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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3년 대한민국의 돈키호테들

오주한

제 세상에만 푹 빠져 발검(拔劍)돌격한 ‘돌아이잭’

제 세상에만 푹 빠진 광견(狂犬)발작의 ‘정계인들’

 

검(劍) 이야기

 

검(劍‧Sword)은 누구나 알다시피 양날로서 찌르고 베기가 모두 가능한 무기다. 검법(劍法)에 익숙한 자는 검날 꽂기는 물론 다방(多方)베기도 가능하다고 한다. 때문에 외날 도법(刀法)만 익힌 사람은 검사(劍士)와의 대결 시 예상치 못한 방향에서의 공격에 당황하기 일쑤라고 한다.

 

검이 특히 애용된 곳은 유럽이다. 튜튼기사단(Teutonic Order) 등 중~근세 유럽기사들은 사슬갑옷‧풀플레이트아머 등 유갑(有甲) 상태에선, 물론 검도 활용됐으나, 대체로 모닝스타(Morning Star‧철퇴) 등 둔기를 썼다고 한다.

 

걸핏하면 종이짝처럼 찢어지는 창작물과 달리 갑옷은 의외로 단단하다. 중세기사 결투를 재현하는 대회 미디블 MMA(Medieval MMA)를 보면 검으로 수차례 내리쳐도 끄떡없는 선수들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둔기로 두들겨 내상(內傷) 입혀야 겨우 비틀거리게 만들 수 있을 정도다. 기사들은 몽둥이찜질로 적을 쓰러뜨린 뒤 상대 갑옷틈새에 단검(短劍)을 쑤셔 넣어 마무리했다고 한다.

 

검은 무갑(無甲) 상태에서 비로소 제 효율 발휘한다. 흔히 서양검술 하면 무지막지하게 큰 대검(大劍)으로 무식하게 내리치는 장면 떠올려진다. 허나 14세기 독일의 검성(劍聖) 요하네스 리히테나워(Johannes Liechtenauer) 등이 정립하고, 20세기 들어 복원된 서양검술은 대단히 빠르고 날카롭다.

 

역시나 결투에선 힘과 속도와 정확성의 혼연일체(渾然一體)로 상대를 먼저 제압하는 게 동서고금(東西古今) 제일인 법, 유튜브 등에서 ‘서양검술’ 등으로 검색 시 그 스피드를 실감할 수 있다. 날아드는 상대 검을 검으로 밀어내는가 싶더니 어느 순간 날끝은 맞은편 목줄기를 향하고 있다.

 

영화에선 거의 충실한 고증(考證)으로 유명한 리들리 스콧 감독의 2005년작 ‘킹덤 오브 헤븐’에서 감상 가능하다. 검술은 ‘방어→공격’이 아닌 방어‧공격이 동시에 가해져야 한다고 한다. 리히테나워는 검술뿐만 아니라 마찬가지로 스피드가 생명인 아마레슬링도 중시했다.

 

화기(火器)의 시대

 

검은 길이에 따라 한손검인 숏소드(Short Sword), 양손장검(長劍)인 롱소드(Long Sword), 특급대검인 투핸디드소드(Two-handed Sword) 등으로 분류된다.

 

투핸디드소드 중 대표적인 게 길이 180㎝ 이상에 무게 2㎏ 이상인 독일의 츠바이헨더(Zweihänder), 비슷한 규격인 스코틀랜드의 클레이모어(Claymore)다. 클레이모어는 비산식(飛散式) 지뢰 M18A1 클레이모어(일명 크레모아)의 어원(語源)이 됐다.

 

츠바이헨더를 쓴 독일 용병단 란츠크네히트(Landsknechts)의 경우를 보자면, 투핸디드소드 역할 중 하나는 갈대숲처럼 늘어선 적 창대를 검날로 쳐서 무력화시키는 것이다. 단단한 나무도 두동강 낼 정도인데, 검날에 맞은 사람 신체가 어찌될지는 안 봐도 뻔하다.

