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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국민은 울면서 구걸하지 않는다” 자유통일 지원 요구...트루먼 찾아 감사와 원망...“중립이란 없다. 공산화가 진보냐?”

뉴데일리

“가짜 평화를 구걸하느라 적에게 모든 것을 바치지 말고, 자유와 정의 구현에 모든 것을 바치면 진짜 평화가 온다”이승만 대통령이 미국 가는 곳마다 쏟아낸 이 연설 대목은 무엇을 말하는가. 말할 것도 없이, 아이젠하워가 대선공약(한국전쟁종결) 실현만을 위해 한국을 무시한 채 일방적 휴전을 강행하며 주장한 ‘휴전=평화’의 허구성을 폭로한 국제적 고발이다. 꼭 70년전 미국에 들려준 이 말은 70년이 지난 오늘의 대한민국에게 절실한 말이 아니랴.

뉴욕 브로드웨이 ‘영웅 행진’이 있던 날 8월2일 저녁, 이승만은 또 다른 ‘명언’을 남길 만찬장으로 들어선다. 이 행사를 마련한 미-한 재단(The American-Korean Foundation, 이하 한미재단)은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친동생 밀턴 아이젠하워(Milton Eisenhower)를 내세워 1953년 5월5일 휴전직전에 설립한 미국 최대의 민간단체로서 다양한 한국 지원사업을 전개하였다. 휴전 후의 한국 재건을 돕겠다는 명목, 정치인 아이젠하워의 양심적 자책감을 보상하고 기독교 강대국의 자선사업 전통이 어우러진 단체는 대대적인 모금운동 등 원조캠페인을 벌였는데 ‘Help Korea Train’(한국돕기 열차) 사업이 유명하다.이날 만찬회 시작과 함께 이사장 러스크가 소개한 1년간 원조사업내용은 대단한 규모였다. 미국 대륙을 횡단하며 전국에서 거둔 물품들은 기차 750대 분량으로 선박들에 실어 한국으로 가고있다고 했다.

공중파 TV와 라디오로 전국에 중계되는 만찬행사는 상류사회 특유의 명사들 소개를 한참 하고나서 밴 플리트 장군이 일어나 연사 이승만 대통령을 다시 소개한다.“...어느 시대나 위대한 분이 있었지만 흔히 한 세기도 못돼 사라집니다. 그러나 아직 생존해 있는 위대한 분이 여기 계십니다. 위대한 학자요, 위대한 정치가요, 위대한 애국자인 그분은 무엇보다 전지전능하신 하나님의 경건한 숭배자이기에 더욱 위대합니다.”밴 플리트는 조금 전 뉴욕시창 오찬에서 했던 이승만의 말을 또 소개한다. “...전투가 한창일 때 미국 병사들을 환영하는 이대통령이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 분의 말을 들어보십시오. ‘장군, 나는 귀하의 젊은이들이 이곳에서 싸우는 것을 보고 싶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의 많은 청년들은 이제 자유를 위해 싸우고 죽을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부디 우리에게 무기를 제공하고 청년들을 훈련해서 우리 스스로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도록 귀하의 정부에 건의해 주시오’ 이 위대한 대통령은 그의 장병과 미국 장병들을 하나같이 사랑했습니다. 여러분에게 자유를 위한 투사, 대한민국 이승만 대통령을 소개합니다.”

"우리는 구걸하지 않으며 앞으로도 구걸하지 않겠다"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으며 일어선 이승만은 1500여명의 미국 지도층을 둘러보았다.“오늘 밤 이 사람이 한국 국민의 이름으로 여러분의 숭고한 호의에 대해 감사드리게 된 것은 큰 영광입니다. 여러분은 실로 기적과 같은 놀라운 위업을 이루었습니다.미국이 제공하는 돈, 상품, 식량은 엄청나게 중요합니다. 그러나 나는 한미재단과 다른 기관들이 미국인과 한국인 사이에 맺어주는 정신적 유대가 더욱 위대한 결과물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미국보다 작고 부족한 나라이지만 자유와 민주주의에 관해서는 미국과 똑같은 신념과 정서를 공유하고 있습니다”이렇게 청중들의 가슴을 파고드는 이승만의 연설은 ‘의외성’ 반전으로 휘어잡는다.

“워싱턴의 신문기자들이 방미에 만족하느냐고 내게 물었습니다. 내가 무엇을 성취하였고, 얼마나 받아냈으며, 고무되었는지 또는 낙담하였는지를 알고 싶어 했습니다.나의 대답은 이것입니다. 공적 차원에서 결코 그다지 많은 것을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낙담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나의 친구들이어, 내가 여기 온 것은 더 많은 원조, 더 많은 자금, 더 많은 그 무엇을 요구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국민은 울면서 도움을 구걸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눈물을 감추고 조용한 결의와 용감한 미소로써 기아와 파괴를 이겨내는 싸움을 시작하였습니다. 우리는 구걸하지 않으며, 앞으로도 구걸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친구들이 제공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감사하고 앞으로도 감사할 것입니다.”

‘우리는 구걸하지 않는다’? 원조받는 나라 대통령이 원조해 주는 미국 지도자들 앞에서 할 말인가? 만찬장은 찬물을 부은 듯 침묵에 잠긴 듯, 이윽고 열렬한 박수가 폭발하였다.‘눈물을 감추고 조용한 결의와 용감한 미소로써 기아와 파괴를 이겨내는 싸움’에 나선 한국과 이를 돕는 미국, 두 나라 자유의 동지들이 ‘부자와 걸인’일 수는 없다. 이승만 특유의 표현력이 주는 감동적 메시지가 이심전심 청중들의 혈관을 관통하는 순간이었다.

