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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트럼피즘', 한미원자력협정 조기 개정 기회다

뉴데일리

북핵의 급속한 고도화와 중국과의 패권 경쟁 속에서 미국의 국력은 쇠퇴하고 있다. 이러한 국제정치 현실을 고려할 때 한미동맹에 기반한 자체 핵무장이 한국으로서는 최선의 시나리오다. 하지만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시점까지 한반도에 미국 전술핵을 재배치하는 '조건부 한시적 전술핵 재배치'조차 어렵다면 한미원자력협정을 조기 개정해 '핵잠재력'(nuclear latency)을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특히 한국이 원전 수출 경쟁력과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고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려면 '핵연료 주기'를 완성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협정 조기 개정이 필수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의 국가안보실은 '한일 원자력협정 수준'으로 조기 개정해 핵 잠재력을 확보하자는 주장을 이상론에 불과하다고 일축하며 한미 워싱턴선언을 일종의 '3불(不) 약속'으로 후퇴시켰다. 한국의 자체 농축·재처리 활동을 금지하는 한미원자력협정 준수, 핵확산금지조약(NPT) 준수 등을 재확인함으로써 한국의 자체 핵무장, 핵추진잠수함(SSN) 건조, 미국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 요구 등을 사실상 포기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한국에서 높은 지지를 얻은 핵무장 지지 여론을 지적하며 핵확산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조기 개정에 부정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의 기조를 이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노골적 거래주의'와 '탈전통적 보수주의'로 요약되는 트럼피즘(트럼프주의)과 맞물리면 한미 원자력협정 조기 개정을 위한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2기, 러시아·중국 우라늄에 대한 의존도 낮출 것

29일 외교가에 따르면 트럼프 2기의 에너지 정책을 총괄하게 될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 지명자는 지난 15일 상원 에너지·천연자원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안전한 원자력 연료 공급망 구축을 우선 순위에 두겠냐'는 존 버라소 상원의원의 질의에 "우리는 우라늄 채굴과 농축, 원자력 발전, 폐기물 처리에서 미국의 원자력 기반 시설을 구축해야 한다"며 러시아와 중국산 우라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형 원자력발전소의 대안으로 소형모듈원전(SMR)을 제시하며 "이것은 미국의 미래 에너지원의 거대한 부분을 차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농축우라늄 공급망이 러시아와 중국 등 전체주의 진영에 의해 지배되는 것을 심각한 '안보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다. 전 세계 농축우라늄 생산량은 러시아 '로사톰' 44%, 영국·독일·네덜란드의 합작 회사인 '유렌코' 29%, 중국 'CNNC' 14%, 프랑스 '오라노' 12% 등 4개 기업이 99%를 차지한다. 미국 내 원전에서 사용되는 핵연료의 35%가 러시아산이어서 러시아가 농축우라늄 수출 제한에 나서면 상당수의 원전 가동이 중단될 수밖에 없다.◆美, SMR 개발·수출 확대 … SMR 연료인 HALEU 공급망 확보 나서

아울러 미국은 원전 산업 경쟁력을 복원하겠다며 기존 대형 원전이 아닌 SMR의 개발과 수출을 확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은 SMR의 연료로 쓰이는 '고순도 저농축 우라늄'(HALEU·핼리우)을 에너지 및 국가 안보 차원에서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기존 원전에는 농도 3~5%의 저농축 우라늄(LEU), SMR 등 차세대 원전에는 5~20%의 HALEU, 핵폭탄에는 농도 90% 이상인 고농축 우라늄이 들어간다. 핵연료이자 핵무기 원료인 농축우라늄 공급망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은 안보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더욱이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가동 중인 약 3만 개의 석탄화력발전소 중 10%인 약 3000개가 2030년대 초반까지 SMR로 교체된다. 미국은 370개 화력발전소 중 300개 이상, 한국도 2038년까지 12개의 화력발전소를 SMR로 교체할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든 행정부가 농축우라늄의 러시아중국 의존도를 낮추고자 핵연료 공급망 재건에 나선 이유다. 2022년 8월 조 바이든 당시 미국 대통령은 '차세대 핵연료인 HALEU를 자체 공급하기 위해 공급망 구축에 7억 달러(당시 약 9905억 원)를 지원한다'는 내용이 담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서명했다.

