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namu.news/article/1767506
최근 디즈니의 인어공주 예고편이 공개되며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이번 실사 영화의 주인공은 흑인 가수 핼리 베일리다. 이에 대해 팬들은 디즈니가 인종, 성별 등의 편견을 없애려다 원작을 망쳤다는 반응이다.
'인어공주' 실사판 트레일러 / 유튜브
최근 공개된 디즈니의 주인공들도 상당수 여성이나 흑인, 성소수자로 설정되며 상당수의 팬들이 등을 돌렸다. 영상이 공개된 이후 반응은 극과 극으로 나뉜다. 다양성을 존중해서 더 기대가 된다는 입장과 원작 에리얼이 빨간 머리 백인인데 베일리 캐스팅이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다.
이와 같은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에 관한 논쟁이 벌어지기 시작한 것은 하루, 이틀 전의 일이 아니다.
‘PC’로 불리는 이것은 다문화, 다인종 국가인 미국이 잘 작동하기 위해선 인종, 남녀, 종교차별을 없애는 것이 정치적으로 옳다는 점을 강조한다. 문제는 이 때문에 갈등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것이다. 이를테면 종교·인종차별 금지를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말조차 사용하지 못하는 역차별이 발생한다. 다른 종교인들이 불편을 느낀다는 것이 금지 이유다. 다양성 존중때문에 거꾸로 ‘금지어’가 많아졌다.
이는 모든 문화.상업 콘텐츠에도 빠르게 퍼져나갔고, 게임도 예외는 아니다.
오버워치의 트레이서 사례를 보면 이용자들이 트레이서라는 캐릭터에 익숙해졌을 때쯤, 원래부터 이런 캐릭터였다 하면서 숨겨진 스토리를 천천히 공개했다. 그것이 바로 레즈비언이라는 설정이다. 거센 반발이 있었고 많은 이들이 등을 돌렸지만 기존 캐릭터 설정을 이성애자라고 공개한 적이 없으므로 지적할만 한 사항은 아니었다.
반대로 리그오브레전드의 바루스는 이미 가족을 잃은 유부남이라는 기존 설정으로 팬들의 공감을 받고 있었고 많은 창작물들이 이미 나왔음에도, 동성애자 캐릭터로 설정을 뒤엎었다. 단순히 정치적 올바름때문에 기존 설정을 뒤바꾼다는건 기존 팬들에게 모욕적이게 느껴졌다. 리그 오브 레전드도 기존 캐릭터의 설정을 바꾸느니 그냥 동성애 성향을 지닌 캐릭터가 새로 나왔다면 오버워치의 경우처럼 큰 반발은 없었을 것이다.
트레이서와 솔져 /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마찬가지로 만약 오버워치에서 트레이서 대신 다 자란 딸이 있는 아나 아마리가 레즈비언이었다고 우긴다면 아무도 납득하지 못할 것이다.
최근 게임, 영화 등 문화콘텐츠 상품을 중심으로 다양성을 포용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으나 일부 소비자들은 이런 변화에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블리자드가 공개한 단편 소설에는 오버워치의 인기 캐릭터 '솔져: 76'이 전 연인인 ‘빈센트(Vincent)'라는 남자를 회상하는 장면이 포함됐다. 이후 마이클 추(Micheal Cuh) 오버워치 선임 디자이너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잭(솔져: 76)은 연인 빈센트와 수년간 로맨틱한 관계를 유지했다. 두 사람은 동성애자다”라고 밝혔다.
정보를 접한 팬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한 유튜버는 “솔저: 76은 남성미 넘치는 군인 캐릭터인데 게이 이미지는 어울리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메인 콘텐츠는 업데이트하지도 않으면서 ‘PC’만 신경 쓰나”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반해 “다양성을 확장하려는 좋은 시도다”라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네티즌들도 있다.
이처럼 문화콘텐츠 산업에서 PC는 다양한 가치관을 지닌 인물들을 부각하는 형태로 나타났다.
문제는 PC가 일부 콘텐츠 소비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킨다는데 있다. 특히 일부 산업 종사자들은 이와 같은 문제로 소비자들과 직접 충돌하거나, 비난을 받기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게임사 일렉트로닉 아츠는 자사 인기 시리즈의 신작 ‘배틀필드 5’ 소개 영상에 의수를 장착한 여성 캐릭터를 등장시켰다가 게이머들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이후 패트릭 쇠더룬드 일렉트로닉 아츠 최고마케팅경영자가 미국 매체 가마수트라와 인터뷰 중 “(게임이) 싫으면 사지 마라”, “못 배운 사람들은 이해 못 한다” 등 부정적인 발언을 한 사실이 밝혀지며 논란이 가중됐다.