"정의의 갑옷을 입은 우리는 하나님 가호로 세계 무적의 군대"

이어서 이승만은 미국 정부의 원조 정책이 일방통행적 강대국 횡포임을 폭로한다.“한국 정부는 미국 경제협조처 사업이 개시될 때, 10개 내지 12개 사업안 목록을 제시하였습니다. 이 목록에는 절실하게 필요한 전력, 비료, 시멘트 공장이 포함되었는데 어느 것도 시작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미 경제협조처와 유엔한국재건단의 인적 구조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서야 일부 공장 건축이 착수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는 너무 늦은 일입니다.”

미국은 무기원조 등 군사 문제도 자기방침 대로, 경제문제도 한국을 돕는다면서 ‘한국 패싱’을 예사로 휘두르고 있었다. 마치 ‘얻어먹는 주제에 주는 대로 시키는 대로 하라’는 식이다. 즉, 원조자금으로 구입하는 물품들을 일본 공장에서 생산 조달하면서, 한국엔 식량 위주로 현물을 갖다주는 것이었다. 전쟁 덕분에 일본만 덕을 보고 정작 전재에 황폐된 한국은 끼니나 해결하란 말인가. 실제로 그리하여 일본은 ‘6.25특수’로 일약 경제대국의 기반을 닦았다.이와같은 미국의 일본 중심주의에 대하여 이승만 대통령은 내부 협상과 함께 공개성명 발표 등 외부공세를 펼치고, 미국특사를 불러들여 ‘현장 시찰’을 시키고 설득해야만 했다. 이승만 대통령의 방침은 ‘생산기반을 구축해서 자립경제 체제를 만든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원조자금 사용방법을 두고 격돌하는 갈등은 이승만의 집권기간 내내 계속된다.

“나의 최대 소망은 미국 국민이 공산주의자들의 전제주의적 위협을 제거하기 위하여 십자군처럼 강력하게 전국적인 운동을 조직하는 준비를 하는 것입니다. 내가 아는 한 미국에서 민주주의 여론과 반공주의 정신이 점차 강화되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내가 필요한 힘입니다. 이것은 한반도에서 중국 공산주의자들을 축출할 때까지 계속 투쟁하게 만드는 자극제입니다. 한국을 위해서, 그리고 미국을 위해서 무엇을 하는지를 미국 국민이 깨닫는다면, 나는 확고부동한 신념과 원기왕성한 정신을 가지고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이승만은 한반도가 자유민주의 국가로 통일돼야 할 이유들을 설명하며 ‘미국의 실수’를 또 다시 고발한다. 그것은 ‘38선 분단’과 ‘일방적인 휴전’ 강행이다.

“우리는 전쟁에 승리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중공군 거점들을 공격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아 우리의 막강한 전력은 손발이 묶여 졌고, 판문점과 제네바에서 적과 불필요한 휴전회담과 소용없는 협상들이 계속되었습니다. (중략)...미군 고위인사들도 한국의 휴전을 끔찍한 실수로 간주했습니다. 그들은 승리를 포기한 전쟁은 처음부터 다시 싸워야만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우리 우방들이 하나씩 사라집니다. 이런 추세가 반대로 되어야 합니다. 한국전쟁은 올바른 곳에서 올바르게 치른 전쟁입니다...한국전쟁은 제한전쟁입니다. 공산주의자들이 원하지 않는 한, 한국전쟁이 세계대전으로 비화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나의 친구들이여, 내 말을 믿으시오. 소련이 원했다면 세계3차대전이 벌써 지구를 덮었을 것입니다.”

“한국은 자신의 통일과 생존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세계 모든 국가 국민에게 자유, 정의, 평화가 보장되도록 돕기 위해서 공헌하고 있는 것입니다. 150만 한국의 아들들이 적을 무찌르고, 그들의 가정과 미국의 가정들을 지키고 있으므로 우리를 도와주십시오!”

“미국의 어머니들에게 감사 드립니다. 미국과 한국 병사들의 영혼이 함께 하나님의 품으로 올라간 것을 우리는 결코 잊지 못합니다. 미국이여, 그대는 지난 며칠간 나에게 그대의 위대함을 보여주었습니다. 나의 영혼은 미국 국민이 넘치는 후의와 지지로써 한껏 고양되었으며, 우리가 힘을 합하면 세계의 무적(無敵)이 됩니다. 정의(正義)라는 대의를 가진 갑옷을 입고 하나님의 가호를 받는 우리들은 기필코 승리할 것입니다”

"감사...감사...감사...이 밤이 새도록 감사합니다"

연설이 끝났는데도 뜨거운 박수는 그칠 줄 몰랐다. TV와 라디오 중계도 끝났다. 그런데 이승만은 다시 마이크를 잡고 즉흥연설을 한다.“...방송 시간제한이 끝났으나 추가로 몇 마디 더해야겠습니다.우리 마음속에 있는 말, 나와 내 아내뿐만 아니라 한국 국민 모두의 가슴 속에 차있는 말을 나는 여기서 해야만 합니다.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이 밤이 새도록 감사합니다.여러분 모두에게, 미국 공직자들 모두에게, 거리의 시민 모두에게 감사합니다.우리는 미국의 모든 분과 같은 친구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친애하는 나의 친구들이여, 세계 도처의 여러분 동맹국과 우방들을 실망시키지 마십시오. 그들의 절반은 낙담했고 포기했으며, 노선을 바꿔 적들과 한편이 되고 말았습니다.제발 그들을 실망시키지 마십시오.”

