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의 고향’ 낙인 中 허난성, 주민노력으로 회생
새만금 잼버리 공금유용 의혹…주민수사대 나서야
지방정부도, 공영방송 앵커도 “허난성 나빠”
중국 허난성(河南省)은 역사적으로 유서 깊은 지역이다. 고대에는 예주(豫州)라는 이름으로 불렸으며, 후한(後漢) 말에는 위(魏)나라 시조 조조(曹操)의 거점으로 기능했다.
비단 조조뿐만 아니라 낙양(洛陽)을 도읍 삼은 9개 왕조, 동경(東京) 개봉부(開封府)의 송(宋)나라, 은허(殷墟)의 상(商‧은)나라, 정주(鄭州)의 정(鄭)나라 등도 허난성을 발판 삼았다. 신석기~청동기 시기의 얼리터우(二里頭‧이리두) 문화 유적, 소림사(少林寺)도 이곳에 있다. 흔히 말하는 중원(中原)은 허난성 그 자체다.
당초 허난인들에 대한 타지인들 평가는 그리 박하지 않았다고 한다. 일설(一說)에 의하면 1990년대 이전, 적어도 1960년대까지 허난사람들 이미지는 “예의바르고 솔직하다”였다고 한다. 이는 미국의 한 대학 연구결과에 기초한 것이라 한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허난인은 ‘천하의 나쁜 놈’으로 낙인찍히기 시작했다. 지금도 허난 외 중국 각지에서는 “10명의 허난성 주마뎬시(駐馬店市) 사람 중 9명은 사기꾼이다. 나머지 1명은 사기설계자다. 9명의 허난성 정저우(정주)시 사람은 8명이 소매치기다. 나머지 1명은 소매치기를 연습하고 있다. 8명의 허난성 뤄양(낙양)시 사람은 7명이 강도다. 나머지 1명은 보초를 서는 중이다”는 근거 없는 악소문이 떠돌고 있다.
지난 2007년 11월 국내 민영(民營)통신사 뉴시스 보도에 의하면 매년 각 기업 구인광고에는 ‘허난인 사절’이란 문구가 심심찮게 등장했다. 2019년 7월엔 법학 전공한 한 여성이 저장성(浙江省) 소재 리조트회사 법무팀에 입사지원했다가 ‘허난성 사람’이란 이유로 부적합 회신을 받았다. 지난해 1월엔 민간기업도 아닌 ‘후베이성(湖北省) 방역당국’이 “허난성 출신자는 채용하지 말라”는 내부지침을 내렸다가 적발됐다.
2016년 8월엔 ‘관영(官營) 중국중앙텔레비전(CCTV) 아나운서’ 후웨이(胡偉)가 자신의 SNS에서 이혼소식이 타전된 한 영화배우 배우자를 언급하면서 “참 파렴치한 여자다. 허난성 사람처럼 악랄하다”고 비난해 물의 빚었다. 후웨이는 이전에도 “허난엔 좋은 사람이 한 명도 없다. 그들은 아이 낳고, 강도질하고, 허풍떠는 것밖에 모른다” “절대 허난여자를 애인 삼으면 안 된다. 너무 무섭다” “허난인들은 왜 이리 교양이 없나” 등 글을 수차례 올렸다.
오죽 차별 심했으면 리커창(李克强) 전 국무원총리는 허난성 성장(省長) 시절 ‘지역 이미지 제고’를 최우선과제로 꼽았을 정도였다. 2015년 8월엔 허난성 정부가 10만달러(약 1억3000만원) 예산 들여 미 뉴욕 타임스퀘어(Times Square) 전광판에 지역 이미지 광고를 1주일 간 하루 80차례 내보냈다. 그러나 이 광고를 두고서도 중국 전역에선 “허난성이 도둑질의 세계화를 준비하는 모양” “외국인도 납치하려는 모양” 등 조롱이 쏟아졌다.
원인은 공직자 부패와 미지근한 지역반응
이러한 현상 원인을 두고서 설(說)은 분분하다. 일부는 역사에서 이유를 찾는다. 우선 상인(商人)이란 단어 어원(語源)이 될 정도로 상나라엔 장사꾼들이 많았는데, 폭리(暴利) 취하는 이들에 대한 전통적 반감이 오늘날까지 이어진다는 주장이 있다. 이 외 시경(詩經)의 “정나라엔 음란한 노래가 많다” 등 구절이 영향 끼쳤다는 추측도 있다. 허나 상술한 미 대학 연구결과라는 자료와 상충(相沖)되기에 진위여부 찬반은 거세다.
가장 유력한 분석은 20세기 중후반 들어 희한하리만치 지속된 각종 범죄‧빈곤에서 허난 비하가 비롯됐다는 것이다. 중국 최악질 연쇄살인범 양신하이(杨新海)가 허난성 출신이라고 한다. 중국 최초 에이즈촌은 허난성에서 시작됐다. 2016년 중엽엔 허난성의 한 시골마을 주민 86%가 군인 사칭 보이스피싱(Voice Phishing‧전화금융사기)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국 각지 농민공(農民工) 중 적잖은 수는 허난인이라고 한다.
