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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담] 尹‧李 영수회담과 항우의 우(愚)

오주한

말 그대로 지극히 개인적 소견의 담론

한고조 가족리스크 풀어줬다 망한 항우

 

초한전쟁(楚漢戦争)의 대미(大尾)를 장식한 건 기원전 202년의 해하전투(垓下之戰)였다. 이 싸움을 끝으로 항우(項羽)는 패망했고 승자는 한고조(漢高祖)가 됐다. 헌데 항우는 사실 죽지 않을 수도 있었다.

 

초한전쟁 말기 항우는 사면초가(四面楚歌) 신세였다. 서쪽에선 한고조가 노려보고 있고 북쪽에선 한신(韓信)이 내려다보고 있으며 남쪽에선 영포(英布)‧팽월(彭越) 등이 등 뒤를 찌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설상가상 항우 측은 군량도 오늘내일했다.

 

하지만 한고조라 해서 마냥 유리한 입장인 건 아니었다. 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의 항우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앞서 3만 병력만으로 56만 대군을 무찌른 게 그였다. 무엇보다 치명적인 건 부친‧아내 등 한고조의 핵심 가솔(家率)들이 항우의 포로 상태라는 것이었다. 항우를 쳤다가는 그 날로 가족은 위험해질 게 뻔했다.

 

한고조는 후공(侯公)이라는 사람을 보내 항우와 간접 휴전회담을 가졌다. 한고조는 홍구(鴻溝)를 경계로 해서 서쪽은 한(漢)의 영토로 하고 동쪽은 초(楚)가 갖자고 제안했다. 지친 항우는 앞뒤 재지 않고 이를 받아들였다. 그리고는 한고조의 부친 유태공(劉太公)과 본부인 여치(呂雉)를 덥석 ‘석방’해버렸다. 그 때는 이미 책사 범증(范增)도 한나라의 이간계(離間計)에 의해 죽고 없었던 터라 제동 걸 사람도 없었다.

 

최대 우환거리가 사라지자 한나라는 더 이상 거리낄 게 없었다. 한고조의 책사 장량(張良)‧진평(陳平) 등은 “원래 약속은 깨라고 있는 겁니다. 난세(亂世)에서 도덕 찾고 정의 찾다간 죽도 밥도 안 됩니다. 힘을 키운 항우는 반드시 돌아올 것입니다. 이때가 승부에 쐐기 박을 절호의 기회입니다” 간언했다. 한고조는 곧바로 정전(停戰)협정 깨고서 말머리 돌려 항우를 추격했다.

 

항우는 명성에 걸맞게 처음엔 한고조의 습격을 막아냈다. 허나 싸우느라 시간 끄는 사이 한고조의 기병대장 관영(灌嬰)이 바람처럼 내달려 초군(楚軍)의 퇴로를 막아버렸다. 한고조는 이참에 숙적을 끝장내기 위해 미적거리던 한신 등에게 봉읍(封邑)을 늘려주겠다 약조하고서 그 군대를 불러들였다.

 

해하전투에서 한신‧항우는 거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제대로 맞붙었다. 사기(史記) 고조본기(高祖本紀) 등에 의하면 항우는 패왕(覇王)으로서의 최후의 저력을 발휘해 한군(漢軍)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한신의 중군(中軍)이 뒤로 밀리고 초군이 깊숙이 들어오자 한군 양익이 초군의 양 측면을 후려쳤다. 한군에게 360도 휘감겨 완벽하게 포위망에 걸려든 초군은 전멸하다시피 했다. 우희(虞姬)는 자결했고 항우도 자살돌격 끝에 스스로 목숨 끊었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領袖會談)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릴 예정이다. 구체적 의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한다.

 

회담은 기본적으로 ‘패의 놀이’다. 상대가 가진 패와 내가 가진 패를 헤아려 치열한 수싸움을 펼친다. 이 대표는 틀림없이 대통령 탄핵소추 의결정족수(200석)에 가까운 192석의 범야권 국회 의석, 여당 이탈표 8표 발생 가능성 등을 무언(無言) 중에 앞세울 것으로 보인다. 또 이를 바탕으로 자신과 배우자의 사법리스크 등 무력화를 시도하고 국민 1인당 25만원 지급 등 야당 정책 수용을 압박해 국민 앞에서 승장(勝將) 이미지를 취하려 할 것으로 추측된다.

 

사면초가의 항우는 한고조의 가솔들을 대뜸 풀어줬다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맞이했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 뒤에 도열해 있는 192석 대군(大軍)이 두렵다 해서 딜을 덥석 받아들여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여권에서 나온다. 한고조처럼 얻을 것 다 얻고 입을 싹 닦는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우려다. 윤 대통령에게 많은 내외의 정무적 조언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영수회담 결과가 주목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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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한 前 여의도연구원 미디어소위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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