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실리콘밸리은행이 파산했다는 뉴스를 접했는데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처럼 큰 위기로 확산하지는 않으리라 본다.
미국에서 16위의 은행이라고 하던데 테크기업 불황에 직격탄을 맞았겠지만 포트폴리오가 국채와 벤처기업에 집중적으로 구성돼있다하니 여타 부문으로의 파장은 적을 것이다.
연준의 제로금리 정책으로 달러리보의 실질금리는 2020년 4분기에도 마이너스인 상태였다.
2021년 경기가 회복되면서 그 해 4분기 GDP갭이 7.1%에 육박했지만 그건 고물가로 인해 실질금리가 -6.3%까지 떨어진 덕분이 컸겠지.
작년부터 하이퍼인플레를 잡기 위해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1분기 -7.1%까지 떨어졌던 실질금리가 2분기 -6.5%, 3분기 -4.8%를 거쳐 4분기에는 -2.2%까지 올라왔으나 미국은 GDP갭이 2.2%인 비교적 호황을 누리고 있다.
올해 2월말 리보금리가 4.97%지만 며칠후 발표될 2월 인플레이션이 많이 하락했을 것 같지는 않아 미국의 실질금리는 여전히 마이너스 상태일 것이고 최근 고용지표들에 따르면 경기도 괜찮은 상태가 유지될 것 같다.
작년 중반부터 내외금리차가 좁혀지면서 원달러환율이 상승했고 3분기 한미간 금리역전이 발생하자 환율의 사이클이 6.8%까지 오버슈팅하는 일이 발생했었다.
그러다가 코리보와 달러리보의 스프레드가 -0.7%p까지 벌어졌고 정책당국이 환율방어에 적극 나섰지만 작년 말경에 원화의 사이클은 3.8%까지 절하되었다.
2월말 현재 원화는 1.22%정도 절하돼있다고 판단되지만 코리보와 달러리보의 스프레드가 3.64%-4.97%=-1.33%p인 점을 감안하면 2월 말일의 환율 1317.40원은 적당한 수준이라고 본다.
2020년 4분기 한국은 GDP갭이 -5.8%로서 불황이었지만 2021년 4분기 코리보와 CPI로 측정한 실질금리가 -2.2%로 마이너스였던 덕분에 GDP갭이 1.9%로 회복되었다.
작년에 한국은행은 초인플레에 대한 대응에 미적거리면서 낮은 실질금리 덕분에 1분기 GDP갭은 2.3%, 2분기 3.1%, 3분기 2.2%의 호황을 보였다.
그러나 작년의 긍정적 경기지표는 낮은 실질금리와 자산가격을 떠받치려는 정부의 가상한 노력(?) 덕분으로 부채경제가 낳은 거품일 뿐이었다.
작년 말 실질금리는 -1.1%까지 올라왔고 GDP갭은 다시 -1.5%로 하락한 상태로서 이제 한국은 자산시장의 거품을 걷어내지 못해 부실이 실물경제로 전이되고 있다.
올해 2월말 현재 코리보가 3.64%이고 2월 인플레가 4.8%이므로 실질금리는 -1.16%라고 평가되지만 한국은 여전히 경기침체를 벗어나긴 어렵다고 본다.
러-우 전쟁 등 실물부문에서 하이퍼인플레를 촉발시킨 요인들이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연준이 통화긴축에 실기(失期)한 탓이 크다.
이미 재작년부터 기준금리를 인상하라는 신호들은 있었다.
테일러준칙에 따라 미국의 준칙금리를 측정해보면 Core CPI 기준 준칙금리는 2021년 2분기에 벌써 7.5%였고 Core PCE를 기준으로 하면 11.0%에 육박했었다.
연준은 재작년부터는 통화긴축에 들어갔어야 했다는 것이다.
테일러준칙은 작년 말 Core CPI 기준 10.8%, 연준이 중요하게 참고한다는 Core PCE를 기준으로 하면 기준금리가 8.6%는 되어야 한다고 지시하고 있다.
미 연준은 아마도 실질금리 목표를 제로로 잡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인플레이션 목표치 2%에 제로의 실질금리를 반영해서 수정한 준칙을 제로준칙이라고 불러보자.
제로준칙에 따르더라도 연준은 재작년 2분기부터는 통화긴축을 시작했어야 했고 4분기 준칙금리가 7.0%에 육박하고 나서야 작년부터 기준금리 인상에 나섰던 것이다.
다급해진 연준은 작년 내내 기준금리를 급히 올려 4분기에는 4.50%로 제로준칙에 다다른 상태에 이르렀다.
최근인 올해 2월 1일 연준은 기준금리 상단을 4.75%로 인상했지만 지금 미국의 경기지표가 좋고 며칠후 발표될 인플레이션이 많이 하락했을 것 같지는 않으므로 실질금리는 여전히 마이너스 상태일 것이다.
