로 불린 고(故) 김수행 교수(1942~2015)가 지난 1989년 관련 과목을 개설한지 35년만에 명맥이 아예 단절된 상황에 놓였다. 김 교수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마르크스의 저서 ‘자본론’을 완역한 마르크스 전문가다. 2008년 김 교수가 퇴임한 이후 사회과학대학 대학원생들이 마르크스경제학 전공 교수의 채용을 촉구했지만 받아 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학문의 다양성 저해 우려도 제기된다.
김수행 교수 퇴임 후 마르크스경제학 강의를 맡아온 강성윤 강사는 지난달 19일 한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에 “경제학의 압도적 주류와는 사뭇 다른 주제와 접근방식을 취하는 마르크스경제학 분야를 배제하는 과정을 진행하고 있지 않은지 우려를 갖고 있다”며 “마르크스경제학 명맥이 서울대에서 완전히 단절되지 않길 바란다”는 글을 올렸다.
http://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4/08/11/202408110004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