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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추천

엔릭프라이드

기상도(氣象圖)

 

                                         - 김기림(金起林)

 

세계의 아침

비늘

돋힌

해협(海峽)은

배암의 잔등

처럼 살아났고

아롱진 [아라비아]의 의상을 둘른 젊은 산맥들.

 

바람은 바닷가에 [사라센]의 비단폭처럼 미끄러웁고

오만(傲慢)한 풍경은 바로 오전 칠시(七時)의 절정(絶頂)에 가로누었다.

 

헐덕이는 들 우에

늙은 향수(香水)를 뿌리는

교당(敎堂)의 녹쓰른 종(鍾)소리.

송아지들은 들로 돌아가렴으나.

아가씨는 바다에 밀려가는 윤선(輪船)을 오늘도 바래 보냈다.

 

국경 가까운 정거장(停車場).

차장(車掌)의 신호(信號)를 재촉하며

발을 굴르는 국제열차.

차창마다

[잘 있거라]를 삼키고 느껴서 우는

마님들의 이즈러진 얼골들.

여객기들은 대륙의 공중에서 티끌처럼 흩어졌다.

 

본국(本國)에서 오는 장거리 [라디오]의 효과를 실험하기 위하야

[쥬네브]로 여행하는 신사(紳士)의 가족들.

[샴판]. 갑판. [안녕히 가세요]. [다녀오리다]

선부(船夫)들은 그들의 탄식을 기적(汽笛)에 맡기고

자리로 돌아간다.

 

부두에 달려 팔락이는 오색의 [테잎]

그 여자의 머리의 오색의 [리본]

 

전서구(傳書鳩)들은

선실의 지붕에서

수도(首都)로 향하여 떠난다.

…… [스마트라]의 동쪽. …… 5 [킬로]의 해상(海上) …… 일행 감기(感氣)

도 없다.

적도(赤道) 가까웁다. …… 20일 오전 열 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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