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국회의장의 의사 진행을 둘러싸고 곳곳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당시 투표 종료 선언을 미루고, 감정을 감추지 못한 모습은 그가 부르짖는 '민주주의의 성숙함'과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역대 국회의장 사이에서도 "우 의장이 차분하게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는 고언이 나왔다.
9일 정치권에서는 우 의장의 인사 진행과 사실상의 '탄핵 종용' 기자회견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정국이 12·3 계엄 사태로 인해 격랑에 휩싸인 것은 사실이지만, 우 의장이 더불어민주당 편파적 의사 진행으로 일관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우 의장은 한덕수 국무총리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대국민담화에 '위헌적'이라고 평가한 것은 월권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우 의장은 전날 '함께 정국을 수습하겠다'고 밝힌 한 총리·한 대표의 담화를 두고 "위헌적 행위"라며 민주당의 윤 대통령 탄핵안 처리에 사실상 힘을 실었다.
아울러 우 의장은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지난 7일 여당 불참으로 불성립된 것에 대해서도 "위헌적 비상계엄에 대한 헌법적 책임을 묻는 헌법적 절차에 참여하지 않은 것"이라면서 "탄핵은 대통령의 직무를 중단시키는 유일한 법적 절차"라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에서는 우 의장이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국회의장이 탄핵만이 답이라는 식으로 공식 입장을 내는 것은 공정성을 위해 당적도 버려야 할 국회의장이 결국 민주당 소속임을 자인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국민의힘 법률위원장인 주진우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오늘(8일) 국회의장님의 담화야말로 국회의장의 중립성을 위반한 민주당 진영 일방적 편들기, 이재명 대표 방탄처럼 보였다"면서 "국회의장이 의사 정리, 질서 유지 정도를 넘어서서 헌법기관인 개별 국회의원의 정치적 선택에 왈가왈부하는 것이 월권"이라고 비판했다.
주 의원은 또 "국회의장이 정부의 운영 방법에 대해 위헌이라고 단정하는 것이야말로 편향성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며 "대통령이 탄핵당하지 않은 이상 총리 주도로 국정을 조속히 안정시키고 그 과정에서 당정 협의는 얼마든지 헌법상 가능하다"고 밝혔다.
우 의장이 한 총리에게 '위헌 행위'라고 경고한 것도 일구이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박 전 대통령을 향해 "국회가 합의할 국무총리에게 전권을 넘기고 국정에서 손을 떼라"고 앞장서 촉구한 것이 우 의장 당사자였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한 대표는 우 의장의 과거 발언을 상기하며 "총리가 국정 운영을 직접 챙기고 당정의 긴밀 협의는 있어 왔고, 비상시국에서 당이 더 적극적이고 세심하게 총리와 협의하겠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지난 7일 국회의 탄핵소추안 표결 당시 우 의장의 의사 진행 방식도 여전히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당시 무기명 투표는 오후 6시 17분쯤 시작했지만, 우 의장은 투표 종료 선언을 미루며 탄핵안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 의원의 참여를 사실상 종용했다. 국민의힘 당론이 부결 및 표결 불참으로 정해진 상황이었음에도 우 의장은 "오후 9시 20분까지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정족수 부족으로 표결 불성립을 선언할 때는 의사봉을 세게 두드리고 울분에 찬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우 의장의 의사 진행을 두고 옛 동료도 "비신사적"이라며 쓴소리를 냈다.
민주당에서 5선을 지내다 탈당한 이상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같은 날 7시 37분쯤 페이스북을 통해 "우 의장, 친구로서 한마디 하겠다. 그렇게 사회를 보면 안 되는 것"이라며 "탄핵 건 가결 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하니 시간을 질질 끌려고 쩔쩔매는 모습이 참 애처롭고 우스꽝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에 대해 반 상식과 불법이라고 지적하며 자신도 몰상식하고 비신사적 행태를 감행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고 자기 모순적 아닌가"라며 "잔 꼼수와 표리부동, 위선과 허구로 가득 찬 삶의 궤적을 가진 자네나 민주당 사람들로서는 어떤 명분을 내세워도 매우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라고 비판했다.
우 의장의 편파성은 이전에도 수차례 구설에 올랐다. 민주당에 유리하게 본회의를 개최해 쟁점 법안을 상정하는 등 민주당에 편향으로 일관했다는 지적이다.
지난 6월 국회 상임위원회 구성부터 우 의장은 야당 단독으로 본회의를 소집했다. 이에 따라 상임위는 민주당 구상대로 배정됐고 우 의장이 이에 사실상 일조한 셈이라는 비판 여론이 일었다.
당시 국민의힘은 "우 의장의 헌정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반민주주의적, 반의회주의적 행태와 중립 의무 위반을 강력하게 규탄한다"며 우 의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제22대 국회 첫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이 벌어졌을 때도 우 의장은 편파 진행을 지적받았다.
지난 7월 3일 대정부질문이 진행됐어야 할 국회 본회의에서는 우 의장이 여당의 항의에도 채해병특검법을 상정하면서 논란이 됐다. 국민의힘은 당시 "대정부 질문을 위한 본회의였음에도 첫 번째 안건으로 순직 해병대원특검법을 상정해 표결에 부치며 사실상 대정부 질문을 무산시켰다"면서 "이 책임은 오롯이 민주당과 국회의장에게 있다"고 비판했다.
우 의장의 의사 진행으로 논란이 일자 과거 중립을 최대한 지키고자 했던 역대 국회의장의 노력이 재조명되고 있다.
특히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이른바 '날치기'를 자제한 '의회주의자'로 평가받는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제안으로 1992년 민주자유당에 입당한 이 전 의장은 1993년 국회의장 시절 김영삼 당시 대통령이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고 했던 통합선거법 등의 날치기 사회를 거부해 도리어 김 전 대통령과 불편한 관계를 빚기도 했다.
이 전 의장은 생전 인터뷰에서 "나는 의사봉을 칠 때 한번은 여당을 보고, 한번은 야당을 보며, 마지막 한번은 방청석을 통해 국민을 바라보면서 '양심의 의사봉'을 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이 친정이었던 정의화 전 국회의장의 중립성도 평가받고 있다. 정 전 의장은 지난 2015년 청와대와 새누리당 지도부가 쟁점 법안 직권상정을 요구한 데 대해 "국회법이 바뀌지 않는 한 내 생각은 변할 수 없다"며 버텼다.
정 전 의장은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최근 계엄 사태에 대해 "모두가 격앙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는 하다"면서도 "그러나 특히 국회의장은 자제력을 발휘해 나라가 바른길로 향하도록 중심을 잘 잡아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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