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본 디씨 홍준표 의원 에세이 갤러리
2009년 0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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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검사를 그만둔 이유 2
나는 내 나라의 낡은 유습을 그대로 지나칠 수가 없었다.
나는 일단 내 생각이 옳다고 판단되면 남들처럼 속으로 삼켰다가 술자리에서나 불만스럽게 내뱉는 편리한 장치를 갖지 못했다. 나는 그 사면복권의 반대 당사자로서 의사 표시를 반드시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나는 대통령의 사면복권조치가 단행되자마자 곧 그 주일의 어느 주간지에 다음과 같은 글을 썼다.
“우리는 아직도 자격이 없는 지도자들 밑에서 어지럽게 휘둘리고 있다. 사면권은 사법체계의 근간을 뒤흔드는 대통령의 권한으로서 원래 국왕의 은사권에서 출발한 것이고, 봉건주의시대의 잔재이다. 따라서 현대의 사면권은 극히 제한적이고 형평에 맞게 행사되어야 하고 절대로 어느 정파의 이익을 위해 행사되어서는 안 되나 이번 사면복권은 그렇지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 사정국면에서 부패한 지도자, 부패한 정치인으로 처단된 인사들이 이번에 대거 사면복권 되었다. 사소한 도둑이나 소액의 뇌물, 사기, 횡령죄 등을 범한 일반 국민들은 중죄로 처단받고 수억원대의 뇌물, 사기, 횡령죄를 범한 지도자 및 정치인들은 이른바 화합 차원에서 사면복권 되어야 하는가. 그들과의 정략적인 화합은 필요하고 일반 국민들과의 화합은 필요치 않는가. 어느 나라건 지도자의 준법의식이 미약한 나라는 반드시 부패로 국가가 무너져 왔다. 정치인들은 치외법권 지대에서 사는가?”
어느 학자나 문필가 또는 언론인이 이 같은 글을 썼다면 '아, 듣고 보니 그렇기도 하구나' 하고 그냥 넘어갔을 것이다. 현직 검사가 대통령의 이른바 통치권 행사를 두고 정면에서 대드는 소리를 한 것은 아마도 처음 겪어 보는 일인지라 당하는 쪽에서도 놀라고 내가 속해 있던 검찰에서도 놀란 모양이었다. 또다시 돌출 행동으로 비쳐질 수밖에 없는 권위도전 행위를 한 것이다.
나는 한 해 전인 1994년 10월 검찰 정기 인사에서 국가안전기획부의 국제범죄 수사지도관으로 파견되어 안기부에서 근무해 오고 있었다. 검사가 안기부나 청와대로 나가 파견 근무를 하는 것은 괜찮은 일로 알려져 있다. 그런 기회를 원하는 사람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 당시 나의 입장은 아주 곤란한 처지에 있었다. 검찰 내부조직을 수사했다는 것 때문에 결과적으로 나는 예수를 배신한 가롯 유다로 취급되어 내부 간부들로부터 보이지 않는 힐책을 받고 있었던 터였다. 그래서 나는 정형근 안기부 I국장의 안기부파견 제의를 승낙하고 도피 차원에서 안기부로 갔다.
그럼에도 나는 검사는 검사일 뿐이라는 생각에서 한 발자국도 옆으로 나가 본 일이 없었다. 검찰을 떠난 검사는 수사를 할 수 없다.
수사를 할 수 없는 검사는 이미 검사가 아니다.
안기부에서 하는 일도 국가를 위해 중요치 않은 것은 아니었다.
보람도 있었다. 무엇보다 함께 일해 온 안기부 소속 선배 동료 후배들의 따뜻한 인정이 좋았다.
그러나 안기부로 오게 된 것이 내 자의는 아니었으므로 언제든지 수사권이 있는 검사의 자리로 돌아가고 싶었다. 마치 객지에 나온 사람이 고향으로 가고 싶어하는 심정과 같았다.
그런 처지와 신분으로 대통령의 권한 행사를 두고 이를 정면 비판하면서 정치권의 법 의식도 매도했으니 대통령에게 충성스런 기관인 안기부와 검찰의 공기가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이 사건은 우여곡절 끝에 문제삼지 않는 것으로 정리되었지만 그 휴유증은 사면복권의 실무 당사자인 법무부에서 문제가 제기되어 나는 곤란을 겪었다.
대통령의 사면은 할 때마다 논란이 있던 걸 보면 참..
지금도 그렇죠 정치범 사면
ㄱ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