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이재명은 안 됩니다' 현수막 허용 … '정치 중립' 논란에 입장 번복

'내란 수괴 윤석열' 현수막은 허용하고 '그래도! 이재명은 안 됩니다!' 현수막은 불허해 정치 중립 논란을 야기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4일 만인 23일 입장을 바꿨다.

'이재명은 안 된다'라는 부분이 단순한 정치구호로 볼 여지가 있다며 허용하기로 한 것이다.

노태악 선관위원장은 이날 오후 5시부터 중앙선관위 과천 청사에서 1시간 반가량 전체회의를 열고 현수막 논란을 긴급 안건으로 논의했다.

선관위는 회의를 마친 뒤 보도자료를 내고 "현재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결정이 아직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재명은 안 됩니다'라는 부분이 단순한 정치구호로 볼 여지가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사전선거운동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앞서 선관위는 조국혁신당이 정연욱 국민의힘 의원의 지역구(부산 수영)에 내건 '내란수괴 윤석열 탄핵 불참 정연욱도 내란 공범이다!'라는 문구의 현수막 게시는 허용했다.

반면, 정 의원이 '그래도! 이재명은 안 됩니다!'라는 문구의 현수막을 게시하려 한 것에 대해서는 게재가 불가하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정치 중립 논란이 일자 선관위는 당시 이 대표 비판 현수막의 경우 조기 대선 가능성을 고려했을 때 낙선을 목적으로 하는 공직선거법상 사전 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게시 불허를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이런 사실은 지난 19일 정 의원이 선관위의 현수막 게재 불허 사실을 공개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국민의힘은 "선관위가 탄핵 심판이 인용돼 조기 대선이 벌어질 것을 전제로 해서 불허 결정을 내렸다"며 "'내란 공범'이라는 현수막은 허용하고, 국민의힘 현수막은 불허하는 선관위의 이중잣대"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선관위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사회 변화와 국민 눈높이를 고려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하는 방향으로 공직선거법의 선거운동 기간 위반죄를 운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선관위는 입후보 예정자의 성명이나 기호 등이 포함되는 현수막을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로 간주해 선거일 전 120일부터 게시할 수 없도록 규정한 공직선거법 제90조에 따라 선거일 전 120일(보궐선거 등에서는 그 선거의 실시 사유가 확정된 때)부터는 같은 내용의 현수막 게시가 불허될 수 있다고 밝혔다.