이어서 데이비드 셀리그손 목사가 긴 기도를 올리고, 뉴욕시장 와그너가 일어나 연설한다.“...자유를 위해서 타협보다 죽음을 택하는 것은 큰 용기가 합니다. 이승만 대통령과 같은 일을 하기 위해서, 그 분이 살아온 삶을 살기 위해서는 용맹스런 사자와 같은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 분이 세계의 영웅인 것은 바로 이러한 용기에서 나온 것입니다.이승만 대통령은 세계가 영원히 잊지 못할 교훈을 주었습니다. 우리에게 불굴의 정신과 신념은 무신론과 폭정으로서도 소멸될 수 없다는 사실을 증명해 주었습니다. 그 분은 소련에게 애국과 진리를 사랑하는 국민의 의자가 그 어떤 무기보다도 강하다는 것을 가르쳐주었습니다.그리고 민주주의가 인정사정 볼 것 없이 싸우도록 만드는 목표라는 사실도 가르쳐주었습니다.”

이어서 아이젠하워 대통령을 대신한 하워드 스미스(Howard A. Smith) 상원의원이 일어나 말했다. “나는 미국 대통령을 대신해서 모든 미국 국민이 한국의 미래에 대하여 깊은 관심을 갖고있다는 사실을 밝혀둡니다. 우리 미국은 오늘 이 자리에 계신 위대한 이승만 대통령이 대표하는 한국 국민의 강력하고 용감하고 정당한 열망을 계속 지원할 것입니다.”

"중공 6억인에 말하시오. '여기 증거가 있다. 이승만이란 증거!'"

이승만 대통령은 프란체스카 여사가 팔을 붙잡는데도 또 일어섰다.“내 아내가 시간이 늦었다고 합니다만, 꼭 한마디만 더 해야겠습니다.나는 아시아를 구하기 위해서는 중국을 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 방법은 미군을 파병하는 것이 아니오, 중국인 6억 명을 격려해 주는 것입니다. 중국 내에서 자유을 위해 싸우는 사람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해주기만 하면 됩니다.‘여기 증거가 있다. 이승만이 공산주의에 저항하는 시범을 보여주었다.그리고 위대한 미국이, 위대한 미국 대통령이 이승만의 배후를 굳건히 지켜주고 있다. 너희도 역시 자유를 위해 투쟁할 수 있으며, 그러면 미국이 너희를 도울 것이다’이것이 중국의 구원을 고무하는 것이요, 우리가 사용하고자 하는 힘입니다.중국과 소련의 모든 반공세력들에게 자유를 위해서 싸우도록 호소합시다!”

박수를 치며 일어선 마지막 연사 메리 로드(Mary P. Lord) 여사가 적극적인 응원연설로서 이승만 대통령을 격려하였다. 메리는 아이젠하워와 각별한 사이의 시민운동가로서 유엔 대표도 지냈다. 이어 러스크 이사장이 말을 받았다.“우리가 한국을 위해서 무엇을 해왔는가에 관계없이 오늘 밤 이 자리를 떠날 때 한국에 무엇을 줄 수 있을지 모를 것 같습니다. 우리는 한국인들에게 진 빚을 어떻게 갚아야 할까요”

이승만이 또 마이크를 잡고 말했다.“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자주 일어나서 미안합니다만, 여기 한국에서 가져온 훈장이 하나 있는데 이 자리에서 수여하는 것이 가장 좋겠습니다. 러스크 이사장 내외분, 한국 국민의 더 없이 감사한 마음을 담아 이 훈장을 드리고 싶습니다. 훈장을 드리는 감사 이유를 한글로 쓴 증서가 있습니다. 대한민국 국새를 찍었습니다.”

양유찬 주미 대사가 나와 훈장수여 증서를 읽었고, 이승만 대통령이 러스크 이사장 가슴에 훈장을 달아주었다. 러스크가 감사의 답사를 말하고, 한미재단의 길고 긴 만찬회는 호레이스 도네건 주교의 축도로써 막을 내린다. (대한민국 공보처, 앞의 책. 이현표, 앞의 책)

♥유엔 방문 “강대국의 거부권 없도록 헌장 개정해야”

이튿날 8월3일 아침, 이승만 대통령은 뉴욕 이스트(East River) 강변의 유엔 본부를 방문한다. 1952년 신축된 당시 최첨단의 40층 유리빌딩에 들어서는 이승만의 감회는 남다르다.그에게 ‘유엔’이란 무엇인가. 대한민국 건국의 지렛대, 독립의 ‘은인’ 아니던가.스탈린의 ‘미소공동위 함정’에 빠져 우왕좌왕하는 미국을 설득하여 한반도 통일문제를 유엔에 이관시켰던 이승만의 외교적 전략이 성공, 그러나 스탈린의 거부로 남한 반쪽 정부가 되었다.스탈린의 남침전쟁에 트루먼은 ‘유엔정신을 파괴한 침략’으로 규정하여 유엔군을 파병한다.결국, 유엔외교로써 대한민국을 건국한 이승만은 미국에게도 유엔이란 방패를 만들어준 셈이다. 유엔의 힘으로 세운 나라, 유엔의 힘으로 구원한 이승만! 그러나 압록강 통일직전까지 갔지만 미국이 휴전을 강행하였다.이승만의 ‘유엔 활용’ 전략을 미국이 따라주지 못 하였으니 미국은 ‘통일의 장애물’이다. 하지만 미국의 도움 없이는 통일도 불가능한 일, 유엔이 곧 미국이기 때문이다. 새로 지은 유엔본부 건축비도 전액 미국 돈이었다. 착잡한 심정을 달래는 이승만은 38층의 유엔 사무총장 함마르셸드(Dag Hammarskjold, 1903~1961) 방으로 올라간다. 스웨덴 정치가이자 외교관인 함마르셸드는 바로 전해 1953년 사무총장에 선출되었고 그후 1961년 콩고 내전을 중재하러 아프리카로 가다가 비행기 사고로 숨졌다.유엔사무총장과 환담을 마친 이승만은 주요 사설을 시찰하고 기자회견을 한다.“한국은 유엔 회원국이 아닙니다. 소련이 거부하기 때문입니다. 나는 우리가 회원국이 아니라고 불평하지는 않겠지만, 특정 국가가 유엔가입을 워하는 국가를 거부권으로써 방해하는 문제를 민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유엔헌장이 개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유엔의 활동이 실패하는 것은 세계가 평화와 법으로써 평화를 달성하려고 강력하게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거울 삼아 이제는 그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평화를 달성하겠다는 생각보다는, 그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정의를 수호해야 한다는 각오가 중요한 때입니다”

