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 내부 비리를 폭로한 김태우 구청장에게 공무상 비밀누설죄 유죄를 확정했다. 김태우 구청장이 국민권익위원회에 부패행위를 신고하기 전 언론에 공표한 것이 공무상 기밀 누설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익 신고를 할 때 언론에 제보함으로써 언론의 도움을 받으려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신고자가 공무원이면 공무상 비밀누설죄가 비공무원이면 명예훼손 등의 범죄가 성립할 수 있고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많은 공익신고자들이 언론에 제보하는 이유는 언론보도를 계기로 공익 신고 사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고 이를 통해 공익 신고 사건이 공정하고 엄정하게 처리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청와대라는 압도적 권력을 고발하는 과정에서 언론의 도움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국민권익위원회 공익 신고 과정에서의 언론 제보 행위를 공무상 비밀누설죄 등으로 처벌하는 것은 국민감정에도 반할 뿐만 아니라, 공익신고제도 취지에도 반하는 문제가 있다.
이러한 고려 하에 부패방지법 제66조는 “신고 등과 관련하여 신고자의 범죄행위가 발견된 경우 그 신고자에 대하여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내부공익신고를 함으로써 신고자의 과거 범죄가 발견되거나 신고의 과정에서 발생한 범죄의 경우 처벌이 감경·면제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 및 하급심 판결은 김태우 구청장의 혐의가 부패방지법 제66조 ‘공익 신고 등과 관련하여 신고자의 범죄행위가 발견된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하여 판단을 하지 않았다.
김태우 구청장의 내부고발로 인하여 전 환경부장관은 징역 2년의 확정판결을 선고받았고, 전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은 기소되어 형사재판 절차 진행 중이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감찰무마 의혹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항소심 절차 진행 중에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김태우 구청장의 언론제보가 부패방지법 제66조 ‘신고 등과 관련하여 신고자의 범죄행위가 발견된 경우’에 해당한다면 위 조항에 의하여 책임이 감면될 가능성이 매우 큰 사건이다.
그럼에도 대법원은 부패방지법 제66조 적용 여부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않은 채 단순히 형식논리적으로 유죄판결을 내렸다. 이는 내부공익신고자를 보호하고, 내부공익신고를 유도함으로써 공익을 수호하려는 부패방지법 등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판결이다.
이와 같이 대법원 판결은 공무를 빙자한 범죄행위를 공무상 비밀로 인정하였다는 점 및 부패방지법 제66조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중대한 문제가 있으나, 가장 큰 문제는 앞으로 내부공익신고 특히 공무원의 내부고발에 의한 공익신고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들었다는 점에 있다.
대법원은 내부고발에 있어 언론의 도움을 받는 행위를 범죄로 낙인찍음으로써 내부고발자들이 언론의 도움을 받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청와대 같은 거대권력을 상대로 언론의 도움 없이 공무원인 내부자가 고발을 진행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내부고발의 싹을 자르는, 우려를 금할 수 없는 판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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