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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교통 인프라 건설은 님비 핌피 수준의 일이 아니다.

2030호대

교통 인프라 건설은 님비 핌피 수준의 일이 아니다.

 

요즘 인프라건설 붐이 불고 있다. 정부예산의 폭발적 확대는 단순히 복지뿐 아니라 SOC 투자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물론 복지예산의 확대보다 SOC예산을 쓰는 것이 훨씬 좋은 방법이긴 하지만, 이것에도 어떤 한계가 있다. SOC는 복지예산처럼 매년 같은 돈이 나가지는 않지만, 그래도 매년 일정한 운영/유지보수 예산이 들어가게 된다. 만약 이 돈이 사회적 효용보다 크다면, 이 인프라는 안 짓느니만 못한 것이다.

이런 문제는 특히 교통인프라에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여타 인프라는 효용의 체감비율이 낮지만, 교통분야의 인프라는 바로 이용한다는 특성때문이다. 상하수도는 고장 나지 않으면 큰 효용의 차이를 못 느끼고, 전기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예비시설과 망을 잘 구축해놓으면 조금의 고장은 전문가 선에서 넘어가고, 그 망을 조금 길게 해서 상하수 및 전기 시설을 인구가 적은 곳으로 보낼 수 있다. 폐기물 관련시설은 분명 나쁜 영향이 있지만, 거주지역에서 멀리 떨어지는 경향이 있어 그나마 반발이 덜한 편이다. 예외적인 상황이 난지도나 인천 수도권 공동 매립지 정도인데, 이 경우는 거주지 확장으로 인한 특이 사항이다. 그에 반해 교통인프라는 사람들이 직접적으로 이용하며, 사람들의 시간거리에 직접적으로 작용한다. 게다가 사람들의 이용편의를 위해서는 직접적으로 이용하는 위치에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것은 이용편의뿐 아니라 불편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이러한 특성은 공항, 철도, 도로가 해당된다. 이중 공항과 철도가 특히 그 경향이 강한데, 도로는 망과 같은 특성이 있어, 기존 중심지와 접속할 수 있게만 해도 충분한 경우가 왕왕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공항과 철도 사업의 특징은 지지부진하고, 비판을 많이 받는 특성이 있다. 이는 적자와 관련이 크다. 공항은 인천, 김포, 제주, 김해, 대구를 제외한 모든 공항이 적자이고, 철도는 고속선 일부와 수도권 일부 도시/광역노선을 제외하곤 모두 적자이다. 이는 비현실적인 공항사용료나 철도 운임에서 비롯되거나, 충분한 수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요인으로 추진되어 문제가 생긴 케이스이다. 물론 전자의 요인으로 인한 문제로 주요 노선에도 적자가 산적한 점은 중요한 문제지만, 후자의 요인은 전자의 요인에다 더해져 더욱 심각한 문제를 낳는다.

공항에서 사례를 들면 양양과 무안이 있다. 이 두 공항은 도로와 철도라는 경쟁자로 인해 몰락한 점을 참작할 수 있으나, 더 중요한 원인은 주 수요처와 너무 거리가 멀다는 점이다. 양양의 경우, 속초와 강릉 수요를 모두 잡겠다고 만들었으나, 현실은 수도권-속초 수요조차 지켜내지 못했다. 이는 3시간대로 서울-강릉이 가능한 영동고속도로, 2시간대로 청량리-강릉을 끊어주는 ktx, 3시간대에 서울-속초를 이어주는 서울양양고속도로가 모두 개통된 점을 참작할 수는 있으나 뒤의 둘은 각각 2020년대, 2010년대 건설된 것으로 양양공항이 개통된 2000년대 초반과는 거리가 멀다. 일단 양양공항부터 속초는 차를 빌려도 30분, 같은 기준으로 강릉까지는 35분이 걸린다. 실제 렌터카 수속 절차를 고려하면, 30분은 더 걸린다. 게다가 버스 교통망도 잘 갖춰지지 않아 더 크게 다가온다. 그에 반해 속초공항이나 강릉공항에서는 불과 20분이 안 되는 거리에 공항이 있고, 비교적 버스교통망이 잘 되어있다. 게다가 주요 관광지 기준으로는 더 가깝다는 걸 고려하면 공항의 몰락은 필연이었다.