여기서도 이승만은 이름뿐인 평화보다 진정한 정의 구현을 강조하고 있다.유엔 본부를 떠난 이승만은 [뉴욕타임스] 본사로 간다. 발행인 아서 헤이스 설즈버거(Arthur Hays Sulzberger, 1891~1968)가 초청한 오찬에 참석, 다양한 환담을 나누었다. 하지만 그 내용은 기록에 보이지 않는다.

♥트루먼 고향 방문...감사와 원망 “공산당은 싸워야 이긴다”

8월4일 공식방미 9일째, 이승만 대통령은 뉴욕 라과디아 공항을 떠나 시카고로 향한다. 은퇴한 트루먼 대통령을 찾아가기 위해서다. 시카고 미드웨이 공항에 도착하여 마틴 케넬리 시장을 비롯, 시카고 상공회의소 콜터 회장 등 기업인의 영접을 받고, 한국교민들의 환영 행사를 마친 이승만은 드레이크 호텔에서 시카고 기업인들과 오찬을 나누었다.뉴욕에서도 도시건축회사 웹 앤드 냅(Webb and Knapp)의 제켄도르프의 요청으로 회사를 찾아가 주택건축문제를 협의한 바 있다. 그 회사가 한국에 100만 가구를 짓겠다고 제의하였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승만은 전후 재건을 위한 비즈니스 외교도 병행하였던 것이다.

이튿날 8월5일, 이승만 대통령 일행은 미공군기를 타고 미주리주 캔자스 시티로 향했다. 공항엔 미국 인사들과 미육군참모대학에 유학중인 한국 장교들도 나와 반겼다.일행은 트루먼 대통령을 방문하러 차를 달렸다. 미주리주 라마 출생인 트루먼은 인디펜던스(Independence)에서 요양 중이었다. 70세 트루먼을 79세 이승만이 만나러 간다.이승만에게 트루먼은 누구인가?한마디로 한국을 공산침략에서 구해준 ‘은인’이자, 한반도의 통일을 막고 휴전에 앞장섰던 ‘통일 장애물 1호’ 격이다. 통일의 눈 앞에서 맥아더 장군을 전격 해임 소환하고 일방적 후퇴를 강행한 ‘겁쟁이’의 원조 아닌가. 독립운동 시절엔 해리스 목사의 도움을 받아 수많은 편지를 보냈지만 단 한번도 직접 답장을 한 적이 없었다. 건국후 나토식 군사동맹 체결과 무기 원조를 간청했지만 “무기 타령 하지 말고 굶주리는 국민들 밥 먹일 걱정이나 하라”며 주한미군을 완전 철수하고 ‘애치슨 라인’을 선포하여 스탈린의 남침을 불렀던 장본인 트루먼!

트루먼의 고향 한적한 도시의 하얀 저택 앞에서 트루먼 부부가 이승만 부부를 맞았다.난생처음의 만남이자 마지막 대면! 화전(和戰)의 라이벌 두 지도자는 반갑게 악수를 나누었다. 이승만은 몰려온 500여명의 주민들 앞에서 트루먼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다.“참으로 반갑습니다. 나는 귀하가 미군을 즉각 보내 도와준 것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위대한 결단을 내려준 귀하에게 나와 한국 국민의 변함없는 감사를 표합니다.귀하는 우리 국민의 사기를 북돋아 공산주의자들을 물리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한국인 모두가 이를 고마워하고 있으며, 귀하를 비롯한 미국 국민들이 이런 감사의 뜻을 알아주시기 바랍니다”저택 안으로 들어가 환담을 나누었는데, 이승만은 ‘솔직한 대화’였다고 뒷날 말했지만 무슨 대화였는지는 기록이 없다.이미 권좌에서 물러나 병약해진 트루먼과 무슨 깊은 대화를 할 수 있겠는가. 트루먼에게 하고 싶던 말은 밖에서 기다리는 군중들에게 토로하였다.“공산주의자들이 이 세계를 자기네 통치하에 장악하기 위해 밤낮없이 준동하고 있습니다. 지금 공산주의자들이 오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마을에서 학교에서 교회에서, 그리고 가정에서 그들과 투쟁해야 합니다”묵묵히 듣고 있는 트루먼의 손을 잡은 이승만이 이 세상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한다.“나는 1950년 비 오던 그날 새벽에 공산주의자들이 우리를 침략한 것을 결코 잊지 못합니다. 그때 나는 기도하였고 하나님이 내 기도를 들어주실 것을 믿었습니다. 이 세상에는 싸우지 않고 공산주의자들을 몰아낼 방법은 없습니다. 부디 건강 하시기를...”

은원(恩怨)의 감상을 어찌하랴, 고맙고도 원망스런 존재 트루먼! 반공투사 이승만은 끝내 참지 못하고 날 선 한마디가 저절로 튀어나왔던 것이다. 다 이긴 전쟁을 왜 안 싸웠느냐? 트루먼 개인만이 아니라 미국이란 강대국 이기주의에 대한 증오의 표출이었다.

