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조선과 최원종, 최윤종 등 사회적 공분을 산 흉악범들에게 잇따라 무기징역형을 선고하면서 사형제 부활을 촉구하는 여론이 다시 들썩이고 있다.
사형제 찬성론자들은 법의 준엄함을 알려 모방범죄 등 2차 범죄를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신중론자들은 여전히 인권 침해와 오판 가능성에 대한 우려와 외교 문제를 거론하며 반대 입장을 펼치고 있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신림역 흉기 난동' 사건을 저지른 조선(34)과 '서현역 흉기 난동' 피의자 최원종(23), '신림동 등산로 성폭행 살인범' 최윤종(31) 등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흉악범들이 모두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조선은 지난해 7월21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림역 4번 출구 인근 골목에서 흉기를 휘둘러 20대 남성 1명을 살해하고 30대 남성 3명에게 중상을 입혔다. 조선의 범행 2주 뒤인 8월 3일 최원종(23)은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AK플라자 인근 인도를 차로 돌진하고 흉기를 휘둘러 2명을 숨지게 하고 12명에게 중상을 입혔다.
최윤종은 같은 달 17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등산로에서 성폭행을 하기 위해 산책을 하던 30대 여성을 무차별 폭행하고 목 졸라 살해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들에게 모두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인권 문제로 사실상 사형제가 폐지된 상황에서 사형 선고가 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 사형은 형법 제41조에서 형벌의 종류로 명시돼 있지만 한국은 1997년 마지막 사형 집행 이후 27년째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사실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된다.
헌법재판소가 1996년과 2010년 사형제에 대한 합헌 결정을 내렸지만 2015년 이후 사형 확정 판결은 전무하다. 우리나라의 사형수는 현재 59명이 수감 중으로 형이 집행되지 않은 '미결수' 신분으로 복역 중이다.
판사 출신인 문유진 변호사는 "범죄자 인권 침해 및 오판 가능성을 이유로 사형 선고를 주저하는 분위기 속에 사형은 인간의 목숨을 박탈하는 형벌이어서 판사들이 판결할 때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사형제 부활' 여론 고조…"흉악범은 영원히 격리시켜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형제 찬성론자들은 사회적 물의를 빚은 흉악범들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사형 집행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법의 엄중함이 또다른 범죄 발생을 막고 무고한 피해자들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라는 주장이다.
사형제 찬성 입장을 가진 한 시민은 "현재의 사법 체계는 범죄자 인권 보호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고 피해자들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다"며 "다수에게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입히고 반성조차 하지 않는 범죄자들에 대해서는 선처의 여지가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찬성론자도 "사형수 1명을 수용하는데 적잖은 혈세가 들어간다"며 "다른 이들에게 큰 해를 입힌 흉악범들까지 우리의 세금으로 먹여 살려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반면 사형제에 반대 입장을 가진 한 시민은 "사형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해야 할 국가가 생명권을 박탈하는 비인도적인 형벌인 만큼 매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현실적으로만 보더라도 외교적으로 사형제를 실시하는 나라와 국교를 끊는 선진국들이 많은 상황에서 고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안으로 떠오른 '가석방 없는 종신형'…국회 계류
사형제 찬반 논란이 일면서 일각에서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이 마저도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국회에서 가로막힌 상태다.
사실상의 사형제 폐지 국가인 한국에서 무기징역과 사형의 유일한 차이는 가석방 유무다. 현행법상 무기징역은 20년 뒤 가석방이 가능하지만 사형은 불가능하다.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신설하는 내용이 담긴 형법 개정안은 지난해 10월30일 국무회의를 통과했지만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가석방 없는 종신형 역시 인권 침해 및 범죄 예방 효과 등에 대한 지적이 제기돼 깊이 있는 논의가 요구됐기 때문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같은 달 19일 연구보고서를 통해 “(가석방 없는 종신형은)형벌의 목적인 특별예방 및 범죄자 재사회화를 고려할 수 없다”며 “원천적으로 자유를 회복할 권리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위헌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된 개정안은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심사를 받은 후 법사위를 거쳐야 한다. 이후 해당 법안이 국회 본회의까지 통과하면 정부 공포를 거쳐 시행된다.
법조계 한 인사는 "사법 형벌 체계에 대한 결정은 다양한 논의를 통한 사회적 합의가 반드시 선행돼야 하지만 갈수록 범죄가 흉포화되고 범죄를 가볍게 여기는 사회 분위기가 확산되는 상황 속에 흉악 범죄를 근절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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