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스중궈런마?” 반탄 집회 11곳 취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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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간 윤석열 탄핵 반대 집회 11곳을 취재했다. 여러 세대 참가자들이 가세하며 집회는 몸집이 불어나고 있다. 위험한 확신에 찬 이들이 탄핵 인용을 수용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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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1일 서울 광화문에서 전광훈 목사를 주축으로 한 ‘대한민국바로세우기 국민운동본부’의 탄핵 반대 집회가 열렸다. ©시사IN 이명익
극우의 주된 전선은 유튜브와 광장이다. 수상한 연사들이 언론 검증을 피해 제 목소리를 퍼뜨리는 곳이 유튜브다. 광장은 그 목소리가 메아리치는 공간이다. 위험한 생각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며 세를 불린다. 이들은 무슨 생각으로 광장에 나왔으며, 어떤 생각을 품고 집에 돌아갈까?
〈시사IN〉 수습기자들은 두 달여간 윤석열 탄핵 반대(반탄) 집회 현장 11군데를 취재했다. 1월4일 서울 광화문과 한남동의 탄핵 반대·관저 수호 집회, 2월15일 광주·대구·부산의 세이브코리아 주최 집회, 2월18일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앞 시위, 2월25일 헌법재판소 근처 집회, 2월28일 광화문 청년만민공동회, 3월1일 혜화역·광화문·여의도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 현장 등이다. 그 현장들 사이 공통점과 차이점,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화들을 살펴봤다. 그 장면들을 통해 예측해본바,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 이후에도 광장의 극우가 잦아들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같은 극우 집회라도 분위기가 조금씩 달랐다. 소규모로, 산발적으로 열리는 집회일수록 ‘골수 극우’ 비중이 높아서 공격적이다. 2월18일 문형배 헌재 소장 권한대행의 자택으로 알려진 서울 서대문구 한 아파트 단지 주차장 주위는 윤석열 지지자들로 아수라장이 되었다. 문 대행 사진에 붉은색으로 낙서한 피켓을 들고 온 이들은 일제히 “야동 판사 문형배는 사퇴하라!”고 외쳤다. 한 행인이 시위대를 향해 “부끄러운 줄 알아!”라고 외치자, 몇몇 시위대는 “저 XX 잡아!”라며 남성을 뒤쫓아가기도 했다.
기자를 ‘프락치’로 의심하며 위협하는 일도 규모가 작은 집회에서 주로 일어났다. 1월4일 한남동 관저 수호 집회에서 한 중년 남성은 기자에게 중국어로 “니스중궈런마(당신은 중국인입니까?)”라고 물었다. 한국인이라고 답하자 그는 정색하며 “그러면 중국어를 어떻게 알아들었나”라고 물었다. 2월28일 청년 만민공동회에서 젊은 남성 두어 명은 구호를 따라 하지 않던 기자를 힐끔거리더니, 들으란 듯 큰 소리로 이런 대화를 나눴다. “형님, 여기에 빨갱이 프락치는 없겠죠? XX.” “여기는 다 같은 사람들이겠지! 종북 XX들은 다 죽여버려.”반탄 집회 모두가 공격적이고 규모가 작은 ‘게릴라형’은 아니다. 시간이 흐르며 몸집이 큰 집회가 등장했다.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가 주도하는 3월1일 광화문 집회에는 6만5000명이, 세이브코리아 손현보 목사가 이끄는 여의도 집회에는 5만5000명이 모였다(경찰 비공식 추산). 기존 극우 집회와 분위기도 사뭇 다르다. 군중 속에 들어가서 본 대규모 반탄 집회는 비교적 평온했다. 특히 여의도 집회에는 가족 단위 참석자들이 많았다. 가족과 함께 여의도 3·1절 집회에 참가한 자영업자 이경하씨(47)는 “너무 놀랐다. 이렇게 사람이 많을 줄 몰랐다. 눈물이 날 정도다”라고 말했다. 대규모 ‘동료’ 시위대를 보며 이들은 자신이 틀리지 않았다는 믿음을 확인하는 듯 보였다. 참가자들은 연사의 말에 연이어 환호하고 간간이 웃음도 터트렸다.
“학생 기특하다”며 ‘윤석열 배지’ 선물
반탄 세력의 규모가 커진 배경에는 청년들의 합세가 있다. 극우 집회의 터줏대감인 고령층에 더해, 상대적으로 젊은 참가자들이 날이 갈수록 적잖이 유입되었다. 그간 반탄 집회의 주류였던 노인들은 청년 참가자들에게 엄청난 환호를 보낸다. 젊은이에게 다가가 어깨를 두드리며 말을 건네는 노인들이 집회 현장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집회 현장에 서 있던 기자에게 한 노인이 “학생 아주 기특하다”라며 윤석열 사진이 들어간 배지를 건네주는 일도 있었다. 청년 참가자들은 그런 노인들을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만들어준 어르신들” “박근혜 (탄핵 국면) 때부터 계속 나오신 고마운 분들”이라고 칭했다.
청년들의 입에서 나오는 논변도 익히 알던 윤석열 지지자들의 언설과 다르지 않았다. 대학교 마크가 그려진 ‘과잠’을 입고 3·1절 집회에 참석한 20대 여성 박태유씨는 “중국이 개입한 부정선거 문제를 알리고,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수호하기 위해 집회에 나왔다”라고 말했다. 이 밖에 다른 젊은 참가자들이 거론한, “이러다 나라가 무너지겠다고 생각했다”라는 원인 모를 위기의식도, “내 주변은 다 탄핵에 반대하는데 뉴스에는 나오지 않는다”라는 확증편향도 익숙한 레퍼토리였다.