♥ “반은 공산주의, 반은 민주주의 나라는 없다”

캔자스시티에서 곧바로 미국 서부로 향하여 로스앤젤레스 공항에 도착한 것이 8월5일 오후2시(서부시간), 앰배서더 호텔에 여장을 푼 이승만 대통령은 저녁 6시 교민단체 LA 동지회가 베푼 환영 만찬회에 참석한다. 앞서 연재에서 설명한 그 동지회, 이승만이 1921년 7월 하와이에서 설립한 독립운동단체 대한인동지회(大韓人同志會)는 1948년 건국 이후에도 동지회란 이름을 유지하며 교민단체로 조국의 각종 지원활동을 벌이고 있었다. 공식방미 이래 모처럼 제대로 한국 음식을 대접받은 만찬회에서 이승만은 동지들과 지난날 힘겹던 독립운동 역사를 회고하며 감회 깊은 격려사를 했다.다음 날 8월6일 오전 10시 LA시의회가 환영 행사를 열었다. ‘자유세계의 챔피언’이란 기념 증서를 받은 이승만 대통령은 뜻밖의 애국가 소리에 놀라고 감격한다. 전원 미국인 합창단이 부르는 애국가, 어찌나 연습을 많이 했던지 정확한 발음의 노래만 들으면 한국인들의 합창 같았다. 이승만은 예정에 없던 연설을 시작한다. “훌륭합니다. 미국에 온 뒤 한국어 애국가는 처음 들었는데 내가 40년 머물렀을 때보다 놀라운 경험입니다.” 이렇게 과장된 감사를 표시한 이승만은 터진 말문을 닫기 힘들다.“나는 오랜 세월 외국의 많은 대통령, 왕자, 실권자들이 미국을 방문하는 것을 많이 보아왔습니다. 그러나 이 위대한 미국인들이 나에게 보여준 것과 같은 자발적인 우정과 온정을 베풀어주는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 이러한 분에 넘치는 환영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위대한 대한민국 국민들에 대한 것임을 확신합니다”“미국인들이 전례 없이 깨닫고 있는 매우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인간의 자유를 억압하는 적, 공산주의의 위험에 대한 깨달음입니다. (중략)...전쟁의 공포보다도 더 끔찍하고 무서운 것이 있습니다.모든 공산주의자가 소련을 자기의 조국이라고 말한다는 것을 알아야합니다. 어떤 사람이 공산주의자가 되면, 그는 더 이상 한국인, 중국인, 미국인이 아닙니다. 다른 국적을 가진 것도 아닙니다. 그는 철저한 공산주의자이며 그것이 전부입니다. 그는 더 이상 여러분의 형제도 자매도 아닙니다. 그는 친구도 국민도 아닙니다.우리 한국 국민은 공산주의냐, 민주주의냐에 대한 확고한 입장을 갖고 있습니다. 현재 몇몇 국가가 주장하는 것과 같은 ‘공존’은 없습니다. 여러분, 천연두나 끔찍한 전염병과 어떻게 같이 산다는 말입니까? 반은 공산주의자이고 반은 민주주의자인 사람도 없습니다. 동시에 반은 공산주의 나라이고, 반은 민주주의 나라도 없습니다.”이승만은 6.25전쟁의 원인과 침략초기의 참상과 미국의 유화적 대응에 대하여 길게 설명하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것 같았다.“우리는 미국 정부에 국방력 증강을 요청하고 있다”면서 한국군이 충분한 무장을 갖추면 미국 병사들을 희생시킬 필요가 없다고 되풀이 강조하였다.

♥“세계 절반이 공산화...이것이 진보인가?”

환영행사에 이어 빌트모어 호텔에서 세계정세협회(World Affairs Council)가 주최한 오찬회가 열렸다. 존 어윈(John Erwin) LA 부시장이 이승만을 소개한다.“...이승만 대통령님, 당신의 삶, 신념, 고통 그리고 불굴의 인내심은 대한민국 국민의 마음속에 자유와 해방을 위한 이글이글 불타는 용기의 불길을 밝혔으며 그 불길이 살아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조지 워싱턴이 미국의 특별한 존재였고, 멕시코의 미구엘 히달고 신부가 그러하듯이, 시몬 볼리바가 남미인들의 힘을 만든 것처럼, 당신은 오늘 내일, 그리고 영원한 내일까지 조국을 당신 주위로 합치는 자유의 자석이었고 그 역할은 계속될 것입니다. 이것은 온 자유세계가 진정으로 크게 기뻐하고 감사해야만 한다고 확신합니다”

장내가 떠나갈 듯한 환호 속에 일어선 이승만은 한껏 고무된 듯 열 번을 토한다. 주요 대목을 요약해 들어보자.“세계를 정복해서 국가가 통제하는 절대주의와 개인의 노예화라는 모습으로 국가를 개조하는 자들에 대하여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그들과 함께 평화로이 살겠다고 노력할 것인가? 만닐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들에게 항복할 것인가? 또는 그들이 공격할 때 우리는 필사적으로 싸울 것인가? 이 질문들에 대하여 어떤 대답을 가졌느냐에 따라 세계와 국가와 개인의 운명이 좌우됩니다”

러시아 왕조를 무너트릴 공산화 전야에 선동가 레닌이 말한 ‘무엇을 할 것인가“를 연상시키크는 연설은 레닌과 차원이 다른 자유 혁명가의 절절한 웅변이다.