해외사례로는 간사이 지역의 공항들이 있다. 간사이공항의 기능이 완벽하지 않고, 접근성이 좋지 않기 때문에, 결국은 이타미공항도 유지되고, 고베공항이 신설되는 최악의 결과가 나타났다. 물론 이 경우 케이한신 광역권은 한국 수도권과 비슷하거나 더 큰 광역권이라는 점에서, 또한 일본이 열도형태라 항공교통이 발달했고, 도쿄-오사카가 여전히 4시간의 벽을 넘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한국의 보다 작은 대도시권들이 따라하면 좋지 않은 결말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철도의 예로는 공주역이 대표적이다. 공주역은 처음에 공주, 연기(현 세종), 논산 등의 수요를 다 끌어 모아보겠다고 이인면에 지어졌으나, 실제로는 어느 지역도 이용하지 않는 유령역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다른 사례로는 청주역이 있다. 청주역은 1980년 이전에는 비교적 시내에 있어 영업에 문제가 없었으나, 1980년 이설로 정봉동으로 옮겨지게 되면서 청주는 철도교통을 이용하지 않는 도시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이렇듯, 중소도시로 갈수록, 속도가 낮아질수록 대용량 교통시설의 접근성이 더 중요해진다는 것을 보았다. 물론 여기서 대구나 부산은 대도시지 중소도시가 아니라고 반문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경우에 ktx라는 수단은 인천공항을 부산에서 3시간 반 거리의 약간 먼 공항으로 만들어버린다. 부산-제주와 같은 단거리편이면 모를까, 장거리편을 매일 취항하지 않는 이상, 없는 날만큼은 인천이나 나리타 등을 경유하지 않을 수 없다.

인천공항은 국가 규모에 비해 큰 공항으로 건설되었으나, 경쟁자인 나리타, 하네다, 간사이, 푸동, 서우두, 쳅랏콕, 창이 공항 등에 비해 가격 면에서 허브로 발돋움할 우위가 있었다. 게다가 대한항공이라는 스카이팀의 창립회원사, 그에 버금가는 노선망을 지닌 아시아나 항공이라는 회사, 두 회사의 허브공항이라는 지위는 결코 가볍지 않다. 스카이팀 아시아지역 상당수 노선 망을 커버하는 만큼 인천공항의 크기는 결코 과잉이라 할 수 없으며, 3단계 또한 정상적으로 진행될 필요가 있다.

그에 반해 김해공항은 수 차례 장거리 노선이 취항과 단항을 반복했고, 대구공항은 그조차 없었다. 왤까? 당연히 수요가 안 나오니까 그런 것이다. 국토부가 수도권만 챙겨서라면, 고수준의 항공자유를 쥐어주며, 부산-인천 운항을 허용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대구공항은 근접문제로 대형기의 취항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 공항을 옮기기에는 인천공항은 생각 이상으로 가깝고, 생각 이상으로 크다. 간사이가 하네다와 나리타의 부족한 점을 이용해 치고 들어오는 것을 실패한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물론 외해 매립공항이 흔치 않은 것은 아니나, 기본적으로 비용문제에 직면하고, 그에 따르는

영남권 화물수요 처리나 트라이포트라는 환상에 젖어있는 사람들을 보기도 했는데, 필자는 되려 가덕공항이 부산신항을 망치지 않으면 다행이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가덕도 공항의 위치는 정박지나 항로 중 한 곳을 포기하지 않고는 건설될 수 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공항건설 규정에는 공항은 거리마다 높이제한이 있는데, 높이가 높은 선박들이 드나들기에는 문제가 많다. 용유도 오성산의 절개를 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원래 125m 높이의 야산이지만, 지금은 공항을 야트막하게 내려다보는 정도의 작은 언덕으로 바뀌었다. 현 계획은 정박지를 그대로 메우는 것인데, 대체정박지를 어디서 찾을 것이며, 어떻게 승인을 받을지조차도 문제이다. 게다가 이 계획으로도 항로축소는 불가피라는 분석도 나오는 상황이다. 이미 항구란 항구는 점차 메워버리고, 공장이란 공장은 닫고 재개발된 소비도시 부산이 과연 부산신항조차 지켜내지 못하면 도시의 생명이 어떻게 될지 자명하지 않은가?

그리고 화물은 항공규격과 해상규격은 완전 딴판이라 컨테이너부터 갈아야 하고, 심지어 종류도 다르다. 해운은 대량의 물품을 시간에 상관없이 보내는 업무에, 항공은 소량의 고부가가치 화물을 시간에 맞게 보내는 업무에 적합하다. 성격과 규격이 다른 화물의 환적처리라는 것은 실익이 없다. 게다가 영남권 항공화물 수요는 생각보다 높지 않다. 아직 10%가량에 불과하며, 허브기능을 생각하면, 일정 이상 수요가 아닌 이상 인천에 중계를 맡기지 않을 수 없다. 화물의 허브 중요성을 보여주는 게 바로 미국의 fedex다. 이 회사는 화물을 멤피스 공항에 모은 후 분배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성공했다. 이 공항은 현재 국제여객편은 토론토로 가는 편 밖에 안 남았으나, 페덱스의 활약으로 가장 많은 항로를 가진 공항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것은 허브집중의 효과이다. 실제로 여객은 환승저항이 크나, 화물은 환적저항이 여객에 비해 매우 작다.

