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가입

로그인

아이디
비밀번호
ID/PW 찾기
아직 회원이 아니신가요? 회원가입 하기

래몽래인-이정재 간 '경영권 분쟁'에 대한 단상

뉴데일리

요즘 국내 미디어 업계가 '업력'이 제법 된 한 드라마제작사와 글로벌 한류 스타 간의 분쟁 이야기로 떠들썩하다.

'재벌집 막내아들'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일반에도 널리 알려진 드라마제작사 '래몽래인'과 '오징어게임'으로 일약 글로벌 스타로 자리매김한 배우 이정재 간의 '경영권 분쟁' 이야기다.

이정재는 지난해 '와이더플래닛'이란 코스닥 상장기업을 인수한 뒤 래몽래인 경영에도 참여하겠다며 래몽래인에 수백억 원을 투자했다.

'대배우'에서 이른바 '기업가'로의 전향을 꾀하며 기업 시장에 출사표를 내던진 것이다.

이정재의 이런 행보에 미디어 업계에선 '신선한 도전'이라며 박수를 보내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국내외적으로 한껏 위상이 높아진 이정재가 연예산업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리라는 장밋빛 전망이 나돌았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와 전망은 오래가지 못했다.

이정재가 경영 참여를 선언한 지 불과 수개월여 만에 래몽래인의 김동래 대표 측과 회사 경영을 두고 갈등이 불거지는 등 '진흙탕 송사'에 휘말렸기 때문이다.

사건의 골자는 이렇다. 당초 이정재가 글로벌 제작사의 투자 유치와 톱스타 영입 등을 내세워 김 대표를 설득했고, 국내 콘텐츠 업계 1.5세대로서 'K-콘텐츠'의 부흥을 꿈꿔 온 김 대표는 이런 제안을 받아들여 지분 일부를 매각했다고. 하지만 이정재 측이 약속을 어기는 바람에 이 사단이 났다는 게 김 대표의 주장이다.

김 대표는 이정재와 더불어 모 스튜디오 대표를 역임한 A씨가 래몽래인의 지분을 취득하면 △국내 B엔터테인먼트 산하 유명 매니지먼트 회사들을 인수하고 △이정재의 인맥과 영향력을 활용해 미국 유명 연예기획사인 C사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는 등 '기업 성장'에 큰 도움이 될 것처럼 자신을 속여 지분을 넘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이정재와 A씨가 애초부터 '기업 사냥'을 목적으로 자신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해 래몽래인의 경영권을 빼앗으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이정재 측은 "김 대표로부터 경영권을 양도받는 조건으로 B사 산하 매니지먼트 인수 및 C사 투자 유치를 약속한 사실이 없다"며 김 대표 측의 주장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이정재 측은 정식 계약 사항도 아닌 구두상의 이야기였던 만큼 자신들의 잘못이 없다는 입장.

그러면서 "김 대표 측과 계약 전에 만난 사실도 없고 계약 이후 2번의 미팅이 전부였다"며 김 대표를 허위사실에 대한 무고 및 사기 혐의로 맞고소한 상황이다.

그러나 김 대표는 이정재와 아티스트유나이티드 등 우호세력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초록뱀미디어' 인수전에 참여한 것이 '기업사냥꾼'의 면모를 드러낸 것이라며 이정재가 개인적 이익을 위해 투자를 감행한 것이라는 견해를 굽히지 않고 있다.

래몽래인의 소액주주들도 반발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들은 래몽래인이 지난 3월 12일 이정재 등을 대상으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할 때 전체 유통 주식 695만4203주의 41.99%를 증자한 것은 래몽래인 정관을 위반한 것으로, 신주발행 효력을 정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래몽래인 정관 제10조 제2항 제4호에 따르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발행주식총수의 40% 범위 내에서만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소액주주들은 이정재가 정관을 위반하면서까지 회사에 거금을 투자한 건, 이정재가 소유한 비상장사인 '아티스트컴퍼니'의 우회상장과, 상장폐지 위기에 놓인 초록뱀미디어를 인수하기 위함이었다며 해당 유상증자는 '원천 무효'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의혹에 대해서도 이정채 측은 사실과 다르다고 선을 긋고 있다. △애당초 아티스트유나이티드 등 컨소시엄을 구성해 초록뱀미디어 인수전에 참여했고 △그 과정에서 래몽래인이 컨소시엄의 구성원이 됨에 따라 래몽래인으로부터 인수의향서를 받았는데 △래몽래인이 컨소시엄에서 빠진 데다 △인수 금액이 예상했던 규모와 차이를 보여 인수 계획을 철회했기 때문에 소액주주들과 김 대표의 주장은 지나친 억측이라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 최근 법원이 래몽래인 주주들이 회사가 이정재 측을 상대로 진행한 신주발행(제3자 배정 유상증자)의 효력을 정지시켜 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는 결정을 내려 소액주주들과 김 대표의 입지가 더욱 좁아진 상태다.

작금의 상황을 지켜보는 미디어 업계는 이러한 양측의 '진흙탕 싸움'이 안타깝고 또 안타까울 따름이다. 특히 소액주주들의 간절한 호소를 무위로 돌린 이번 법원 결정은 국내 미디어 업계 분위기나 전후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게 업계 중진 인사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법원의 기각 결정으로 지난 십수 년간 국내 콘텐츠 시장과 회사 발전을 이끌어 온 래몽래인의 현 경영진과 임직원들은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빼앗길 위기에 처했다.

미래 먹거리를 책임 질 고부가가치 산업인 미디어 콘텐츠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글로벌 업체들이 극한의 경쟁을 펼치고 있는 마당에, 국내 콘텐츠 업계에서 이 같은 불상사가 일어났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금할 길이 없다.

소송이 길어지고 반목이 깊어질수록 양측의 브랜드 이미지만 깎여나갈 뿐이다.

무엇보다 대한민국 연예산업의 미래를 이끌어가야 할 선봉장들이 눈앞의 이익만을 쫓아 이전투구하는 모양새가 국내 콘텐츠 시장 발전에 악영향을 끼칠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지금이라도 양측이 그간의 반목을 불식하고 서로 머리를 맞대야 할 이유다.

법원도 국내 미디어 콘텐츠 업계의 미래를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업계에 불어 닥칠 파장을 고려해 양측이 원만한 합의점을 찾아갈 수 있도록 나침반이 돼 줘야 하지 않을까.

가정이나 사회, 국가 내부에 혼란이 일어나는 건, 예(禮)를 잃어리면서부터 시작된다.

"자기의 욕심을 누르고 타인을 존중할 때 비로소 조화를 이룰 수 있다"는 극기복례(克己復禮)의 격언을 되새겨야 할 때다.



http://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4/10/21/2024102100209.html
댓글
0
댓글 쓰기
권한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