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가입

로그인

아이디
비밀번호
ID/PW 찾기
아직 회원이 아니신가요? 회원가입 하기

[칼럼] 무시당하는 대통령, 영(令) 안 서는 서초구

오주한

尹 “부패‧범죄척결” 항명하듯 일선 난장판 지속

‘엄단’ 통해 강건성세 이룬 옹정제의 결단 필요

 

경쟁 속 신승(辛勝)한 淸 5대 황제

 

세종(世宗) 옹정제(雍正帝) 아이신기오로 인전(愛新覺羅胤禛‧생몰연도 1678~1735)은 청(淸)나라의 5대 황제다. 워커홀릭(Workaholic)으로서 부친 강희제(康熙帝)와 함께 민족 가릴 것 없이 만백성을 부흥시킨 성군(聖君)이다.

 

옹정제는 새벽부터 일어나 밤늦게까지 정사(政事)를 돌봤다. 조금이라도 태만하거나 비리를 일삼는 관료는 친‧인척까지도 중벌에 처할 정도로 조정기강(紀綱)을 다잡았다. 그런 옹정제도 처음부터 영(令)이 선 것은 아니었다.

 

옹정제는 강희제의 넷째 아들로서 적장자(嫡長子)가 아니었다. 그는 만주어‧몽골어‧한어(漢語)를 습득하고 여러 경서(經書)‧서양학문서를 탐독했으며, 기마(騎馬)‧궁술(弓術)을 익히는 등 무예수련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또 약관(弱冠)의 나이에 준가르(Jungar) 등 정벌에서 큰 공을 세워 부친을 기쁘게 했다. 강희제는 훗날 건륭제(乾隆帝)가 되는 옹정제의 아들 홍력(弘曆)을 손주들 중 가장 귀여워하기도 했다.

 

강희제의 아들 30여명은 그럴수록 치열한 후계싸움을 벌이고 파당(派黨)을 형성했다. 태자(太子)는 아예 역모(逆謀) 등을 꾸미다가 폐위(廢位)되기도 했다. 반면 옹정제는 묵묵히 제 할 일만 다 했다. 측근이라고 해봐야 퉁기야 롱코도(佟佳隆科多), 연갱요(年羹堯) 등이 전부였다. 아들들의 이전투구(泥田鬪狗)에 진저리치던 말년(末年)의 강희제는 이러한 옹정제를 눈여겨봤다. 결국 선택받은 옹정제는 40대 중반이라는 늦은 나이에 황제에 즉위했다.

 

“내가 네 명령 받들면 사람이 아니다”

 

옹정제는 만인지상(萬人之上)이 됐지만 문제는 신하들이었다. 상당수는 옹정제가 부친을 암살하고 즉위했다는 악소문을 퍼뜨렸다. 게다가 연갱요 등은 옹정제 지시를 대놓고 무시했다.

 

어느날 옹정제는 연갱요가 지휘하던 군(軍)을 사열(査閱)했다. 무더운 날씨에 중무장한 병사들을 본 옹정제는 “모두 갑옷 벗고 편히 쉬도록 하라”고 명했다. 군 통수권자(統帥權者)의 지시이기에 상식대로라면 연갱요는 즉각 복명복창(復命復唱)해야만 했다. 전시(戰時)상황도 아닌 터라 옹정제의 명이 그리 이치에 어긋난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연갱요는 마치 황제더러 보란 듯 ‘침묵’했다. 자연히 병사들도 황제‧지휘관 눈치만 보며 움찔움찔 거릴 뿐 여전히 부동(不動)자세였다. 옹정제는 처음엔 설마 연갱요가 항명(抗命)하랴 싶어 명을 듣지 못한 것으로 착각했다. 옹정제는 다시 “쉬어라”고 말했지만 연갱요는 또다시 입을 다물었다.