겉으로 청년 참가자 다수는 대부분 온건해 보였다. 자신들이 ‘극우’가 아니라고 주장하며, 집회에 나온 이유로 “법치와 민주주의 수호”를 들었다. 그러나 정작 그들이 내뱉는 본론은 헌정질서를 부인하는 내용들이었다. 1·19 서부지법 폭동에 대한 견해가 대표적이다. 폭력에는 반대한다면서도 “(사건 당시) 좌파 프락치가 있었고, 어느 집회에서든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며, 언론이 확대 보도했다”라는 등의 사족을 여럿 달았다. ‘법치’를 말하는 이 청년들은 또한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을 인용해도 받아들이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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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17일 문형배 헌법재판관의 자택으로 알려진 아파트 단지 앞 극우 시위대의 모습. ©시사IN 신선영
현장에서 접한 반탄 집회 참석자 다수는 자신들의 투쟁이 가치관 차이에서 비롯됐다고 보지 않았다. 진보와 보수가 아니라 ‘참과 거짓’의 싸움이라는 것이다. 집회 연사와 참석자들의 주장은 대체로 ‘선관위 내 중국 간첩 암약설’ ‘중국의 한국 선거 개입설’을 전제로 했다. ‘중국공산당 아웃’ ‘반중 멸공’이 적힌 피켓도 다수 눈에 띄었다.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의 계엄은 전후 사정을 아는(“계몽된”) 이라면 정당하다고 볼 수밖에 없는, 피치 못할 비상조치였다고 반탄 집회 참가자들은 주장한다. 2월18일 문형배 재판관 자택으로 알려진 아파트 단지 앞 시위에 참석한 한 남성은 ‘계몽’되기 전 자신이 진보였다고 주장했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찬성 촛불집회에도 참가했는데, 지금은 중국의 개입이 확실하고 헌법재판소가 ‘좌편향’되어 있어서 집회에 나올 수밖에 없었다.”
반탄 집회 참가자들은 편파적이고 거짓된 언론 보도가 ‘올바른’ 논의를 왜곡한다고 주장했다. 3·1절 광화문 집회에 참석한 울릉도민 박철홍씨(65)는 “‘조중동’도 믿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대신 “시사 문제를 해설하는 유튜브를 들으며 진실을 파악한다”라고 했다. 참가자들에게 즐겨 보는(신뢰하는) 언론매체를 물어보면 많은 경우 ‘스카이데일리’, 유튜브 채널 ‘그라운드 씨’ 혹은 대구 지역 일간지 〈매일신문〉이나 종편 ‘채널A’ 등을 언급했다.
2월28일 ‘청년 만민공동회 집회’ 발언자로 나온 이지언씨는 “2030 여성이 진보적이라는 편견은 사실이 아니다. JTBC, MBC 등이 좌편향적으로 보도해서 퍼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언론에 대한 이들의 감정은 불신과 적개심을 넘나드는 듯했다. 2월15일 광주 세이브코리아 집회 참가자 일부는 〈시사IN〉 스티커가 붙은 카메라를 보고 사진기자에게 “여기가 어디라고 너희가 들어와. 나가!”라고 소리쳤다.
반탄 집회 참가자들은 좌파와 언론에 속아서 ‘진실’이 왜곡된 역사적 예시를 든다. 박근혜 탄핵이다. 역설적이게도 다름 아닌 윤석열이 특검 수사팀장으로 직접 수사한 이 사건을 ‘반면교사’로 언급하는 이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쉽게 말해 “박근혜 탄핵 국면처럼 기성 언론에 속아서 정권을 내어주면 안 된다”라는 주장이다. 2월15일 부산 세이브코리아 기도회에서 무대에 오른 대학생 권예영씨는 “태블릿 PC 사건도 조작, 박근혜 전 대통령이 피부과 시술을 받았다는 것도 거짓말”이었다고 주장했다. 2월28일 청년 만민공동회 집회에 참석한 40대 여성은 “2016년 미국에 있었는데, 그때는 진보 성향의 재미 한인 온라인 커뮤니티를 보고 선동당했다. (박근혜) 대통령님이 진짜로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이라는 사람과 얽혀 문제가 있는 줄 알았다”라고 말했다. 급기야 최서원씨 딸 정유라씨가 3·1절 세이브코리아 기도회 단상에 올랐다. 정씨는 “윤석열을 원망하지 않을 것이다. (···) 당시 민주당이 우리 모녀를 얼마나 괴롭혔나? 지금 똑같은 일을 윤 대통령 부부에게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탄핵이 인용되면 광장의 반탄 세력은 어떻게 대응할까? 11차례 집회 현장에서 만난 이들은 ‘탄핵 인용 이후’를 입에 올리기 무섭게 결기에 찬 말들을 내뱉었다. “나라를 잃은 심정일 테니 뭐라도 할 것이다” “유모차를 끌고서라도 반드시 집회에 나올 것이다” “조기 대선은 절대로 인정할 수 없다”···.
윤석열 탄핵 반대 세력은 2016년 쪼그라든 극우 세력과 다르다. 이들은 음모론으로 묶인 동지들의 머릿수에서 제 세력의 생명력을 확인했다. 광장을 포위하고 서로 상찬을 주고받으며 자신감에 차 역사적 진실과 사법부 결정을 부정한다. 헌재 결정 후 이들이 ‘법의 지배’에 깨끗이 승복할까? 정반대 예측에 더 힘이 실린다. 1월19일 법원 공격이 일회성 소동에 불과했다고 그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저런건 애국이 아니다.
아무리 상대세력이 싫어도
최소한의 존중이 필요함
전교조, 민노총과 동급이 되어가는구나 하지만 그들에 비해 파워가 부족하니 더 분발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