”오늘날 우리 처지는 어떻습니까? 우리 모두는 알고 있습니다. 얼마나 많은 자유국가들이 공산주의 위성국가가 되어 ’철의 장막‘과 ’죽의 장막‘ 뒤로 사라져 버렸는지를! 특히 유럽의 나라들은 이 순간에도 공산주의자들의 손아귀로 넘어가고 있으며, 어떤 나라는 그런 사실을 깨닫지도 못한 채 그렇게 넘어갑니다.아시아를 봅시다. 얼마 전만 해도 중국은 공산주의자들과 싸웠습니다. 미국은 그 전투를 돕기위해 수십억 달러의 군수품을 제공했습니다. 그뿐입니다. 당시 중국 공산주의자들을 단순히 토지개혁주의자 정도로 간주했던 미국인들은 이윽고 적색 침략자의 함정에 빠져 버린 6억명의 재앙을 직시해야만 했습니다. 북한은 공산화되었으며 대한민국이 워험에 처했습니다.태국, 말레이반도, 버마, 필리핀, 인도네시아가 중대한 위협에 직면하였고, 세계 제2의 인구를 가진 인도는 자유세계를 등지고 공산주의자들과 보조를 같이하고 있으며 이미 우리에게서 떠난 나라로 보입니다.여러분, 이것이 진보입니까? 일부가 말하는 성공입니까?지도를 보세요. 적색과 핑크색이 세계를 지배합니다.“

”공산주의자들과 오래 평화를 논의하면 할수록, 점점 더 깊이 붉은 정복의 구렁텅이로 빠져들게 된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일이 극히 어려워 보입니다. 한반도에서의 잠정적 휴전이 평화입니까? 결코 아닙니다.공산주의자들의 평화는 총검의 평화입니다. 그들은 미국이 전쟁을 두러워해서 싸우지 않으리라 믿기 때문에 전세계를 자기네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미국의 자유에 끌리면서도 소련의 힘에 겁을 먹어 관망하던 나라들이 공산 측에 줄을 서는 것이 놀라운 일도 아닙니다.“

”또 하나의 세계전쟁에 대한 공포와 전쟁발발 가능성을 없애는 방법, 무엇입니까? 그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유화, 타협, 평화를 모색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대신, 국제범죄자들에 대하여 정의의 분노를 깨닫고 그들을 응징할 거룩한 전쟁을 일으켜서 진정으로 정의롭고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적의 공격을 애초에 막아야 하는 일입니다.지구상에서 국제적 깡패 행위를 추방해야 한다는 전세계 남녀는 단호하게 뭉쳐야 합니다.“

”친애하는 미국 친구들이여! 여러분은 신성한 유산-자유의 축복-을 지키는데 그 어떤 위험도 주저하지 마시오. 여러분의 나라를 탄생키시고 세계 최강의 나라를 만든 사람들을 기억하시오!조지 워싱턴은 싸우기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며 그를 비롯한 미국의 아버지들은 자유투쟁 의지로 미국의 독립을 쟁취하였습니다. 남북전쟁 역시 미국의 연방을 살려내고 노예를 해방시키고 미국 민주주의를 다져놓았습니다. 여러분은 민주주의 대의를 위하여 세계대전을 두 차례나 이끌었습니다. 한국에서의 싸움 역시 그러했습니다.공산주의자들을 변화시키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결연하게 그들에게 말해주는 것입니다. “침략은 끝났으니 모두 포기하고 우리와 함께 평화롭게 살아라. 그렇지 않으면 자유세계 국가들의 단합된 힘과 대결해야 할 것이다!”

오찬을 마친 이승만 대통령은 LA 인근 로즈데일 묘원을 찾았다. 현재 코리아타운 인근의 그곳에 묻혀있는 독립운동의 동지 이순기 묘지에 헌화하고 추모의 기도를 올렸다. 이순기는 하와이 이민 초기세대로서 대한인동지회에서 이승만을 적극 지원한 독립운동가이다. 아들 새미 리(Samuel, Sammy Lee, 1920~2016)는 인종 차별을 뚫고 유명한 다이빙선수가 되어 올림픽 금메달을 두 번(1948 런던, 1952 헬싱키)이나 따냈으며 한국을 적극 도왔던 의사이기도 하다.

♥“중립은 없다. 미국 국민이 미국 정부를 ’반공 승리‘로 이끌어야”

국민 방미의 마지막 공식 행사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렸다. 공항 행사에 이어, 미군 제6군사령부에서 예포 21발 발사와 애국가가 연주되고 한국전 참전용사들로 구성된 의장대 사열을 마친 이승만 대통령은 팔레스 호텔에 도착하였다. 1903년에 설립된 공공포럼 커먼웰스 클럽(Commonwealth Club)이 주최하고 샌프란시스코 상공회의소와 한미재단이 후원하는 오찬회에서 이승만은 또 한차례 명연설을 남긴다. 아, 금문교의 샌프란시스코! 그로부터 꼭 50년전 만29세 유부남 유학생이 1904년 12월 그믐날 첫발을 디딘 미국 땅, 이제 그때 그날의 꿈을 절반 밖에 이루지 못한 대통령이 되어 돌아왔다. 당시엔 상상도 못했던 38선 분단, 그 미국을 설득하여 반도 반쪽을 다시 찾아야 할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다. 그의 연설은 그리하여 ’방미 통일투쟁‘을 결산하는 것이 되었다. 전문을 요약한다.