 

그제야 할 말을 잃은 옹정제가 경악하는 사이 연갱요는 뒤늦게 “너희들 무장해제하고 쉬어라”고 느긋하게 명했다. 그러자 병사들은 일사불란(一絲不亂)하게 갑옷 벗고 편히쉬어 자세로 전환했다. 이는 “청나라 장졸(將卒)들은 옹정제 네가 아닌 오로지 이 연갱요의 명만 받든다”는 노골적인 항명이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간이 배 밖에 나왔던 연갱요는 어느날 의례히 임금의 덕(德)을 칭송하는 글을 옹정제에게 올렸다. 그런데 임금 알기를 우습게 알던 연갱요는 “조건석척(朝乾夕惕‧황상께선 아침부터 저녁까지 부지런히 일하신다)”이라고 써야 하는 걸 “석척조건(夕惕朝乾‧작금의 황상께선 ‘저녁부터 아침까지’ 열심히 일하신다)”이라고 태연히 바꿔버렸다.

 

엄단으로 국가기강 바로세운 호랑이황제

 

이는 “옹정제 저 놈은 ‘낮일’은 안 하고 ‘밤일’에만 진심이다”는, 실로 어마어마한 패륜(悖倫)적 모욕이었다. 일각에선 연갱요의 실수였다고 주장하지만, 다른 사람도 아닌 임금에게 올리는 글은 두 번 세 번 교정(矯正)하는 게 일반적이기에 설득력은 매우 낮다.

 

국가기강을 근본부터 뒤흔드는 있을 수 없는 일이기에 옹정제는 즉각 칼을 빼들었다. 연갱요는 대장군(大將軍)‧일등공(一等公) 등 모든 작위가 박탈됐다. 뒤늦게 임금 알기를 호랑이 알듯 알게 된 연갱요는 땅을 쳤지만 복수불반(覆水不返)이었다. 그는 독약을 마시고서 자결했으며 재산은 남김없이 국고(國庫)에 귀속됐다.

 

옹정제의 칼날은 다른 부패‧태만 관료들에게로도 향했다. 롱코도는 연갱요와 부패커넥션을 형성하고 있었다. 나아가 황실족보인 옥첩(玉牒)을 개인적으로 소장(所藏)하는 등 연갱요와 마찬가지로 자신을 임금과 동일시했다.

 

위기를 느낀 롱코도는 부정축재(不正蓄財) 재물을 분산은닉하는 한편 스스로 벼슬에서 물러나는 등 “잘 봐주십쇼” 굽신거렸다. 하지만 부친과 함께 청나라 최전성기를 이끈 성군 옹정제가 부패관료‧역적(逆賊)을 그냥 둘 리 없었다.

 

롱코도가 러시아제국(Russian Empire)과의 협상을 위해, 또는 도주를 위해, 떠나자 옹정제는 롱코도를 수도로 압송해 국문(鞠問)토록 했다. 대궐 같은 저택에서 떵떵거리며 살던 롱코도는 초가삼간(草家三間)에 유폐된 지 1년만에 사망했다. 옹정연간(雍正年間) 국가기강을 뒤흔들던 ‘항명의 역적들’은 엄벌에 처해지고 청나라는 강옹건성세(康雍乾盛世‧강건성세)를 맞을 수 있었다.

 

서울 서초 등 사회는 지금 난장판

 

윤석열 대통령의 영(令)이 영 서지 않는 모양새다. 30일 한 언론보도에 의하면 윤 대통령은 교육부가 국립대 사무총장 자리를 타 부처(部處)와의 인사교류 수단으로 삼으면서 ‘나눠먹기’ 한다는 소식에 “왜 내 지시와 딴판으로 가나”라고 일갈(一喝)했다고 한다.

