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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시럽급여‧명품쇼핑’의 환장의 콜라보

오주한

‘民 개돼지’보다 더 큰 공분 일으키는 것 無

與에 최악 악재…黨大, 사태수습 총력 다해야

 

쇼군의 아마추어 정치

 

쇼군(將軍‧정이대장군)은 중세일본에서 천황(天皇‧일왕)을 대신해 나라를 통치한 자리다. 기원전 3세기경부터 열도에 정착한 도래인 즉 야요이인(彌生人)들은 북방 에미시(蝦夷) 등 정벌을 위해 정이군(征夷軍)을 꾸렸다. 무가(武家)의 권한은 점차 커졌으며, 급기야 12세기 무렵 가마쿠라막부(鎌倉幕府)가 성립됐다.

 

천황은 만세일계(萬世一系)라는 허울 좋은 이름의 허수아비로 전락했다. 도쿠가와막부(德川幕府)를 끝으로 막부체제가 청산되고 왕정복고(王政復古)가 이뤄진 건 19세기 중후반 메이지유신(明治維新) 때다. 비록 황도파(皇道派)‧통제파(統制派)의 격렬한 권력투쟁 끝에 도조 히데키(東條英機)를 필두로 하는 사실상의 무신정권(武臣政權)이 다시 들어섰지만 말이다.

 

가마쿠라막부 바통을 이어받은 건 무로마치막부(室町幕府)였다. 무로마치막부 8대 쇼군은 아시카가 요시마사(足利義政‧생몰연도 서기 1436~1490)였다. 그는 처음에는 의욕적으로 국정(國政)을 이끌고자 했다. 요시마사는 조부(祖父) 아시카가 요시미쓰(足利義満)의 정신을 이어받으려 했다.

 

요시미쓰는 오늘날까지 교토(京都)에 현존하는 사찰 킨카쿠지(金閣寺‧금각사)를 세운 바 있다. 199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이 사찰 경내 가장 높은 곳에는 안민타쿠(安民澤)라는 작은 연못이 있다. 킨카쿠지 앞 교코지(鏡湖池‧거울호수)에 물을 공급하는 수원지(水源地)이며 찻물을 길어오는 여러 샘터와도 이어져 있다. 현지 가이드는 안민타쿠에 대해 “백성을 편히 해주는 연못”이라고 설명 중이다.

 

요시마사는 그러나 여러 슈고다이묘(守護大名)들과의 대립 등을 거치면서 지쳐갔다. 급기야 그는 정사(政事)에 흥미를 잃고 취미생활에만 몰두했다. 요시마사의 취미는 다도(茶道)‧조경(造景) 등이었다. 그는 뛰어난 실력을 바탕으로 히가시야마 문화(東山文花)를 꽃피우기도 했다.

 

문제는 요시마사 직업이 예술가가 아닌 조정 내 1인자 ‘쇼군’이었다는 것이다. 최고 국정지도자가 정신 못 차리자 부정축재(不正蓄財) 척결, 여민동락(與民同樂)이라는 요시미쓰 정신 계승 구호는 준법(遵法)시민들에게 공수표처럼 받아들여졌다. 실제로 열도 도처에서 비리가 만연하고 불만은 솟구쳤다. 민심(民心)은 분노로 들끓었다. 불난 여론에 기름을 끼얹은 건 다른 사람도 아닌 요시마사의 아내 히노 도미코(日野富子‧1440~1496)의 행실이었다.

 

쇼군 아내의 부정축재‧명품사랑

 

도미코가 남편에게 시집갔을 당시 요시마사에게는 이미 여러 첩실(妾室)이 있었다. 그 중에서도 요시마사의 유모(乳母) 출신 이마마이리노 쓰보네(今参局)가 특히 총애 받았다. 그는 요시마사를 등에 업고 요시마사의 친모(親母) 히노 시게코(日野重子)보다도 더 큰 입김을 행사했다.

