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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0억달러 규모의 자금을 운용하는 미국 대형 자산운용사 아카디안의 오웬 A. 라몬트 수석부사장이 '서학개미'로 불리는 한국 개인투자자들이 미국 주식시장의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쏠림, 특정 섹터 주식의 급등락 등 이례적인 현상을 주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13일(현지시각) 아카디안에 따르면 라몬트 수석부사장은 회사 홈페이지에 기고한 '오징어게임 주식시장(The Squid Game stock market)'이라는 글을 통해 "한국 개인투자자들의 유입으로 미국 주식시장이 한국화되고 있다"고 진단하며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처럼 대부분 참가자는 좋지 않은 결말을 맞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한국예탁결제원 데이터를 인용해 한국 개인투자자들의 미국 주식보유액이 지난해 말 기준 1121억원으로, 사상 최대치에 달했다고 언급했다.
이는 미국 주식시장 전체 시가총액(62조달러)과 비교하면 0.2%에 불과하지만, 특정 종목에서 '서학개미'들이 주요 참여자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그는 기업의 본질적 가치와 무관하게 '밈 주식(테마주)'으로 꼽히면 특정 주식의 가격이 급등하는 현상의 배경에 서학개미가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대표적으로 지난해 말 양자컴퓨팅 관련주의 급등을 예로 들었다. 지난해 12월 양자컴퓨팅 대표주식인 리게티컴퓨팅의 주가는 한 달 만에 1400% 폭등했다. 서학개미가 1억1100만달러를 집중 매수했기 때문이다.
리게티컴퓨팅의 주가는 현재 고점대비 55% 폭락한 상태다.
라몬트 수석부사장은 "평범한 한국인들이 빠르게 부자가 되기 위해 큰 위험을 감수하고 공격적인 투자를 벌인 결과 폭력적인 주가 움직임이 발생한다"고 짚었다.
실제 서학개미들은 또 다른 양자컴퓨팅 관련주 아이온큐의 시가총액(47억달러) 30%에 달하는 13억달러 상당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아울러 그는 한국에서 단일 주식 레버리지 ETF가 불법이지만, 미국에서는 제약이 없다는 점을 이용해 서학개미들이 고위험 레버리지 상품에 집중 투자하는 경향을 보이는 점도 지적했다.
그의 분석 결과, 특정 주식의 폭락 직전에 서학개미들이 해당 주식을 대량 매수한 사례도 발견됐다. 2008년 리먼브라더스 붕괴, 2018년 '볼마게돈' 사태, 실리콘밸리은행(SVB) 붕괴 등 미국 금융 역사에 남은 재앙적 사태 직전에 개인투자자들의 관련 종목 매수가 급증했다는 것이다.
그는 "개인투자자들은 곧 폭락할 주식을 매수하는 '놀라운 능력'이 있다"며 "1989년 일본 샐러리맨, 1999년 성장 펀드 투자자들, 2021년 밈 주식을 매수한 로빈후드 투자자들에 이어 오늘날 한국 개인투자자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라몬트 수석부사장은 AI, 암호화폐 관련주 등 최근 서학개미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일부 섹터 고위험 레버리지 상품 투자에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그러면서 "전세계 개인투자자들에게 지루한 인덱스 펀드를 매수할 것을 조언하고 싶다"며 "오징어게임에 참가할 기회가 주어질 때 가장 좋은 결정은 아예 참가하지 않는 것"이라는 말로 글을 끝맺었다.
경제학 박사인 라몬트 수석부사장은 예일대 경영대학원, 시카고대 경영대학원 교수 등을 역임했다.
http://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5/03/14/202503140024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