 

영이 서지 않는 건 비단 정부부처뿐만이 아니라 서울 일부 지자체도 마찬가지다. 윤 대통령은 앞서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바 있다. 이에 부응하기라도 하듯 올해 3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7월12일까지 조직폭력 범죄 특별단속에 나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필자가 지난 수년 동안 서울지하철 신논현역~논현역 사이의 한 길거리를 유심히 지켜본 결과에 의하면 범죄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바O치킨이라는 한 주점에는 ‘일선(一線) 경찰관’ 앞에서 “나 깡패다” “너희 집 어딘지 안다”고 당당히 협박했던 ‘건폭’ 관련 인물이 마치 대통령 보란 듯 아무런 처벌 없이 지금도 버젓이 드나들고 있다.

 

미성년자들이 심심찮게 술 마시는 인근 일부 주점들은 필자가 기자였던 시절 조직폭력 실태를 묻기만 하면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입을 다물었다. 바O치킨 관계자는 한 술 더 떠서 ‘건폭’을 적극 옹호하기도 했다. 한 주점 관계자는 ‘지하경제’가 해당 거리의 ‘주류(主流)경제’라는 취지의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일부는 조직범죄를 파헤치는 필자가 부담스럽기라도 한듯 출입을 금지시키기도 했다. 이러한 분위기에 걸맞게 ‘타(他) 주택 앞 쓰레기 투기 금지’라는 서초구청 안내문이 무색하게 동네 곳곳엔 누가 버렸는지 모를 쓰레기가 굴러다닌다. 공교롭게도 상당수 주민은 ‘반(反)국민의힘’ 성향이다. 필자가 정치부장 자격으로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했던 서초구 당무(黨務)‧치안 등 관련 고위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침묵’했다.

 

국가원수(國家元首) 영이 서지 않으면 사회질서는 무너지고 범죄‧부패가 난무하게 된다. 더구나 서초는 강남‧송파와 함께 서울에서 몇 안 되는 국민의힘 강세(強勢)지역, 윤 대통령 자택 소재지역이다. 대통령 영이 이행되지 않으면 전시행정(展示行政)이라고 여긴 주민들 원성은 여당에게로 향하게 되고, 결국 내년 총선에도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이는 정부의 식물정권화(化)→일선의 더 대담하고 노골적인 대통령령 무시→차기 대선 악재(惡材) 등 더 큰 불운의 순환을 야기한다.

 

윤 대통령이 29일 신임 부처차관들과 오찬을 함께하며 “이권카르텔(Cartel) 공직자 척결”을 강조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 영이 모쪼록 바로 서서 집권 2년차에 걸맞은 위신(威信)이 세워지길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식물정권’은 더 이상 기우(杞憂)일수만은 아니게 된다.

 

20000.png.jpg

오주한 前 여의도연구원 미디어소위 부위원장 [email protected]

댓글
6
댓글 쓰기
권한이 없습니다.
  • ydol7707<span class=Best" />

    서초도 그렇고 TK도 여론조사와는 다르게 정부에 대한 민심이 좋지 않은 상황인데,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 ydol7707

    서초도 그렇고 TK도 여론조사와는 다르게 정부에 대한 민심이 좋지 않은 상황인데,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 ydol7707
    오주한
    작성자
    2023.06.30
    @ydol7707 님에게 보내는 답글

    결자해지인 법이라 용산 일에 제가 왈가왈부할 건 아닌 듯 싶습니다만..역대 보수당계 정부들의 추진력 등에 미치지 못한다는 우려가 높은 점이 참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일개 범죄자들도 대통령 명령을 우습게 보니 말입니다.

  • 풀소유

    원채 말을 바꾸니...

    말에 무게가 없어서 걱정입니다.

  • 풀소유
    오주한
    작성자
    2023.06.30
    @풀소유 님에게 보내는 답글

    벌써 집권 2년차인데..시정돼야 한다고 봅니다.

  • 오주한
    풀소유
    @오주한 님에게 보내는 답글

    믿음을 주는 정치를 해서

    우선 총선에서 다수당을 획득하고 자기 정치를 할 생각을 해야 하는데,

    뭔 똥볼만 저리 차대는지 원...

  • 풀소유
    오주한
    작성자
    2023.07.01
    @풀소유 님에게 보내는 답글

    답답할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