 

도미코는 혼인으로부터 약 4년 뒤 요시마사와의 사이에서 첫 아이를 낳았다. 하지만 아이는 출생 약 하루만에 숨졌다. 중세에는 영아(嬰兒)사망률이 상당했다. 그러자 도미코는 “이건 다 쓰보네의 저주 때문”이라는 소문을 퍼뜨렸다. 무녀(巫女)들마저 풍문(風聞)이 사실이라고 증언하자 요시마사는 쓰보네를 유배형(流配刑)에 처했다. 쓰보네는 귀양 도중 자결했다.

 

도미코는 늦게 낳은 둘째아이 아시카가 요시히사(足利義尙)를 요시마사 후계자로 만들려 애쓰기도 했다. 첫 아이가 죽자 요시마사는 승려였던 동생 아시카가 요시미(足利義視)를 환속(還俗)시켜 자신의 뒤를 이으라고 명했다. 그런데 요시히사가 태어나자 자연히 조정에서는 격론이 벌어졌다. 도미코는 남편에게 늦둥이를 후계자로 삼으라고 지속적으로 독촉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그저 궁중암투(宮中暗鬪)로 여겨질 수 있다. 사람들 눈살만 찌푸리게 할 뿐 민생(民生)에는 직접적 악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백성을 분노케 한 건 도미코의 ‘명품사랑’이었다.

 

요시마사의 부정축재 타도, 사치향락 경계 등 주장이 무색하게 도미코는 앞장서서 사치향락을 누리는 듯한 태도로 논란을 자초(自招)했다. 그는 백성을 상대로 한 사채(私債)‧투기(投機)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부를 축적했다.

 

도미코는 후계자 다툼 등 제 욕심으로 발발한 오닌(應仁)의 난 와중에도 고리(高利)로 돈놀이를 했다. 심지어 제 아들을 지지하는 서군(西軍)은 물론 라이벌 요시미 지지파인 동군(東軍)을 상대로도 군자금을 융자하는 등 돈에 ‘환장’했다. 도미코는 이 돈으로 상상을 초월하는 호화생활을 누렸다. 그 사이 교토는 동‧서군 대민(對民)약탈 등으로 피바다가 됐다.

 

요시마사‧도미코의 ‘환장의 콜라보’ 결과는 약 100년 동안 지속된 그 유명한 센고쿠지다이(戰國時代‧전국시대)였다. 무로마치 막부가 사실상 문 닫자 센고쿠다이묘(戰國大名)들은 패권(霸權)을 다투며 민생을 도탄(塗炭)으로 몰고 갔다. 각지에서는 “못 살겠다, 갈아엎자”를 외치는 잇키(一揆)들도 봉기했다. ‘환장의 콜라보’로 나라는 망하기 일보직전까지 몰렸다. 피로 얼룩진 항쟁(抗爭) 끝에 결국 집권세력은 도쿠가와막부로 바뀌었다.

 

업보(業報)인지, 기어이 새 쇼군이 된 요시히사는 25세 젊은 나이에 요절(夭折)했다. 요시마사는 머리 깎고 출가(出家)했다가 아들 사망소식에 급히 복위(復位)하려 했지만, 아내 도미코의 훼방으로 그러지 못하다가 중풍(中風)으로 쓰러져 사망했다.

 

이하부정관(李下不整冠)은 자두 바꿔 먹었나

 

여당‧용산을 둘러싼 ‘시럽(실업)급여’ ‘명품쇼핑’ 후폭풍이 거세다. 근래 여당 모 인사는 “(실업급여 수급자 중) 한 부류는 실업급여 받아서 명품선글라스 끼고 해외여행 다녀온다”며 사회 일각의 부정축재 실태를 비판했다. 이를 빗대 달콤한 급여라는 의미의 ‘시럽급여’라는 표현도 등장했다.