“...이번 미국 여행은 미국 국민이 한국과 한국 국민에게 거대한 저수지처럼 거대한 호의를 품고 있다는 사실을 확실히 깨닫게 해주었습니다.우리 한국 국민들은 미국 정부가 국민의 뜻에 따라서 민주적으로 움직인다는 사실에 크게 감사하고 있습니다. 코델 헐 국무장관은 어느 라디오 연설에서 이런 이념을 미국 국민에게 다음과 같이 표현했습니다. ’여러분의 정부는 여러분보다 크게 앞서 나갈 수도 없고, 여러분보다 훨씬 뒤쳐질 수도 없다‘고.사람들은 종종 미국 정부는 정책이 없다고 말합니다. 나는 이런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정부가 정책이 없다면 그 책임은 정부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미국이라는 국가를 실제로 구성하고 있는 미국 국민에데 있는 것입니다.만일 하나의 국가, 하나의 국민을 대표하는 미국이 중요한 국내적 국제적 문데들에 대해서 확고한 정책이나 원칙을 갖고 있다면, 정부는 그것에 따라야만 하는 것입니다.오늘날 여어분과 내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는 여러분의 나라와 이 세계의 자유국가들의 생사와 관련된 것입니다.나의 친구 여러분, 솔직히 나는 적(敵)들이 도처에 있다고 말씀드리고자 합니다.나는 여러분 중 일부가 공산주의자들이 누구인지, 그들이 우리의 권리와 자유—실제로는 국가적 존립—에 대하여 무슨 짓을 하려는지를 잘 모른다는 사실을 알더라도 놀랍지 않습니다. 공산주의자들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은 무지해서 공산주의가 이기거나 지거나 관심이 없습니다. 여러분이나 내가 이렇게 양다리 걸치는 사람들에게 공산주의의 악에 대하여 가르칠 수 없다면, 그들은 틀림없이 나의 적입니다. 그리고 바라건대 여러분의 적이었으면 합니다.

또한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공산주의를 우리와 같이 잘 이해는 하지만 그것을 수용하고 믿으며 그 성공을 위해서 공개적으로 또는 비밀리에 일하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언제나 우리의 적 임에 틀림 없습니다.다른 그룹도 있습니다. 즉, 공산주의가 행하는 악을 알고는 있으나 공산주의자들과 싸우거나 적대시해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입니다.이들은 우리가 공산주의를 저지할 수 없으므로 공산주의를 옹호하는 자들을 내버려 둬야 한다고 주장하는 패배주의자들입니다. 이들 역시 우리의 적입니다. 왜냐하면 그들이 비저항 의자가 우리 모두의 운명을 망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이것이 바로 공산주의자들이 전 세계에서 교묘하게 조장하는 상황힙니다.오늘날 소위 위성국가로 불리는 나라들은 일찍이 이 같은 문제에 직면했었습니다. 이들 위성국가에는 공산주의에 무지했던 국민, 공산주의를 포용했던 국민, 싸우기를 원하지 않았던 국민이 있었습니다.결국 이들뿐만 아니라 공산주의를 원하지 않았고 죽기 아니면 살기로 공산주의를 반대하지 않았던 사람들까지도 어쩔 수 없이 마르크스주의 전체주의를 수용해야 했습니다.그들은 한 걸음 한 걸음씩 함정에 빠져들어 갔으며, 이제 그들에게 남은 단 한 가지 희망은 우리의 중재뿐입니다. 이 순간 우리는 위성국가들이 위성국이 되기 전에 처했던 것과 똑 같은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공산주의자들은 전 지구를 정복하려고 스스로 설정한 과업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 이러한 잠입과정이 그들이 가장 강력한 무기라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그 증거를 쉽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벌써 위성국가의 수가 엄청나게 증가했으며, 지금도 얼마나 많은 나라들이 그 같은 함정에 빠져들고 있는지 둘러보시면 압니다. 유럽과 아시아, 심지어 아메리카의 자칭 자유국가들 중에도 일부는 공산화 직전 상태입니다. 이들 국가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질병에 걸려 희생되는 사람과 같습니다. 이들은 때늦은 후회를 할 때까지 자신의 위험이 무엇인지조차 알지 못합니다. (중략)

"중립 가면 쓴 자들은 수치도 죄의식도 없다"

만일 치명적인 전염병들이 여러분의 공동체를 휩쓸고 있다는 것을 안다면, 여러분은 알려주지도 않고 한가하게 앉아서 당신과 당신의 사랑하는 사람들이 감염될 때까지 기다리겠습니까?흑사병이 여러분의 바로 이웃에 창궐하는데도 나에겐 닥치지 않을 것이니 걱정 없다고 스스로위로하며 침묵하겠습니까?

나의 친구들이여, 여러분은 일어서서 공산주의와 싸워야만 합니다.전염병과 싸우는 것처럼 공산주의와 싸워야만 합니다, 전례 없이 용감하게 싸워야만 합니다.여러분의 나라, 여러분의 가정에서도 싸워야만 합니다.만일 여러분이 싸우지 않으면 점점 더 많은 미국 국민이 여러분이 알던 애국적인 남녀가 아니라는 사실을 조만간 알게 될 것입니다. 그들은 어느 새 적에게 넘어가 버렸기 때문입니다.그리고 여러분은 항상 표를 얻어서 선거에 이기려는 정치인들이 공산주의자들과 협상을 시작하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그 끔찍한 대가는 너무 늦어서 비용 지불을 더 이상 피할 수 없을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명백히 드러날 것입니다.

유럽의 정치가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보십시오.몇 년 전만 해도 그들은 ’반동적‘ ’보수적‘ ’반공적‘이라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그들은 어디에 있습니까?그들 가운데 어떤 이들은 가장 열렬한 공산주의 지지자가 되었고, 또 어떤 이들은 무저항주의, 공존주의, 혹은 노골적인 유화주의와 같은 정책으로 적색음모를 방조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부끄러워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죄의식도 없습니다.그들의 친구들은 이미 공산당의 거미줄에 걸려서 민주주의를 매도하며, 공산주의자로서의 애처로운 가장무도회 가면과 의상을 입고 있습니다.이들은 자신의 조국이 노예국가가 되느냐, 아니면 자유국가로 남느냐에 대해 더 이싱 관심이 없습니다. 그들은 마르크스 주의의 캄캄한 밤에 길을 잃었습니다. 우리는 그들을 구출할 수만 있다면 큰 손해를 보더라도 구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들중에 어떤 이들은 스스로 중립주의자라고 자칭합니다. 한때는 고귀했던 중립이란 단어에 이 얼마나 가소로운 곡해입니까?나에게는 공산주의와 민주주의 간의 투쟁에서 ’중립‘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여러분 모드에게도 그러기를 바랍니다.어느 한쪽이든 이겨야만 합니다. 자유세계가 지향하는 문화의 숭고한 용어를 신봉한다면, 우리는 가진 것과 누리는 것 모두를 자유와 정의라는 대의를 위해 바쳐야 합니다.이것이 바로 내가 미국의 정책이 여러분의 손에 달렸다고 말하는 이유입니다. 자유와 정의는 어느 정당, 의회, 정부, 대통령의 것도 아니고 그들에게 통제되는 것도 아니며 그것은 바로 여러분의 것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6억명의 중국인들이 적에게 넘어간 것이 여러분 정부의 실책이었다고 정직하게 말할 수 있습니까? 여러분은 중국문제에 관해 여러분의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의견을 피력한 적이 이 있습니까?

