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연예인 따라 청소년 마약사범 급증… "자극적 콘텐츠가 모방범죄 불러"

유명인들의 잇따른 마약 범죄가 이어지면서 이들에게 영향을 받는 젊은세대의 마약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마약 범죄는 다른 범죄보다 재범률이 높기 때문에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마약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4일 대검찰청과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18년 1392명이던 20대 마약사범은 2022년 4208명으로 3배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10대 마약사범도 104명에서 294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특히 마약사범의 재범률은 다른 범죄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마약사범의 동종 재범률은 36.6%로 이는 절도(22.8%), 강도(19.7%), 폭력(11.7%), 살인(4.9%) 등보다 눈에 띄게 높은 수치다.

"한 번은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시작한 마약… 나도 모르게 폐인된다"

조성남 국립법무병원 원장은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마약 중독 재활 치료를 받는 사람은 평생 마약의 유혹을 인내하면서 살아가야 한다"며 "처음부터 마약에 입문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원장은 "사람은 강렬한 경험을 하면 그 기억을 평생 간직한다"며 "마약을 한 번이라도 접했던 사람들은 그 기억을 못 잊어서 다시 마약에 손을 대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처음 마약을 하는 사람들은 본인이 중독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대부분 마약 중독자들이 '한 번은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마약에 입문했다가 결국 폐인이 된다"고 경고했다.

또 "청소년 마약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선 중독에 대한 개념을 이해시켜야 한다"며 "무작정 '불법이니까 하지 마라' '몸이 망가지니까 하지 말라'고 외치는 교육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조 원장은 "마약재활시설인 '경기도 다르크(DARC)'가 학교 옆에 위치하는 것을 학부모들이 반대한 적이 있다"며 "마약 중독에 대한 경각심을 알리는데 마약재활시설만큼 좋은 기관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청소년 마약 범죄를 줄이기 위해선 교사와 학부모의 인식도 개선돼야 한다"며 "마약 관련 문제를 무조건 터부시하는 것은 올바른 교육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연예인 마약 범죄… 청소년에게 모방 심리 일으킬 수 있어"

이해국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마약에 대한 청소년들의 거부감이 많이 없어졌다"며 "연예인들이 일으킨 마약 범죄를 선정적으로 보도하는 것은 청소년에게 모방 심리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교수는 "지난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수업, 거리두기 등으로 청소년의 일탈이 온라인에서 행해지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대표적으로 온라인에서 마약을 구매하거나 도박 등을 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 차원에서 마약 중독은 건강과 관련한 중요한 문제라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며 "마약사범들을 검거하는 데만 관심을 쏟지 말고 마약 중독이 질병이라는 인식을 국민들께 심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식품의약안전처 마약예방재활팀 관계자는 "우리가 행복을 느낄 때 도파민이 분비되는데 마약은 그런 도파민을 극적으로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다"며 "그런 경험을 한 사람은 그 기억으로 인해 일반적인 방법으로 행복을 느끼기 어려워진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청소년들은 매체의 발달로 자극적인 콘텐츠에 많이 노출된다"며 "그러한 콘텐츠들이 마약사범 연령대가 낮아지는 데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정부 차원에서 마약 범죄 예방 교육을 더 열심히 할 방침"이라며 "한 번이라도 마약을 접한 분은 지체 없이 마약재활시설을 방문해서 꾸준한 치료로 단약 의지를 지속할 수 있기를 당부드린다"고 했다.

마약 수사 부서 없앴던 文 정부… 마약사범, 급증했던 시기와 일치

법조계에서는 최근 마약사범 단속 숫자가 급증한 것에 대해 검수완박으로 박탈됐던 검찰의 마약 수사권을 복원한 효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2018년 당시 박상기 법무장관은 대검 강력부에서 마약 수사 부서를 없애고 반부패부에 통합시켰다. 2020년 추미애 법무장관은 대검 마약과를 조직범죄과에 흡수시킨 바 있다.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검찰은 500만원 이상 마약 밀수 사건만 수사가 가능해졌고, 작년 5월 민주당은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6대(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범죄에서 2대(부패·경제)로 축소하는 '검수완박' 법안을 의결하며 검찰의 마약 수사권을 박탈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직후인 2022년 9월 법무부는 마약 범죄를 검찰 직접 수사가 가능한 '경제' 범죄에 포함시키는 내용으로 검찰청법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마약 수사 권한을 상당 부분 원상 복귀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