이런 이유로 필자는 신공항들에 반대한다. 물론 김해공항의 용량부족은 현존하는 문제기에 빠른 시일 내에 확장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한다. 그래서 소음문제라고는 해도 김해공항 3활주로 확장 사업이 정치적 논리로 무산된 것은 아쉬운 일이다. 물론 수도권 집중의 완화라는 문제는 중요하긴 하다. 집적비효율이 생기는 것은 무시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집적효율이 집적비효율보다 크기 때문에 지금 선에서 집적이 유지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역에 정녕 필요한 것은 무리한 인프라사업이 아닌 현실을 깨닫고 도시를 다시 업사이클 하며, 신산업, 신성장동력을 발굴하는 것이다. 이 대표적인 실패사례가 디트로이트다. 디트로이트가 아이언벨트에서 러스트벨트로 전락하며, 수많은 인프라를 건설하였으나, 결국 몰락을 막을 수 없었다. 도시에 진정 필요한 건 시민들이 일할 일자리를 찾거나,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떠나고, 예산을 축소해 성공할 영역만 남기는 것이다.

p.s. 이게 아무래도 홍준표후보를 지지하는 커뮤니티다 보니, 격앙될 내용도 있다고 판단됩니다. 그러나 일반론 차원에서의 반대이니 비추테러를 하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소보비안이나 가덕 뿐 아니라 새만금 등의 중소 신공항은 언급할 가치도 없다고 생각해서 제외했습니다. 애당초 거긴 수요가 나올 데도 아니고요. 제가 유이하게 찬성하는 공항이 있다면 제주공항(확장이든 2공항이든, 필요합니다.), 김해공항 확장(adpi가 다른 결론을 냈다면, 저는 그 대안에 지지를 보냈을 겁니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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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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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30호대<span class=Best" />
    작성자
    2022.05.04

    제가 생각하는 최적대안은 해안동 방촌동까지 매입하고 확장이긴 한데, 정치적으론 어려움이 많겠죠.......

  • 2030호대<span class=Best" />
    작성자
    2022.05.04

    아 근데 이 말은 동종 화물에 해당하는 말입니다. 아예 없는 것은 아니라서 철도물류가 한국에서 쇠퇴한 것이 환적저항 때문입니다.

  • 세미<span class=Best" />
    세미Best
    2022.05.04

    '여객은 환승저항이 크나, 화물은 환적저항이 여객에 비해 매우 작다.'

    나름 핵심문구 찾아봤습니다. 이게 글의 포인트 같네요

  • 세미
    2022.05.04

    '여객은 환승저항이 크나, 화물은 환적저항이 여객에 비해 매우 작다.'

    나름 핵심문구 찾아봤습니다. 이게 글의 포인트 같네요

  • 세미
    2030호대
    작성자
    2022.05.04
    @세미 님에게 보내는 답글

    아 근데 이 말은 동종 화물에 해당하는 말입니다. 아예 없는 것은 아니라서 철도물류가 한국에서 쇠퇴한 것이 환적저항 때문입니다.

  • 2030호대
    세미
    2022.05.04
    @2030호대 님에게 보내는 답글

    그렇군요 홍대표님이 대경통합신공항 꼭 성공적으로 다듬어 주셨으면 합니다.

  • 세미
    2030호대
    작성자
    2022.05.04
    @세미 님에게 보내는 답글

    제가 생각하는 최적대안은 해안동 방촌동까지 매입하고 확장이긴 한데, 정치적으론 어려움이 많겠죠.......

  • 2030호대
    세미
    2022.05.04
    @2030호대 님에게 보내는 답글

    제가 알기로는 프랑크푸르트 국제공항을 모델로 삼겠다고 하셨는데 그렇게 되기는 굉장히 어렵겠죠?

  • 세미
    2030호대
    작성자
    2022.05.04
    @세미 님에게 보내는 답글

    프랑크푸르트는 유럽의 허브인 만큼 도시 규모에 비해 공항이 큰 인천 같은 케이스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4활주로에 3터미널이면 인천공항과 비슷한 정도입니다.

  • 2030호대
    작성자
    2022.05.04

    P.s.2. 환적저항이 낮은 경우는 동종이나 이종의 성격이나 규격이 같은 화물을 허브앤 스포크로 꽂으면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는 경우입니다. 화물도 그 전에는 환적저항에 의한 내쉬균형이 크게 작용합니다. 이 틈새를 노린 서비스가 퀵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