마찬가지로 라스트 오브 어스 시리즈의 디렉터인 닐 드럭만은 락스타 커트 코베인의 말을 인용하여 "인종, 성별, 성적 지향에 대한 차별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라오어2를 싫어할 것"이라는 암시를 남겼다. 즉, PC적 요소가 게임에 섞여있으니 게임을 싫어하는 사람은 PC주의를 혐오하는 차별주의자라고 먼저 못을 박은 것.
정치적 올바름이 문화계 전반에 침습한 이후로 많은 유명 시리즈들에서 기존 캐릭터에 대한 취급 논란이 불거졌다. 보통 PC 논란을 보면 PC 요소의 존재 자체가 아니라 PC에 기반한 이분법으로 접근해 유저를 계몽하려 하고, 역차별을 저지르며 기존 프랜차이즈 컨텐츠의 신작에 PC 요소를 투입하는 경우 문제가 된다. PC를 부각시키기 위해 그 프랜차이즈가 원래 가지고 있었던 중요한 가치관을 밀어내고 기존 캐릭터를 소모해 버리는 등의 행위들이 유저들의 분노를 사는 패턴으로 정형화되어 있다.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2에서 제작진과 평론가들의 태도가 정확히 이러하다.
라스트 오브 어스2 / 게임와이 DB
이용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전편의 주인공 조엘을 다루는 방식에 정치적 올바름이 개입되어 있다. 조엘은 백인, 중년, 남성 캐릭터로 이 세 가지 속성은 특정 집단에서 가장 주된 비판을 가하는 대상이다. 이러한 조엘을 소위 '여성서사' 및 '여성 위주의 스토리'를 위한 도구로 소모시켰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반면 애비는 PC에서 선호하는 강한 여성, 알파걸로 대표되는 근육질 숏컷 여성이며, 그녀가 돌보아주는 레브는 사이비 종교 피해자이자 트랜스젠더이자 동양계 미국인이자 청소년으로 소수자 중의 소수자다. 애비는 조엘, 엘리의 가부장제적 결합을 해체하고 레브와 시민동반자적 결합을 형성한다.
아울러 애비의 악행에 대해서는 작중에서 정당방위라는 메시지를 계속해서 던지는 반면 엘리는 복수에 미쳐서 지켜야 할 선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복수귀로 연출하고 있다.
PC적인 요소가 본질은 아니라는 평가도 있으나, 이렇게 캐릭터 구성과 스토리 전반에 PC적인 의도가 강하게 의심되는 만큼 이런 말은 문제를 지적하는데 혼란만 일으킨다. 물론 사람에 따라 PC적인 요소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볼 수는 있지만 지적하는 입장에서는 스토리나 세계관 분위기가 연결되는 만큼 상당히 치명적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문화콘텐츠의 팬들이 불편을 느끼는 이유는 과도한 PC주의가 사회 문화 곳곳에 마치 '할당제'처럼 억지로 욱여넣는 행태에 있다는 주장이다.
흑인이 주연으로 등장하는 것이, 동양인이 주조연으로 등장하는 것이 잘못됐다는 주장이 아니라 PC주의를 마치 인종쿼터제 처럼 억지로 삽입하여 극의 문학적 완성도를 떨어뜨려가면서 굳이 삽입되어있는 것이 문제라는 것.
아이러니하게도 PC주의의 현 주소는 소수자들이 자신들에 대한 편견을 버려야 한다는 메시지를 역으로 일반인들에게 강요하고 있는 모양새가 되어버렸다. 지극히 정상적인 일들이 마치 잘못된 것처럼 역차별을 하고 있다는 것. "다수에 의해 소수가 희생되는 것은 악한 것"이라며 "너희도 되도록 그동안 배척했던 소수자들의 사상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사상 이념 강요를 역설적으로 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배척한다고 하지만 이면에는 새로운 차별적 프레임을 앞세워 사건의 본질을 희석시키며 사회적 갈등을 조장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할 일이다.
최근 문화 콘텐츠 전반에에 확대되고 있는 PC주의는 사리분별의 냉철함보다 단순히 인도주의적이고 온정적인 시각과 태도로 소수자의 인권만을 강요하며, 다수의 불편과 희생을 요구하고 있어 주객이 전도된 모습으로 새로운 평등사상을 주입시키고 있다.
소수자에 대한 차별 금지는 우리 사회가 약자에게 베풀 수 있는 최대의 배려이지 결코 다수의 희생을 강요하는 권리가 아니라는 점을 충분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최예나
@에스파윈터
@빵까까
@자게/아게관리자
칼럼 이동 부탁드립니다
이런건 자발적 불매운동으로 해결을 봐야할것같다. 이 작품들에 대한 비난도 자유화해야함
흐음... 文정권이 들어설 때만 해도 PC주의에 대해 별로 관심조차 없었는데 어느덧 문화콘텐츠 전반에 침투해 있었구만. 심각하네.
개인적으로 정치지도자로서 오바마를 괜찮게 봤었는데 PC주의는 좀 역겨웠죠.
칼럼 고맙습니다. 유익한 지식을 배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