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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기의 한반도 테라포밍] 방위산업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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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진않아도
지난달 31일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새로 발간한 ‘2025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NTE 보고서)’에서 우리 정부의 무기 수입 절차인 절충 교역과 외국인의 원전 소유 제한 등을 대표적 비관세 무역장벽이라고 밝혔다
 
한국의 경우 1000만 달러(약 147억 원)를 초과하는 해외 무기 도입 시 계약 당사국에 절충 교역을 요구하는 정책을 유지해 왔다. 그런데 이로 인해 미국 방산기업이 한국에 무기를 판매할 때 기술이전 등을 요구받는 것을 불공정하다고 평가한 것이다물론 구체적인 사례를 적시하지는 않고 원론적 이야기를 기술한 것이다.
 
이것을 국내 언론에서는 큰 이슈로 부각시키고 있으나 절충 교역’ 규정은 나라마다 다르며 우리가 무기를 수출할 때도 수입국에서 요구하는 사안이다. 절충 교역의 수위·방법 등에 대해서는 이해당사국 간 각국의 이익과 국제역학 관계 등을 고려하여 상황에 따라 적절히 조정해 왔으며 또 그렇게 접근해야 하는 분야이기도 하다반면 이를 역으로 해석하면 미 무역대표부가 한국과의 무기 거래에 있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자국 중심 정책에 발맞추면서 겨우 찾아낸 것이 절충 교역 정도라 할 수도 있다.
 
생각과 달리 미국 무기 도입 시 미 측의 절충 교역 미이행 사례도 있었다예를 들면록히드마틴의 F-35A 전투기를 도입할 당시 제공하기로 약속했던 군사위성을 주지 않았던 경우이다국가 간의 무기 거래는 국가의 방위력은 물론 자국의 방위산업과 직결되는 사안이다. 그러므로 단순히 규정에 얽매이기보다는 대화를 통해 조정하는 등 고도의 협상 테크닉이 필요한 분야이다.
 
무기 거래에 있어 현실적 문제는 우리에게도 있다예를 들어 자금 지불 능력이 부족한 국가에 수출할 경우 지하자원 등으로 대체하는 것도 합리적이지만 이는 규정에 따라 제한되기도 했으며 수출입은행 대출 및 보증의 국가별 한도액이 적어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때도 많았다.
 
어느덧 우리는 무기를 수입하기보다는 수출하는 나라의 대열에 들어섰고 절충 교역은 그 중심에 자리잡고 있다. 그러므로 이 사안은 어찌 보면 동전의 양면 또는 모순(矛盾)’의 관계를 가지고 있다 할 수도 있다이러한 사안을 두고 이해도 없이 무작정 미국만 비난하고 이를 반미 선동의 도구로 활용해서는 안 된다상황을 냉철하게 파악하고 대처해야 한다는 얘기다문제는 우리나라 대다수 언론사들의 수준이 항상 이렇다는 점이다객관적 사실과 진실보다는 편협하고 낮은 수준의 지식과 상상력으로 작문을 하거나 선동을 위한 기사를 쓰다 보니 국민이 사태의 실체에 접근하기 매우 어렵다.
 
또한 무기 수출 시 근시안적으로 수출 실적에 집착한 나머지 필요 이상의 많은 기술을 무기 구매국에 이전하여 결국은 우리 무기 수출을 방해하는 경쟁자를 만들어 낸 경우도 있었다대표적 사례가 터키에 K-2 전차 제작 기술을 수출한 사업이 그것이다라이센스에 걸려 수출하지 못 하던 K-1 전차(88전차)가 아닌 현대로템과 국방과학연구소가 협업하여 개발한 K-2 전차 기술을 수출한 경우인데국방과학연구소는 기술료를 받고 빠지기는 했으나 수출사업을 주도했던 현대로템은 빛 좋은 개살구만 차지한 결과를 가져왔고 기술을 이전받은 터키는 우리가 파워팩 국산화 문제로 전력화가 지연되는 사이에 유사 전차를 개발하여 수출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제 우리도 거시적 안목을 가지고 방산기업들의 신속한 사업 및 수출 추진을 위해 제도를 개선하고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국익을 보호하기 위해 핵심기술 유출 방지·보안 및 수출 통제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될 시기이기도 하다미국 정부가 이렇게 한다, 저렇게 한다에 휘둘리고 선동하는 여론을 형성할 것이 아니라 우리 국익을 최대화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전략을 수립하고 수출 장려와 국가 핵심기술 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할 때이다.
 
그리고 현재 특히 민·관 공히 집중해야 할 산업 분야는 겉으로 보기 좋은 완성체가 아니라 체계 통합을 기반으로 한 소부장(소재·부품·장비사업’ 분야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드론의 효용성이 급부상하고 있으나 우리는 아직 ‘인공지능(AI) 기반 운용 소프트웨어(S/W)’는 말할 것도 없고 드론의 기본인 브러시리스 모터나 고용량 배터리’ 등을 생산하지 못 한다는 점이다이로 인해 민수용은 물론 군사용 드론조차 중국산 소재와 부품을 써야 하는 한심한 현실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이미 록히드마틴이나 보잉과 같은 전통적 방산기업보다 드론을 운용하는 AI 기반 자율비행 프로그램을 만드는 정보기술(IT) 기업들의 기업가치가 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즉 우리가 기존의 록히드마틴 같은 글로벌 대형 방산기업을 만드는 것은 어렵다 치더라도 젊고 창의적이며 우수한 두뇌를 가진 인재들이 자신들의 능력을 펼칠 수 있는 공간과 자금을 제공한다면 ‘AI 기반 신세대 방위산업체는 얼마든지 만들고 육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맨날 남 탓만 하지 말고 이제는 우리가 우리 스스로 세계를 주도하는 그런 나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 보자.
 
https://www.skyedaily.com/news/news_view.html?ID=268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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