 

여기까지는, 진위여부‧찬반여론이 대립하긴 하지만, 여당 지도부의 부정부패 근절 의지로 읽힐 수도 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바로 직후 용산 고위관계자의 ‘명품쇼핑’ 주장 보도가 외신(外信)에서 터져 나왔다. 국민에게는 부정축재를 통한 사치향락 중단을 요구하면서, 정작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보란 듯 명품쇼핑을 했다는 의혹의 최악(最惡)의 모양새가 연출되고 만 것이다. 더구나 해당 관계자는 고속도로 특혜(特惠) 의혹 등에도 휘말린 상태다.

 

적잖은 국민은 2016년 모 인사의 “민중(民衆) 개돼지” 발언 충격을 좀처럼 잊지 못하고 있다. 또 제1야당의 갖은 ‘삽질’에도 불구하고 당대(여당‧대통령실) 지지율은 좀처럼 반등(反騰) 못하고 있다(상세사항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런 가운데 당대에게 무엇보다 요구되는 자세는 이하부정관(李下不整冠) 즉 오얏(자두)나무 아래에서 갓을 고쳐 쓰지 않는, 조심 또 조심하는 태도다.

 

복수불반(覆水不返)인 법이다. 한 번 쏟아진 물은 되 담을 수 없다. 이대로 가다가는 박근혜정부 말기와 같은 사태가 또 빚어지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렇게 된다면 국민의힘은 또다시 폐당(廢黨)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 차기 총‧대선 결과는 장담할 수 없게 된다. 어찌 할지는 모르겠지만, 당대는 당원‧지지자 공동자산(共同資産)인 집권여당에 누가 되지 않도록 총력(總力)을 다하길 요구한다. 더 이상 당원‧지지자에게 실망 아니 분노를 안기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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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한 前 여의도연구원 미디어소위 부위원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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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풀소유

    정부 여당은 말씀대로 '이하부정관'을 가슴에 새겨야 할 것입니다.

    잦은 말실수를 보면 총선에서 패하고 민주당에 탄핵을 선물하려는 스파이로 보일 정도입니다.

    특히 영부인은 자기 발언에 책임을 지고 내조에만 전념했으면 하는 데

    본인의 좌파 본능을 숨길 수가 없는 것인지 아니면  관종끼를 주체할 수 없는 것인지...

    지지율이 오를 만하면 이때다 싶어 나와서 사고를 치니 

  • 풀소유
    오주한
    작성자
    2023.07.15
    @풀소유 님에게 보내는 답글

    스무살 넘어서부터 20년 이상 국민의힘 및 그 직계 조상정당들만 줄곧 지지해온 입장에서 참으로 답답할 따름입니다.

  • ydol7707

    하지만 저들의 행태를 보면 준표형님에게 책임을 전가할지도 모릅니다. 생각보다 간사하고 사악한 것들이니까요.

    이미 재보궐 패배 책임을 준표형님에게 전가해서 상임고문 해촉을 시킨 자들이니 당에서 쫓아낼 수도 있는 자들입니다.

    총선 패배하자 부정선거 운운하는 민모씨 처럼 저들은 당이 망해도 정신을 못차리는 자들입니다.

  • ydol7707
    오주한
    작성자
    2023.07.15
    @ydol7707 님에게 보내는 답글

    생각하시는만큼의 그런 체급은 아니시리라 생각합니다, 시장님께서요.

  • 오주한
    ydol7707
    @오주한 님에게 보내는 답글

    하극상이라는게 괜히 있는게 아닙니다. 저들을 안이하게 생각하면 큰코다치니 기자님께서도 경계를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 ydol7707
    오주한
    작성자
    2023.07.15
    @ydol7707 님에게 보내는 답글

    우리 우파정당의 역사와 생명력과 저력, 그리고 우리를 이끌어주실 큰어르신 홍 시장님을 믿습니다. 여야 막론 정치권 시련이 지나가고 나면, 큰형님 지도력 하에 반드시 정상화되리라 믿습니다.

  • ydol7707
    오주한
    작성자
    2023.07.15
    @ydol7707 님에게 보내는 답글

    저는 기자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