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컴 결승전보다는 2011년 월드 시리즈 제6차전이 더 재미 있었다.
축구에선 3점으로 지던 팀이 막판에 가서, 9회말 투 아웃에 만루, 스리 볼-투 스트라이크 뒤에 홈런을 쳐서 逆轉勝(역전승)을 하는 식으로 이기는 경우가 없다. 그런 점에서 축구는 아날로그的이고 야구는 디지털이다.
'클러치 히터'라고 불리는 이들이 찬스에 강하다. 이들의 브랜드는 '역전 홈런'이다. 보스턴 레드삭스의 老將 데이비드 올티즈, 월드 시리즈에서 특히 강하여 '미스터 옥토버'라고 불렸던 레지 잭슨, 1968년 거의 혼자 힘으로 보스턴을 아메리컨 리그에서 우승시켰던 칼 야츠렘스키 같은 승부욕이 강한 타자들을 나는 특히 좋아한다.
야구는 모든 스포츠 종목 중 수치화, 즉 통계화가 가장 잘 된다. 한 선수의 능력이나 성향을 분석하는 수학적 접근법이 수백 가지이다. 야구에 빠지는 이유로 이런 수치놀음을 드는 이들이 많다. 오늘 미국 메이저 리그 야구의 話題(화제)는 내셔널 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팀의 스타팅 투수와 포수가 만루 홈런을 한 개씩, 즉 두 개를 때린 것이다. 역사상 처음이다.
여기에 하나 덧붙인다면 야구는 조직만큼 개인이 중시되어서 나는 좋다. 소속 팀이 실패해도 선수는 영웅이 될 수 있는 게 야구이다. 개인이 조직에 속해도 조직에 함몰되지 않도록 하는 게 야구이다. 실력과 寄與度(기여도)를 객관적으로 재는 통계 시스템 덕분이다. 그런 점에서 야구는 공동체만큼 개인의 자유를 소중하게 여기는 자유민주주의와 잘 어울린다.
나는 지난 50년간 매일 한 시간 이상(길게는 너댓 시간)을 메이저 리그 즐기기에 바쳤다. 그 시간에 사람을 만나고, 돈벌이를 했다면 더 행복했을까?
아니다. 野球(야구)에 그만한 시간을 들인 만큼 얻은 게 많았다. 거창하게 말하면 인생이 풍요해졌다. 英語(영어)와 日語(일어)는 즐기면서 자연스럽게 배웠다. 승부의 세계에 응축된 人生도 배웠다. 무엇보다도 인간이 패배와 승리를 어떻게 받아들이는가를 지켜볼 수 있었다.
'야구는 詩(시)이고 축구는 散文(산문)이다'는 나의 주장은 축구를 야구만큼 몰라서 하는 말일 수가 있으나 나는 무조건 야구가 더 좋다. 9회말 逆轉 만루 홈런이 좋다. '끝내기 안타'(일본에선 '사요나라 히트')가 좋다.
알버트 푸홀스(로스앤젤레스) 같은 大打者(대타자)가 나이 34세의 쇠퇴기를 맞아 피할 수 없는 逆境(역경)에 어떻게 적응해가는가를 지켜보는 흥미, 같은 팀의 젊은 강타자(23세) 마이크 트라우트 선수가 (1950년대의 미키 맨틀처럼, 2002년의 푸홀스처럼) 겁 없이 휘둘러대는 방망이를 구경하는 신선함, 좋아하는 팀과 선수가 이기거나 홈런을 치면 하루가 즐거워지는 재미. 아무리 바쁘고 짜증이 나도 스마트 폰으로 야구 스코어를 체크할 때는 無我之境(무아지경)이 된다.
그런데 나는 야구선수를 한 적이 없다. 동네야구, 회사야구 팀에서 투수를 한 게 전부이다. 그런 아마추어도 야구의 깊이를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도 나는 야구를 축구보다 더 재미 있어 한다. 야구보다 축구를 더 재미 있어 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을 몰라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야구는 지루하고, 복잡하고, 드라마틱하고, 예측불능이다. 人生처럼. 그래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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