허난 관련 풍조(風潮)에 결정타 날린 건 공직자 부패였다. 2015년 3월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의하면 미 법무부는 허난성 저우커우시(周口市) 식량비축창고 전 이사 차오젠쥔(喬建軍)을 불법이민‧돈세탁 등 혐의로 지명수배했다. 차오젠쥔은 370만달러(약 48억원)의 공금(公金) 빼돌린 뒤 위장결혼을 통해 90만달러(약 11억원)를 미국으로 반입했다가 중국 당국에 수배된 상태였다. 그야말로 허난을 넘어 중국 전체의 국제적 망신이었다.
전부 혹은 대다수 스카우트 대원들 현지 철수로 파행(跛行) 맞아 국제망신을 산 ‘새만금 땡벼리(잼버리)’ 사태를 두고 충격적 의혹보도가 7일 나왔다. 행사 관련 일부 지자체 공무원들이 “잼버리를 배운다”며 약 100차례 해외출장에 나선 뒤, 혈세(血稅) 즉 잼버리 운영예산으로 중국 등지에서 크루즈 팸투어 등을 즐겼다는 주장이다.
지역 차별‧비하는 물론 어떠한 경우든 있어선 안 된다. 필자도 절대 반대한다. 허나 해당 보도내용이 사실이라면, 해당 지자체가 지역차별을 자초(自招)하는 셈이 될 수 있다. 근거 없는 차별을 도리어 지자체가 앞장서서 근거 있는 차별로 바꾸는 행위가 될 수 있다.
상술한 허난성 시골마을 주민 86% 사기가담 사건은 지역민들의 자정(自淨) 노력으로, 뒤늦게나마 일부 논란이 잠재워졌다고 한다. 당시 지역민들은 쉬쉬하며 숨기는 대신, “자수해서 광명(光明) 찾자”는 표어를 교통요지 곳곳에 대문짝만하게 내걸었다고 한다. 이같은 허난 각지 노력 덕분인지 허난성 차별은 2023년 들어 조금씩이나마 사그라지고 있다는 전언(傳言)이다.
지역의 주인은 지역민이다. 필자는 잼버리 일대 지역민들 입장에선 철저한 외지인이지만, 그래도 감히 고언(苦言) 드리고자 한다. 이번 새만금 잼버리 사태를 두고서도 부패 공무원 신고 등 지역민들의 선도적(先導的) 노력이 있어야하지 않을까 싶다. 노력이 겹치고 겹친다면 마침내 부적절한 지역비하도 근절되지 않을까 싶다. 그게 지역이 사는 길이고 주민이 사는 길이다.
오주한 前 여의도연구원 미디어소위 부위원장 [email protected]
혹시라도 소중한 댓글 남겨주실 분께선 지역차별성으로 오해될만한 내용은 자제해주시길 부탁올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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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더위에 건강 잘 챙기십시오.~^^
감사합니다. 무더위 조심하십시오
이번 잼버리 행사가 5일에 한 번씩 열리는 재래시장 장날보다 더 허접하게 치러진 부분에 대해서
분명 부패와 비리의 연결 고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책정된 예산을 가지고 제대로 된 마음으로 제대로 일을 했으면 이런 사태가 벌어지지 않습니다.
국정조사권을 발동해서 사태의 진위를 밝혀내고 관련자들은 전부 사법처리 하여야 합니다.
비리자들은 시대를 참 잘 타고 태어난 듯합니다. 범죄자 인권도 우선시하는 세상이니까요. 100년 전만 해도 능지가 처참했을텐데 말입니다. 조선시대 땐 국격을 조금이라도 훼손하면 더 이상 밥 먹고 숨 쉬는 고생 안하게 만들었다 하더군요.
저는 민주주의에서 살고는 있지만 우리나라 국민들이 좀 더 안전하고 편안하게 살려면 함무라비 법전처럼 좀 더 강력한 법 제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법은 최소한입니다. 하지만 법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국민 개개인이 그나마 질서를 지키며 살아가고 그 질서로 인해서 사회가 그냥 저냥 굴러간다고 생각합니다.
말씀하신 바 적극 공감합니다.
감사합니다.
대쪽같은 사람은 그냥 나오는것이 아니라는것을 망각하면 안됩니다. 지역 전체가 형동생하며 쉬쉬 넘어가면 그 지역은 다같이 타락합니다. 형동생이니 꾸짖을수 있는 더욱 긴밀한 이웃이 되길 바랍니다.
아무래도 시골로 가면 학연, 지연, 혈연의 연결 고리가 더욱 심합니다.
선의의 거짓말은 더러 있을 수 있겠습니다만, 부패의 거짓말은 용납돼선 안 되겠죠. 적극 공감합니다.
스스로 자정작용이 있어야 진일보 가능할 것입니다.
꼭 자정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