사정이 비슷한 한국도 미국과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한국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수입한 농축우라늄은 러시아산이 34%, 중국산이 5%인데, 중국산 비중이 30% 이상으로 높아지는 2026년이 되면 러·중 의존도가 70%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원자력협정에 막혀 농축 우라늄 자체 생산이 불가능한 한국으로서는 수입처를 우방국 중심으로 다변화해 러시아·중국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한미를 포함한 상당수 국가가 공급자를 찾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트럼프와 '거래적 접근' 필요 … 한미 농축우라늄 공동 생산 제안해야

전문가들은 미국과 국제사회가 한국의 비확산 의지를 전적으로 신뢰할 때까지 기다릴 것이 아니라 트럼프 2기 행정부와의 '거래적 접근'을 통해 한미원자력협정 조기 개정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지적한다. 즉 한국의 우라늄 농축을 제한하는 협정을 조기에 개정하는 것이 미국의 국익에 적합하다고 판단할 수 있도록 트럼프 행정부를 설득해야 한다는 얘기다.

조비연 한국국방연구원(KIDA) 선임연구원은 공동저서 '기로에 선 북핵 위기'에서 "미국이 자국의 우라늄 공급망을 재편하는 상황에서 한국도 주요 동맹·파트너국가로서 역할을 정립하고 그 과정에서 한미 원자력협정의 개정도 훨씬 설득력 있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며 "농축우라늄을 전 세계가 러시아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고 미국이 여기에서 다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한국도 이에 적극적으로 편승해 미국과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박인국 전 유엔대사와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 등이 구상하는 한미 농축우라늄 공동 생산을 제안하며 미국을 설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사는 "한국과 미국이 농축우라늄을 공동으로 생산함으로써 공동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새로운 접근 방법을 취해야 한다"며 "한미동맹의 성격을 단순한 안보동맹이 아니라 첨단 과학기술 동맹으로 빨리 선회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유 의원도 한국이 농축 기술을 확보해 미국에 저농축 우라늄을 공급하는 '윈·윈'(win-win) 협력 모델을 제안해야 한다며 협정의 조기 개정을 통해 농축우라늄·재처리 기술을 확보하면 한반도의 일방적 핵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고 한미가 동맹 관계 속에서 더욱 공고한 신뢰와 공조 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韓의 우라늄 농축, NPT 위반 아냐 … 한미 원자력협정이 금지할 뿐

'평화적 핵주권론자'인 김태우 한국군사문제연구원 핵안보연구실장(제11대 통일연구원장)도 뉴데일리에 "핵물질을 생산할 수 있는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폐연료봉) 재처리는 NPT를 위배하지 않는다. 미국이 원자력협정으로 금지하고 있을 뿐"이라며 "우라늄 농축도를 높이면 핵무기 원료인 고농축 우라늄을 만들 수 있으므로 농축시설을 운용하는 것은 핵무장 잠재력 확보의 관건 중의 하나다. 물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받으면서 원전을 운영하자는 것이지 우리끼리 문 닫아 놓고 독자 핵무장을 하자는 얘기가 절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국가안보실은 "한국이 핵 개발 가능성을 열어 놓으려는 방편으로 한미 원자력협정 조개 개정(2차 개정) 협상에 나선다면 협상 진행 자체가 되지 않는다"는 수세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

이는 외교부도 마찬가지다. 한미 원자력협정 협상에 정통한 한 소식통에 따르면, 2015년 박근혜 정부 당시 개정 협상(1차 개정)의 미국 측 수석대표였던 토마스 컨트리맨 미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 차관보가 미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우리는 그 어떤 농축에 대해 합의한 적이 없다"며 "미국은 (한국이 요구한) 건식 재처리에 대한 문을 열지 않았다. 한국은 협상 과정에서 일본과 같은 수준의 개정을 전혀 거론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조기 개정의 좋은 본보기는 文 정부 시절 '한미 미사일지침' 완전 해제

친중·반미 성향의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미국이 '한미 미사일 지침'을 완전히 해제한 사례를 비춰보면 한미 원자력협정의 조기 개정도 불가능하지 않다. 미국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미사일지침을 완전히 해제함으로써 한국군의 탄도미사일 사거리 제한(800km)을 풀었다. 북한뿐 아니라 미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는 중국 등 동북아 전역을 사정권으로 하는 미사일을 개발할 길을 연 것이다.

국가정보원 국장 출신인 손재락 건국대 객원연구위원은 "우리가 박정희 시대부터 계속 미국에 미사일 사거리와 중량을 높여 달라고 이야기했지만 전혀 실현되지 않았다"며 "미국이 우리를 믿지 못한 것이다. 문 정부 때는 미국이 우리를 갑자기 신뢰해서 풀어준 것이 아니다. 주변 정세상 무의미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결국 한국 정부가 '트럼프식 거래적 관점'에 입각해 얼마나 탄탄한 논리를 만들어 내느냐에 달렸다.



http://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5/01/25/202501250002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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