한국전쟁이 교착상태에 빠졌을 때, 여러분은 무엇을 하셨습니까?휴전회담은 공산주의 투쟁과 통일을 명백한 승리로 해결할 수 있었던 바로 그때 시작되었습니다. 만약, 민주주의에 공감하는 미국 여론이 충분히 조성되었더라면, 어찌 인도차이나가 휴전협정을 수락하도록 여러분의 정부가 끌려갈 수 있었겠습니까? (중략)

만약, 여러분이 공산주의의 악을 마땅히 증오하고 두려워했다면, 미국이 공격을 받기전에 공산주의자들이 저지되어야한다고 주장하고 소리 높이 외쳐서 여러분의 나라에 영향력을 행사해야만 합니다,인도차이나가 거의 상실되었습니다. 다음 차례는 어느 나라입니까?공산세력이 극동에서 신세계로, 미국으로 이동하는 데까지 얼마나 걸릴까요?중앙아메리카에서 최근에 일어난 일은 무엇입니까? 사태는 더욱 신속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이를 막을 길은 여러분의 적극적인 행동뿐입니다. (중략)

미국에서 공산주의 확장을 위해 투쟁하는 자들이나, 크렘린의 의도에 동조하는 자들은 여러분을 반대할 것입니다. 그들은 언제나 거짓의 방패막이 뒤에 숨어 있으므로 얼핏 보아서는 지극히 존경할 만한 인격자같이 보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우리가 공산주의에 정면으로 대항해야하고 싸워야만 하며, 그러지 않으면 파멸한다는 것을 아는 여러분의 정의로운 목소리를 침묵히키려고 시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만 합니다.한국, 인도차이나, 서독과 같은 지역에서 평화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그들입니다. 평화를 원하는 사람들은 그들의 호소가 아주 대단한 것처럼 들립니다.그러나 우리는 그 말을 듣고 내버려두어선 안됩니다. 그것은 거짓말입니다. 그들의 평화란 사상통제와 세뇌의 희생물로 전락하여 자유도 개성도 희망도 없이 쇠사슬에 묶여버린 평화이기 때문입니다.

"핵전쟁 막겠다고 자유민주주의 바치면 안된다"

나의 친구들이여, 그렇다면 다른 나라의 자유를 구하는 것은 차치하고 여러분 자신의 민주주의를 구하는 일도 이미 너무 늦어버린 것이 분명하지 않습니까?저 위성국가들을 다시 한번 보시오. 그 대열이 늘어나는 것을 보시오. 체코슬로바키아와 같이한때 민주주의를 자랑하던 나라가 지금 어떻게 변했는지를 생각해보시오.

그래도 늦지 않았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개인적 국가적으로 지금 싸움을 시작한다면, 아직 승리의 희망은 남아 있습니다.선택은 여러분의 몫입니다. 나는 다만 그것이 옳은 선택임을 기도할 뿐입니다. 여러분이 곧 싸움을 개시하지 않으면 미국이 그동안 옹호해 왔던 모든 것을 상실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중략)

나는 일부에서 얘기하듯이 핵전쟁 개시를 옹호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여러분의 대통령이 그러하듯이 나도 수소폭탄의 사용을 두려워합니다. 그리고 힘닿는 데까지 제3차대전을 막아야 한다는데 우리는 전적으로 의견이 일치합니다. 그러나 한가지, 그 대가로 민주주의를 제물로 바쳐서는 결코 안됩니다. 지구상에서 자유세계가 계속 줄어들어 반은 노예, 반은 자유 상태가 언제까지 지속되어선 안됩니다. 우리는 힘을 합쳐서 공산주의에 대항할 준비를 서둘러야만 합니다. 그렇게 준비하면 우리는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깁니다. 결국 우리는 전쟁 없이도 승리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때에 우리 모두가 그렇게도 원하는 항구적 평화가 성취되었음을 발견할 것입니다.”

500여명 청중들은 일제히 튕기듯 기립하여 열화와 같은 박수갈채로 동감을 보여주었다.엘머 로빈슨(Elmer E. Robinson) 샌프란시스코 시장이 삼나무로 만든 의사봉을 이승만 대통령에게 선물로 주었다. 그것을 살펴보며 미소 짓는 이승만이 말했다.“이 의사봉을 세계 질서와 평화를 구축하는데 쓰겠소”<계속>

◆필자 인보길(印輔吉)=현 뉴데일리 회장, 전 조선일보 이사 편집국장, 논설위원, 디지털 조선일보 대표 역임. 2010년부터 '이승만 포럼' 운영 대표. 2023년부터 이승만 기념관 건립위원. *저서: [이승만 현대사-위대한 3년], [이승만 다시보기] 외. YouTube '인보길의 우남이야기' 뉴데일리TV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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