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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총수 재판 줄줄이 지연…회장님들의 '시간끌기' 꼼수?

뉴데일리

오는 19일 법관 인사 이동을 앞두고 이른바 회장님들의 재판 지연 문제가 또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일반인과 달리 기업 총수들의 재판들이 연이어 늦춰지면서 사법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불법대출과 시세조종 의혹 등으로 재판이 진행 중인 유준원 상상인 대표는 지난 1일 변론이 재개되면서 1심 재판부 선고가 연기됐다. 상상인 최대주주인 유 대표는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의 실소유주다.

유 대표는 지난 2015년 4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9개 코스닥 상장사를 상대로 사실상 고리 담보대출업을 하면서 외관상으로는 합계 623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CB) 발행에 성공해 투자금을 유치한 것처럼 허위 공시를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유 대표에 대한 재판은 수년 동안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지지부진한 상황인데 1심 선고를 코앞에 두고 돌연 변론이 재개되면서 재판이 기약 없이 연기된 것이다.

유 대표 재판을 진행 중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는 최근 부장판사가 사직하고 배석판사가 교체되는 등 구성원이 대거 변경될 예정이어서 오는 4월 변론이 재개되더라도 언제 선고가 이뤄질 수 있을 지 미지수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조인은 "(재판을 미루는 것은)판사의 성향이나 재판 진행 과정이 불리하다고 판단되면 리스크를 줄이려고 할 수도 있고 당장 이벤트를 두고 악재를 피하기 위한 수단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유 대표를 둘러싼 리스크는 불법대출 의혹뿐만이 아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019년 상상인그룹의 저축은행들이 영업구역 내 의무대출 비율을 허위로 보고하고 대주주가 전환사채를 저가에 취득할 수 있도록 한 혐의 등을 두고 과징금 15억2100만 원을 부과했다. 유 대표에 대해서도 직무정지 3개월 처분을 내렸다. 상상인과 유 대표는 당국의 제재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지만 대법원은 지난해 5월 당국의 손을 들어줬다.

금융위는 지난해 8월에는 상상인 계열 2개 저축은행 대주주의 재무상태와 출자능력 등 자격이 충분치 못하다 보고 '대주주 적격성 충족 명령'과 함께 개선을 명령했다. 당국은 같은 해 10월 상상인이 명령을 이행하지 않았다고 보고 한 달 뒤 상상인 측에 저축은행 지분을 매각해 보유 지분을 10% 이내로 줄이라고 명령했다.

상상인은 금융위 처분에 불복해 대주주 적격성 유지 요건 충족 명령 및 주식 처분 명령 취소 소송과 효력 정지를 법원에 신청한 상태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서 앞으로 진행될 법적 소송들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기존 재판에서 처벌을 받게 될 경우 향후 재판 대응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함영주·박삼구 회장 항소심 선고도 연기

재판이 미뤄진 기업 총수는 비단 유 대표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25일로 예정됐던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의 DLF 징계처분 취소 소송 2심 선고도 다음달 29일로 연기됐다. DLF 사태는 시중은행들이 지난 2019년 고위험 상품인 해외금리 연계 DLF를 금융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알리지 않고 불완전판매해 원금손실이 발생한 사건이다.

금감원은 지난 2020년 3월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 판매와 관련해 당시 하나은행장이던 함 회장에 '문책경고'를 내렸다. 함 회장은 금감원의 처분에 불복해 같은 해 6월 징계처분 취소 소송을 내고 법원에 효력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으면 3~5년 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되는데 법원은 함 회장의 집행정지를 인용했고 징계 효력은 1심 선고까지 미뤄졌다.

1심이 지난 2022년 3월 금감원의 중징계 처분이 적법하다는 판단을 내렸지만 함 회장은 이에 불복해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하고 형집행정지를 다시 한번 신청했다.

이어 당시 부회장이던 함 회장은 집행정지 결정 하루 뒤인 25일 하나금융그룹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회장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올해 취임 3년 차를 맞은 함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함 회장에 대한 재판이 길어지면 함 회장은 금융당국의 문책경고 징계를 피해 갈 가능성도 있다. 항소심 선고가 지연되고 사건이 대법원까지 올라갈 경우 법원의 최종 판단은 함 회장의 임기 말 또는 이후가 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계열사 부당지원과 수천억원대의 횡령 및 배임을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도 미뤄졌다.

서울고법은 항소심이 시작된지 1년4개월여 만인 지난달 25일 선고 공판을 열 예정이었지만 변론 재개가 결정되면서 오는 3월28일부터 재판이 재개될 예정이다.

박 전 회장은 지난 2022년 8월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이후 박 전 회장은 지난해 1월 항소심 도중 보석 청구가 받아들여져 보증금 4억 원과 주거지 변경 시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조건으로 석방됐다. 박 전 회장은 지난 2021년 5월에도 구속기소됐다가 만기를 앞두고 11월 보석으로 풀려난 바 있다.

법원이 박 전 회장 재판과 관련해 변론 재개를 결정하면서 박 전 회장은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를 두고 법조계 일각에서는 1945년생으로 78세인 고령의 박 전 회장이 구속을 피하기 위해 재판을 연기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재판부 구성원에 변동이 생기면 새로 꾸려진 재판부는 사건 파악을 위해 공판 갱신 절차 등을 거치기 때문에 선고가 늦어지게 된다"며 "일부 기업 총수들이 재판을 지연시켜 경영상에 미칠 '사법리스크'를 조금이라도 줄여보려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심리를 충분히 마쳤는데 고의적으로 (재판을)미루는지, 시간이 부족한 것인지 재판부 사정은 알 수 없는 것"이라면서 "심증은 가더라도 말하기 조심스러운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http://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4/02/08/202402080025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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