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한국의 탄핵 정국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윤석열 정부의 대일(對日) 정책에 의문을 제기해 온 사실을 지적하며 한미일 3국 협력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미국은 더 나아가 이 대표의 측근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쌍방울그룹의 불법 대북 송금' 사건과 관련해 징역 7년 8개월을 선고받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안 이행을 촉구했다. 이는 미국이 이 평화부지사와 대북 송금을 공모한 혐의를 받는 이 대표의 집권에 대한 우려를 사실상 직간접적으로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 美 의회 "이재명, 尹 대통령의 한미일 공조에 의문 제기"25일 외교가에 따르면, 미국 의회의 입법 활동을 지원하는 연구기관인 의회조사국(CRS)은 지난 23일(현지시각) '한국의 정치 위기: 계엄령 그리고 탄핵'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한국과 미국이 더 긴밀히 공조하도록 이끌어 왔고 중국에 비판적이었는데, 이 대표는 이런 접근 방식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근거로 CRS는 한국 국회가 발의한 첫 번째 탄핵소추안에 (윤 대통령이) 가치외교라는 미명 하에 지정학적 균형을 도외시한 채 북한과 중국, 러시아를 적대시하고 일본 중심의 기이한 외교정책을 고집했다는 내용이 담긴 사실, 이 대표가 일본과의 역사 문제에 대한 타협을 "부끄러운 일"로 표현한 것을 예로 들었다.
CRS는 이어 "조기 대선의 유력 주자인 이 대표가 유죄 판결을 받으면 공직을 수행할 수 없게 되는 여러 재판에 직면해 있기에 법원 판결 시기가 중요할 수 있다"며 "이 대표는 부패, 선거법 위반, 대북 불법 현금 송금 연루 등의 혐의를 받고 있고, (확정 시) 대선 출마가 금지되는 지난달 선거법 유죄 판결에 대해서는 항소 중"이라고 이 대표의 재판을 향후 정국에 있어 중요 변수로 꼽았다.
◆美 관영방송 "민주당, 한미동맹 희생시키고 주한미군 철수 요구할 것"
미국 연방정부가 운영하는 국제방송인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지난 21일 한반도 전문가들의 대담 형식을 통해 이 대표와 민주당 외교관에 우려를 표했다.
리처드 롤리스 전 국방부 아태 안보 부차관과 마이클 오핸런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진보 정당이 한국의 정권을 잡으면 '진보적 대북 정책'을 실현하고자 한미동맹을 기꺼이 희생할 것이며, 진보 정당의 요구에 따라 주한미군을 철수하게 되면 북한이 한국을 위협해도 미군이 개입할 의무도 함께 사라지게 된다고 평가했다.
특히 롤리스 전 부차관은 "현재 이재명 팀은 트럼프 행정부에 접근해 자신들이 변했다는 점을 설득하며 최선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아시다시피 이재명 진영은 지난 몇개월간 주한미군에 대해 '점령군'이란 표현을 쓰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들의 말에 대단히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하지만 그들의 진정한 의도는 점령군 사고 방식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본다. 그것은 많은 한국인의 반일 감정에 의지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의 지적대로 이 대표는 2021년 7월 "대한민국이 다른 나라의 정부 수립 단계와 달라서 친일 청산을 못 하고 친일 세력이 미국 '점령군'과 합작해 지배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지 않았는가"라며 "깨끗하게 나라가 출발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같은 해 11월 존 오소프 상원의원, 크리스토퍼 델 코르소 주한미국 대사대리 등 미국 방한단을 만난 자리에서는 "일본에 의해 한국이 합병된 이유는 미국이 가쓰라-태프트 협약을 통해 승리했기 때문"이라는 궤변을 펼치는 등 외교 결례를 범하기도 했다.
가쓰라-태프트 협약은 미국의 필리핀에 대한 지배권과 일본의 대한제국에 대한 지배권을 상호 승인하는 문제를 놓고 1905년 7월 당시 미국 전쟁부 장관 윌리엄 하워드 태프트와 일본 내각총리대신 가쓰라 다로가 일본 도쿄에서 진행한 회담에서 비롯됐다. 이 기록의 내용은 미·일 양국이 모두 극비에 부쳤기에 1924년까지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다. 이 기록에는 서명된 조약이나 협정 같은 것은 없었고, 일본-미국 간 관계를 다룬 대화에 대한 각서만이 있었다.
◆美 국무부, '대북 송금' 이화영 판결에 안보리 결의 이행 촉구
미국 국무부는 이 전 부지사가 쌍방울그룹에 800만 달러의 대북 비용을 대납시킨 혐의 등으로 지난 19일 항소심에서 징역 7년 8개월을 선고받은 것과 관련해 VOA에 유엔 회원국들을 향해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이행을 촉구하는 논평을 냈다.
국무부는 논평에서 "국제사회는 북한이 무책임한 행동을 중단하고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른 의무를 준수하며 진지하고 지속적인 외교에 나서야 한다는 강력하고 단합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에 대한 유엔의 제재는 여전히 유효하다"며 "우리는 유엔과 북한 주변국과의 외교를 포함해 모든 회원국이 이를 이행하도록 독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전 부지사에 대한 판결이 만약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이 전 부지사는 유엔 안보리 제재뿐 아니라 미국의 독자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 북한 측 인사에게 현금을 전달하는 행위는 안보리 대북 결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다. 북한 정권이나 그 대리인 등과의 거래를 금지하고 있는 미국 정부의 독자 대북 제재 규정 다수에 대한 위반이기도 하다.
익명을 요구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뉴데일리에 "사실 지금 내란을 벌이고 있는 것은 민주당이다. 민주당이 내란에 성공해서 이 대표가 집권하는 상황에 대해 미국이 간접적인 우려를 표명한 것"이라며 "이 전 부지사와 불법 대북 송금에 공모한 혐의를 받는 이 대표가 대통령이 돼선 안 된다는 일종의 경고 메시지를 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 한미 연결고리 역할 해야 할 신원식·김태효 '실종'
전날 외교부에 따르면 한미 외교차관은 향후 고위급 교류 일정을 협의하고 그간 연기된 주요 한미 외교·안보 일정을 완전히 재개하기로 했다. 그러나 비상계엄 당시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 대사의 전화를 회피한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이끄는 외교부가 이런 중대한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 실세인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그 역할을 해야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전문가는 "신원식 국가안보실장과 김태효 1차장 등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 콘트롤타워가 해야 할 연결고리 역할을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하고 있다"며 "신 실장과 김 차장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을 도와 미국 측에 한국의 입장을 전달해야 하는 책무를 다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민주당을 의식해서인지 공개적인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국가 위기 상황에서 이들이 충신이 아니라 간신이었다는 걸 스스로 증명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한국의 정세가 미국의 대(對)한반도 정책에 영향을 미친다. 이럴 때일수록 잘못된 탄핵은 한미 관계뿐 아니라 미국의 국익에도 치명적이라는 메시지를 미국 측에 잘 전달해야 한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반중 정책을 강화할 것이므로 친중·친북인 민주당의 집권을 부정적으로 생각할 것"이라며 "미국이 이에 대한 우려를 계속 표명하면 국내 여론 변화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우파 국민들이 단합하고 중도층의 여론도 바뀔 수 있다. 민주당에 장악된 언론에 의해서 여론이 한쪽으로 왜곡되고 있는데 이를 바꿀 동력은 미국의 역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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