 

창작물 영향으로 대검은 중량 수십㎏이라는 선입견이 있지만, 이 정도면 몇 번만 들고 휘둘러도 검잡이가 먼저 지쳐 쓰러질 무게다. 2~4㎏ 질량만 돼도 원심력(遠心力) 등이 더해져 적 창대‧사지(四肢)를 절단하고도 남는다. 15~16세기 네덜란드의 거인 피에르 게를로프스 도니아(Pier Gerlofs Donia)가 쓴 대검도 길이 210여㎝에 무게 약 6㎏에 ‘불과’했다.

 

클레이모어가 유명해진 계기는 아무래도 1995년작 헐리웃영화 ‘브레이브 하트’다. 호주‧프랑스 스타배우 멜 깁슨, 소피 마르소 등이 출연해 68회 아카데미시상식 작품상 등을 수상한 이 영화는 13세기 스코틀랜드 독립전쟁을 다뤘다. 남성주인공인 성웅(聖雄) 윌리엄 월리스(William Wallace‧생몰연도 서기 1270~1305)는 작중(作中)에서 거대한 클레이모어를 휘두르는 모습으로 묘사된다.

 

독자들께서도 알다시피 냉병기(冷兵器)는 총검(銃劍) 등 극히 일부만 빼고 화기(火器) 등장과 함께 도태됐다. 헐리웃영화에서도 묘사되듯, 제 아무리 수십년 검술 닦고 하산한 이라 해도 총알 한 발이면 현생(現生)에서 아웃된다.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가 1879년 1~7월의 영국‧줄루전쟁(Anglo-Zulu War)이다. 세계 최초 기관총인 개틀린건(Gatling gun) 등으로 무장한 영국군은 당초 ‘미개인들’을 얕봤다가 이산들와나 전투(Battle of Isandlwana)에서 대패했다. 줄루족은 상당한 피해를 보면서도 인해전술(人海戰術)로 침략자를 격퇴했다.

 

정신 차린 영국이 대규모 증원(增援) 단행하면서 전황(戰況)은 곧 뒤집혔다. 창칼‧활 등으로 무장한 줄루족 전사들은 여전히 2~3배의 병력 지녔으나 개틀링건‧야포(野砲) 위력 앞에 일방적으로 학살됐다. 영국군 수백명이 사망하는 동안 목숨 잃은 줄루족은 최대 약 1만명에 달했다.

 

냉병기는 20세기의 1~2차 세계대전 접어들어, 나치(Nazi)독일 탱크 앞으로 돌격한 폴란드 기병대 및 총검 등 극소수만 빼고, 전장의 왕자(王者)에서 완전히 물러났다. 각 국 육군‧해병 제식(制式)무기는 볼트액션 또는 반자동소총과 권총‧기관단총‧기관총‧수류탄 등으로 바뀌었다.

 

“아무리 봐도 미친X 같아”

 

그런데 현대문명의 이기(利器) 핵무기마저 등장하기 일보직전의 2차 세계대전에서 ‘클레이모어’ 들고 돌격한 괴인(怪人)이 있다. 영국 코만도(Commando) 소속 장교였던 ‘매드 잭’ 처칠(‘Mad Jack’ Churchill‧1906~1996)이 20세기판 하이랜더(Highlander)‧돈키호테(Don Quixote) 이야기 당사자다.

 

처칠의 주무장은 스코틀랜드산 클레이모어와 웨일즈산 롱보우(Longbow‧장궁) 각 한 자루 그리고 백파이프(Bagpipe)였다.

 

1940년 프랑스 전선에 파병된 처칠은 휘하병력에게 공격신호 보내기 위해 무전기를 쓰거나 연막탄 피우는 대신 독일군 가슴에 화살을 꽂아 넣었다. 노르웨이에선 독일군에게 “나 너희들 기습하러 왔단다” 광고하듯 백파이프를 신나게 연주했다.

 

결국 머잖아 독일군 포로가 돼 무려 ‘제국의 심장부’ 베를린에 수감됐으나 기적적으로 탈출했다. 나치항복 뒤에는 “일본도(日本刀)의 잽스(Japs‧일본군)들과 진검승부(眞劍勝負) 벌이고파” 외치며 태평양전선에 보내 달라고 데굴데굴 굴렀다.