따라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여유가 충분해서 3월 22일 FOMC는 빅스텝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테일러준칙이 재작년 4분기 5.2%였고 작년 3분기 8.0%에 육박했다가 작년 말 6.4%까지 내려왔고, 제로준칙은 작년 2분기 4.2%로 정점이었다가 4분기 2.3%까지 내려온 상태이다.
한국은행은 재작년부터 베이비스텝을 밟아왔는데 작년에도 미 연준의 걸음걸이를 따라가지 못해 1월 13일 기준금리를 3.50%까지 인상한 이후 정체되어 있다.
만약 연준이 3월 22일 빅스텝을 밟는다면 한미간 기준금리는 -1.75%p까지 벌어지는 사태가 예고된다.
한국의 통화당국도 인플레이션 타겟팅에 실기(失期)한 것이다.
연준이든 한은이든 과거 일본은행부터 시작된 제로금리 정책부터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테일러준칙이 통화준칙으로 자리잡았던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작년에 나는 연준의 기준금리가 최종적으로 5~6%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었고 작년 말 FOMC의 점도표도 5~5.25%의 기준금리를 예상한 바 있다.
그런데 아직도 인플레가 목표치인 2%로 접근하기에는 요원하므로 연준은 결국 기준금리가 6%를 넘을 때까지 인상하리라 전망한다.
일단은 내외금리차가 -1.75%p까지 벌어지면 환율이 또 오버슈팅할 것이고 통화당국이 또 얼마나 환율방어에 나설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은행이 내달부터라도 부지런히 연준을 따라가야만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관료정권이 더 이상 금융부문에 이래라저래라 개입해서는 곤란하다.
尹정권이 은행들의 대출금리 인상을 저지하면서도 예금금리마저 올리지 말라고 압박했던 게 제일 큰 패착이었다고 본다.
자기가 은행들의 이자수익을 조장했으면서 은행들의 이자수익을 탓하다니 이런 모순이 또 어디있겠나!
자산시장이 관료정권의 선처에만 의존하려해서는 우리는 경기침체를 극복할 수 없다.
한은이 아무리 연준을 부지런히 따라가려고 해도 한국은 경기침체에 빠져든 상태라 상당한 제약이 있을 수 밖에 없겠지.
경기방어가 진퇴양난(進退兩難)인 상태에서 한국의 거시경제정책은 어디서 해법을 찾아야 할까?
정부의 재정적자를 줄여야 한다.
자금시장의 금리가 치솟는 상황에서도 미국의 경기가 좋은 것은 자본시장 금리는 그리 높지 않기 때문이다.
2월말 6개월 T-bill금리는 5.17%지만 10년만기 T-note금리는 3.92%로서 작년부터 몇 달째 미국의 수익률곡선은 역전된 상태를 유지해오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자금시장 금리가 높을지라도 자본시장 금리는 그만큼 반응하지 않아 실물부문에서 민간기업들이 생산력을 유지하면서 인플레를 버티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연준을 따라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자금시장이 위축되겠지만, 그건 우리가 감내해야 할 문제고, 원화의 급격한 절하를 방지하면서 자본시장 금리는 자금시장만큼 급하게 오르지는 않으리라 본다.
한은의 기준금리는 이미 시장금리에 대한 통제력을 잃은 것처럼 보인다.
한국의 장기금리는 한은의 기준금리보다 미국의 장기금리를 추종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이고 언론이고 정치권까지 금리인상을 비난하면서 부채로 쌓아올린 자산시장을 비호하려하겠지만 그게 아니지.
고물가로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인 상태를 계속 방치해두기만 하면 우리는 원화의 신뢰성을 잃어 시스템의 위기까지 맞을 수도 있다.
그럴게 아니라 관료들의 권한없는 금융시장 개입을 중단하고 정부가 재정적자를 해소해야 자본시장 금리가 내려 기업들의 투자여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 이전 2019년에 이미 정부의 통합재정수지는 12조원 적자였고 관리재정수지는 54조4천억원이나 적자였다.
2021년 통합재정수지는 90조3천억원,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무려 126조6천억원에 이르렀고 작년에도 재정적자는 통합재정수지 70조8천억원, 관리재정수지는 110조8천억원으로서 금융위기였던 2009년의 재정적자를 훨씬 넘어선 상태이다.
여기서 우리가 재정적자를 해소하지 못한다면 한국은 일본처럼 '잃어버린 30년'의 장기침체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2월 미국 CPI 인플레이션이 6.0%, Core CPI 인플레이션은 5.5%라고 발표되었다.
이를 토대로 한미 양국의 실질금리를 계산해보면,
기준금리로 2월말 기준 실질금리가 한국은 -0.5%, 미국은 -0.75%이고, 지금 FedWatch가 예상하는 것처럼 22일 연준이 25bp만큼 인상하면 미국은 -0.5%가 된다.
14일 현재 기준 코리보의 실질금리는 -1.2%, 달러리보의 실질금리는 -1.13%가 된다.
지금까지 한미 금리가 역전되었다고는 하나 미국 쪽의 인플레가 워낙 높아 실질금리는 우리가 더 높았으므로 외자유출이 크지 않았다.
이제 어찌될지 모르겠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