 

물론 화기가 발달한 근대 이후에도 번쩍이는 날붙이가 갖는 위력은 주효(奏效)하다. 19세기 육군강국 프랑스의 엘랑비탈(Elan vital), 일본군의 반자이어택(Banzai attack)이 시행 초기에 효과 발휘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싸움질이라면 도가 튼 현대 특작부대원 상당수도 착검(着劍) 명령만큼 머리털이 곤두서는 건 없다고 입 모은다.

 

증오‧공포에 찬 서로의 얼굴, 생생한 비명‧살기(殺氣) 확인하며 뒤엉켜 구르고 찌르며 베는 백병전(白兵戰)만한 지옥도(地獄道)는 또 없다. 현장의 참상(慘狀)은 1998년작 헐리웃 전쟁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 후반부에서 간접 체험할 수 있다.

 

그러나 현대전에서 냉병기는 상술했듯 어디까지나 부무장일 뿐. 처칠의 기행(奇行)은 전후(戰後)에도 두고두고 비웃음감으로 회자됐다. 2차 대전 당시 동료들이 그의 ‘용맹’을 증언하거나 회고록(回顧錄)에 담지 않은 이유도 “아무리 봐도 미친X 같아서”였다고 한다. 정작 처칠은 향년(享年) 90세로 영면(永眠) 들 때까지 자신의 과거를 자랑스러워했다고 한다.

 

정말 미친 것 같은 韓 일부 정치인들

 

2023년 대한민국 정치판에 제2의 ‘미친 잭’들이 횡행하고 있다. 자기만의 세상에 푹 빠져 보편적 민심(民心)과의 괴리를 자초하는 행각이 판치고 있다.

 

혹자(或者)는 “검찰 출석하기 싫어서 하는 거지만 국민 개돼지들은 날 성웅으로 받들어 뫼시겠지” 차원 아니냐는 의혹의 단식(斷食) 중이다.

 

또 다른 혹자는 “내 지지율이 이 따위인 건 모두 빨X이들의 여론조사 조작 때문이야. 공산세력 잔재(殘滓) 청산하면 개돼지들은 내 지지율 올려주겠지” 취지 아니냐는 의혹의 좌충우돌 폭주(暴走)에 나서고 있다.

 

또또 다른 혹자는 “사철탕(보신탕) 먹지 말자고 선동하면 개돼지들은 내게 ‘역시 배우신 분’ 멍멍 거리겠지” 식 아니냐는 의혹의 월권(越權) 일삼고 있다.

 

정작 이들은 국민이 정말로 원하는 정책은 관심이 없는 건지 내놓을 생각조차 않는다. 혹자들은 총선 공천(公薦) 개입 등 당권(當權) 장악에만 관심 있는 듯한 태도다. 국민의힘은 ‘A씨 측근들 차출설’에 술렁이는 분위기다. 모 지역 보궐선거에는 혈세(血稅)낭비 원인제공자가 재공천 됐다. 더불어민주당도 ‘B씨 심기(心氣)경호 정치’가 한창이다.

 

따라서 이들 행각에 적극 공감하는 여론은 많지 않다. 4개 여론조사 업체가 14일 발표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정당별 지지율은 국민의힘 32%, 민주당 26%였다. “지지정당 없음” “모름” 및 무응답은 35%에 달했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상세사항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처칠은 그래도 이탈리아에서 포로 40여명을 생포하는 등 나치를 무찔러 제 본분(本分)은 다했다. 제 구실‧도리‧의무도 다하지 못하면서 아둔한 머리로 비(非)현실적 폼만 재면서 정쟁(政爭)에만 몰두하는 이 땅의 돈키호테들에게 유권자가 현실의 쓴맛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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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한 前 여의도연구원 미디어소위 부위원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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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가영도위원회

    김영삼 정부를 '문민정부', 김대중 정부를 '국민의 정부', 노무현 정부를 '참여정부'로 불러야 한다면 윤석열 정부는 '정상배의 정부'라고 불러야 합니다. 지금 이 나라 정부와 기성여당들은 칼럼에서 말씀하신 대로 민생에 1도 신경쓰지 않고 있고 자기 자신들을 욕하는 사람은 죄다 빨갱이, 찢갈이, 친일파, 두창견이라고 매도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이 나라는 장면 총리가 이끌던 제2공화국 때보다도 후퇴했습니다. 5.16군사혁명같은 큰 이벤트라도 다시 일어나야 국민들의 속이 풀릴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